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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남포 유류 하역시설 완공…유조선 활동은 급감


기존 유류 저장시설이 밀집한 지역에서 서쪽으로 약 700m 떨어진 곳에 완공된 접안시설. 제공=Maxar Technologies / Google Earth
기존 유류 저장시설이 밀집한 지역에서 서쪽으로 약 700m 떨어진 곳에 완공된 접안시설. 제공=Maxar Technologies / Google Earth

북한이 남포에 새 유류 하역시설을 완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남포에선 유류 탱크를 확충하는 등 유류 저장과 관련해 활발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이런 움직임과 달리 최근 몇 개월간 유조선들의 활동은 급감한 상태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남포에 건설된 새 유류 탱크 지대 앞으로 유조선 정박 시설이 완공됐습니다.

지난달 5일 ‘맥사테크놀로지’가 촬영해 ‘구글어스’에 공개된 위성사진에 따르면, 이 시설은 육지로부터 약 120m 떨어진 연결부위 끝으로 양 옆에 각각 길이 약 40m의 선박 접안용 구조물이 설치된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이 시설의 육지 부분에는 최근 완공된 약 10m높이의 유류 탱크 3개가 서 있습니다.

앞서 북한은 2019년 말부터 기존 유류 저장시설이 밀집한 지역에서 서쪽으로 약 700m 떨어진 곳에 새로운 저장시설, 즉 유류 탱크 3개를 건설하기 시작했으며, 올해 초부턴 이 탱크 바로 앞바다에 유류를 하역할 수 있는 접안시설 공사를 시작한 바 있습니다.

이처럼 유류 탱크와 접안시설까지 완공되면서, 북한은 기존 유류 저장시설이 아닌 새로운 지역에서도 유류를 하역할 수 있게 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북한은 3개의 신규 유류 탱크와는 별도로 최근 새로운 유류 저장시설 확충에 나서는 모습을 보인 바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 12월엔 지름 약 32m의 원형 부지 4개와 지름 25m의 부지 1개가 조성된 것으로 나타났고, 지난달 촬영된 위성사진을 통해 이들 부지에 자재가 놓이고 주변에 덤프 트럭이 발견되는 등 공사가 한창인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북한이 건설 중인 새 유류탱크 부지. 안쪽으로 여러 자재들이 놓여 있고, 주변엔 트럭들이 보인다. 제공=Maxar Technologies / Google Earth
북한이 건설 중인 새 유류탱크 부지. 안쪽으로 여러 자재들이 놓여 있고, 주변엔 트럭들이 보인다. 제공=Maxar Technologies / Google Earth

이처럼 북한이 새로운 유조선 하역시설과 함께 본격적으로 유류 탱크 확충 작업을 벌이면서, 남포 일대 유류 저장역량은 이전보다 더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만약 현재 공사 중인 유류 탱크들이 완성될 경우 남포 일대에는 30개의 유류 탱크가 자리잡게 됩니다. 2018년까지 20개였던 유류 탱크가 약 2년 반 사이에 10개가 더 늘어난 겁니다.

지난해 미국의 노틸러스연구소는 위성사진 분석과 미 중앙정보국(CIA)이 과거 북한의 지하∙지상 유류 시설에 관해 발간한 자료 등을 기반으로 북한이 최대 150만t의 정제유 등 유류를 저장할 수 있는 시설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한 바 있습니다.

이를 토대로 본다면 북한의 유류 저장 역량은 150만t 보다 더 늘어났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이 같은 유류 저장시설 확충 움직임과 대조적으로 최근 이곳을 드나드는 유조선의 숫자가 급감한 상태라는 점은 주목되는 부분입니다.

VOA가 일일 단위 위성사진 서비스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자료를 확인한 결과, 올해 3월부터 약 3개월 동안 남포 유류 하역시설 일대를 드나든 유조선은 2척에 불과했습니다.

특히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해상 유류 하역시설이라고 지목한 지점에는 3월 이후 단 한 척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최소 3일에 한 번 꼴로 대형 유조선이 정박했다 사라지는 모습을 보였던 예년은 물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국경이 봉쇄됐던 지난해 같은 기간(3~5월)의 20여 척에 비해서도 급감한 수치입니다.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이들 유조선들이 공해상에서 불법 환적 방식으로 획득한 유류를 하역하는 모습이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유조선들이 자취를 감추기 시작하면서, 유류 반입도 사실상 중단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북한이 외화 부족 상황을 겪고 있을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미 조지타운대 교수는 1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남포를 통해 유입되는 유류인 휘발유와 경유, 등유 등은 (중국 사업체 등에게) 현금을 주고 사야만 하는 품목이라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They are not exporting anything, so probably, they don’t have…”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수출을 하지 못하면서 현금이 없는 상태일 수 있다는 겁니다.

브라운 교수는 또 북한이 최근 석탄 밀수출을 중단했다는 최근 VOA 기사를 언급하면서, 석탄을 통해 외화를 벌지 못해 유류를 구입하지 못하고, 또 외화 대신 석탄을 지급했더라도 결과적으로 유류를 들여올 수 없게 됐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브라운 교수는 지금 북한은 농업분야에서 트랙터 운용을 위해 많은 양의 경유가 필요하고, 군사적으로도 훈련을 위한 유류 소비가 많을 때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 They need a lot for the farming, for their tractors, its agricultural support..."

따라서 유류 반입이 사실상 중단된 지금 북한은 농업과 군사는 물론 다른 여러 분야에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브라운 교수는 말했습니다.

북한 엘리트 출신으로 중국 등에서 석탄무역업에 종사했던 탈북민 이현승 씨도 같은 분석을 내놨습니다.

[녹취: 이현승 씨] “지금 북한의 상황을 보게 되면 코비드 때문에 국경도 다 닫고 제재 때문에 경제 활동이 많이 위축된 것을 우리가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경제 쪽으로 그리고 수출이 적어지게 되니까 북한 내에 돈이 모자라게 되고, 돈으로 연유로 사올 수 있는 능력이 안 되는 거죠.”

이현승 씨는 또 북한 내 모든 경제 활동이 위축되면서 공장들의 가동이 줄어들고, 시장 활동도 줄어들었을 것이라면서, 이를 통해 전체적인 유류의 소비량이 줄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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