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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남포에 대형 유류 저장시설 추가 건설 포착


북한 유류탱크 밀집 지역을 촬영한 지난해 12월23일자 위성사진. 사진=Maxar Technologies / Google Earth 제공.
북한 유류탱크 밀집 지역을 촬영한 지난해 12월23일자 위성사진. 사진=Maxar Technologies / Google Earth 제공.

북한이 대형 유류 저장시설을 추가로 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문가들은 제재로 인한 유류 부족 사태에 대비하는 움직임으로 해석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류 저장시설이 밀집해 있는 북한 남포 항 일대에 최소 5개의 새로운 대형 유류 저장시설(탱크)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VOA가 지난 12월23일 ‘맥사 테크놀로지’가 촬영해 ‘구글 어스’에 공개된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기존 유류 저장탱크들이 밀집한 지역에 지름 약 32m의 원형 부지 4개와, 25m 지름의 부지 1개가 조성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이 새로 만들고 있는 유류탱크 5개(붉은 네모 안)가 위성사진에 포착됐다. 자료=Maxar Technologies / Google Earth
북한이 새로 만들고 있는 유류탱크 5개(붉은 네모 안)가 위성사진에 포착됐다. 자료=Maxar Technologies / Google Earth

이 중 원형 부지 4개가 만들어진 곳은 기존의 지름 18m짜리 유류 탱크 2개를 가운데 두고 남쪽과 북쪽에 각각 2개씩 자리한 형태로 세워지고 있었고, 모두 바닥 부분의 포장공사가 끝난 상태였습니다.

외벽도 어느 정도 올라간 듯 북쪽으로 솟아 있는 낮은 그림자가 포착됐고, 4개 중 2개의 탱크 부지 안쪽에는 건설 자재와 트럭 등 물체와 함께 인력도 일부 확인됐습니다.

앞서 지난해 10월 같은 장소를 촬영한 위성사진에는 이들 탱크가 자리한 곳에 건물 등이 들어서 있었는데, 이를 토대로 볼 때 유류 탱크 건설 공사는 10월이나 그 이후 시작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들 4개 원형 부지에서 동쪽으로 약 170m 떨어진 곳에 만들어지고 있는 지름 25m 원형 탱크도 바닥 포장공사가 마무리됐고, 벽면이 어느 정도 올라가면서 생긴 그림자가 포착돼 공사가 진행 중인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일대에 만들어진 탱크들이 대부분 10~15m 높이인 점으로 볼 때, 현재 만들어지고 있는 5개도 비슷한 높이로 올라설 것으로 추정됩니다.

앞서 VOA는 지난 8월 남포 일대에 지름 약 30m, 높이 10m의 유류 저장탱크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현재 이 탱크들은 모두 완성된 상태로, 탱크 바로 앞쪽 바다에 선박 접안시설이 건설 중에 있습니다.

북한이 최근 완성한 유류탱크 3개. 그 앞으로 유조선 등이 접안할 수 있는 시설이 만들어지고 있다. 자료=Maxar Technologies / Google Earth
북한이 최근 완성한 유류탱크 3개. 그 앞으로 유조선 등이 접안할 수 있는 시설이 만들어지고 있다. 자료=Maxar Technologies / Google Earth

북한은 2018년에도 이 일대에서 새로운 유류 탱크를 확충하는 모습이 관측돼, 이 일대 20개이던 유류 저장시설은 약 2년 만에 26개로 늘어났습니다.

여기에 이번에 만들어지고 있는 유류 탱크 5개까지 더해지면 남포에만 30개가 넘는 대형 탱크가 마련되는 셈입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7년 12월 채택한 대북 결의 2397호를 통해 북한으로 유입이 가능한 정제유 상한선을 연간 50만 배럴로 정한 바 있습니다.

안보리 결의 이전 매년 200만 배럴 수준의 유류 등 정제유를 수입하던 북한이 상당량의 유류를 수입할 수 없게 됐지만, 실제로는 불법적인 선박간 환적 등 제재 회피를 통해 이전보다 더 많은 유류를 반입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유류 저장시설 확충에 나선 배경이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이번 확충이 국제사회의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경험한 북한이 유류 비축의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으로 해석했습니다.

트로이 스탠거론 한미경제연구소 선임국장은 1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속에 북한이 석유 등을 확보하는 데 있어 밀수에만 의존해선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탠거론 선임국장] “So the one thing that North Korea has learned from the Covid-19 crisis is that it can't be dependent on its ability to take and engage in smuggling activities…”

스탠거론 국장은 북한 당국이 유조선 운항이 다시 가능해지는 시점에 대비해 유류 저장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실제로 남포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초기까지만 해도 유조선들의 불법 운항으로 추정되는 움직임이 지속적으로 관측됐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국경 봉쇄를 한층 더 강화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시점인 지난해 8월부터는 입출항 횟수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도 VOA에 유류 탱크는 “수급에 차질이 생길 때를 대비해 유류를 비축할 수 있는 방식”이라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유류 수급에 변화가 생겼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도 북한의 유류는 제재로 인해 언제든 고갈될 수 있다며 앞서의 전문가들과 의견을 같이 했습니다.

또 브라운 교수는 북한 당국이 유류 가격을 통제하려는 시도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I think another question on it is whether they can use the market to make money with it…”

국가가 통제하는 기업 등은 유류 가격이 낮을 때 이를 미리 사들여 가격을 올린 뒤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선 넉넉한 비축분이 필요하고, 또 이에 맞는 저장시설이 필요다는 겁니다.

브라운 교수는 국제 유가가 높지는 않지만 계속 변동하고 있다면서, 이런 변화 속에 유류 비축의 필요성이 대두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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