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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남포에 새 유류저장 시설…“제재로 인한 유류 부족 대비하는 듯”


북한 남포항 유류저장시설 주변에 새로운 저장탱크 3개가 세워지고 있다. Google Earth / Maxar Technologies
북한 남포항 유류저장시설 주변에 새로운 저장탱크 3개가 세워지고 있다. Google Earth / Maxar Technologies

국제사회로부터 유류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이 대형 유류 저장시설을 새로 짓고 있는 모습이 민간 위성사진에 포착됐습니다. 최근 연간 유류 반입량 허용치를 초과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유류 비축을 늘려 제재로 인한 부족 상황에 대비하고 있는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새로운 대형 유류 저장시설이 포착된 곳은 북한의 최대 항구인 남포입니다.

VOA가 위성사진 서비스인 ‘플래닛 랩스’와 ‘구글 어스’ 등을 확인한 결과, 북한은 기존 유류 저장시설이 밀집한 지역에서 서쪽으로 약 700m 떨어진 곳에 새로운 저장시설, 즉 유류 탱크 3개를 만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공사는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현재까지 3개 중 2개는 어느 정도 완성된 형태를 하고 있고, 나머지 1개는 원형 터가 마련된 상태입니다.

완성된 저장시설은 각각 지름 약 30m, 높이 10m로 추정됩니다.

북한은 지난 2018년에도 이 일대에서 새로운 유류 저장시설을 확충하는 모습이 관측됐었습니다.

당시 북한은 폭 122m, 길이 260m 지대에 8개의 대형 구멍을 만들었는데, 올해 초 이중 2개의 구멍에 붉은색 유류 저장시설이 들어선 모습이 확인됐습니다.

또 인근 다른 지점에도 2018년에만 2개의 유류 저장시설을 더 만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따라서 남포 일대에 있던 기존 20개의 유류 저장시설에서 불과 2년여 만에 최대 26개로 늘어났으며, 저장시설을 위한 터가 마련된 곳까지 합치면 이보다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7년 12월 채택한 대북 결의 2397호를 통해 북한으로 유입이 가능한 정제유 상한선을 연간 50만 배럴로 정한 바 있습니다.

결의 채택 이전 매년 200만 배럴 수준의 유류 등 정제유를 수입하던 북한이 상당량의 유류를 수입할 수 없게 된 겁니다.

그러나 실제론 선박간 환적 등 북한이 제재 회피를 통해 이전보다 더 많은 유류를 반입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또 이런 상황에서 유류 저장시설이 확충되는 모습까지 관측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24일 미국은 영국과 프랑스 등 42개 유엔 회원국과 함께 올해 북한이 불법 수입한 정제유의 양이 이미 연간 상한선인 50만 배럴을 초과했다고 지적한 공동 서한을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에 발송했습니다.

또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올해 3월 발표한 연례보고서에서 특정 국가의 분석을 토대로 북한이 지난해 1월부터 10월31일까지 총 389만 배럴에 달하는 정제유를 반입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해 6월 동중국해에서 시에라리온 선적의 'Vifine' 호와 'New Konk' 호 사이에 해상 환적이 이뤄지고 있다. 'Vifine' 호는 여러 곳에서 선적한 정제유를 북한 남포항으로 운반했다. 'Vifine' 호와 'New Konk' 호는 등록 회사가 달랐지만, 확인 결과 두 회사의 주소는 같았다. 사진 제공: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보고서.
지난해 6월 동중국해에서 시에라리온 선적의 'Vifine' 호와 'New Konk' 호 사이에 해상 환적이 이뤄지고 있다. 'Vifine' 호는 여러 곳에서 선적한 정제유를 북한 남포항으로 운반했다. 'Vifine' 호와 'New Konk' 호는 등록 회사가 달랐지만, 확인 결과 두 회사의 주소는 같았다. 사진 제공: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보고서.

트로이 스탠거론 한미경제연구소(KEI) 선임국장은 북한이 제재에도 불구하고 유류 반입량을 줄이지 않은 사실에 주목하며, 2018년부터 지속적으로 관측돼 온 유류 저장시설 확충도 이에 따른 움직임으로 추정했습니다.

[녹취: 스탠거론 선임국장] “Even under sanctions we've seen that through ship to ship transfers…”

북한은 선박간 환적 등을 통해 유류에 대한 밀수입을 계속했으며, 미국과 유럽 나라 정부들이 이 같은 사실을 주시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북한 입장에선 이 같은 불법적인 수입 방식이 언제든 막힐 수 있기 때문에 기존에 있던 유류 저장시설을 고치거나 새로운 것으로 대체하는 방식으로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는 것으로, 스탠거론 선임국장은 추정했습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북한이 국경을 봉쇄함에 따라 유류 반입이 중단됐던 사례를 거론하며 “제재 회피 방식을 연구하는 것 뿐 아니라 유류를 들여올 수 없는 상황에도 대비할 필요를 느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윌리엄 브라운 미 조지타운대 교수도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일 땐 저장시설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When you are worried about oil supply, you want to create more storages…”

일반적인 나라들처럼 송유관을 통해 유류를 공급받을 수 있는 체계가 잘 갖춰져 있다면 굳이 저장시설이 많을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그러나 차량이나 선박 등을 이용해 유류를 공급받아야 하는 상황에선 저장시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며, 이는 수요는 큰 변화가 없는 반면 공급은 상황이 언제든 바뀔 수 있기 때문이라고, 브라운 교수는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제재로 인해 유류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지금과 같이 (제재 회피를 통해) 유류를 많이 반입할 수 있는 시점에 많은 유류를 비축하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브라운 교수는 유류 저장시설이 최근 확충되는 것과 관련해 또 다른 가능성도 제시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So in the old economy, they only basically need diesel, and heavy fuel…”

과거에는 경유와 중유, 석유 등 사용하는 유류의 종류가 많지 않았지만, 최근 들어선 휘발유와 경유 속에서도 다양한 종류와 등급이 생겼고, 이들은 모두 각기 다른 저장시설을 필요로 한다는 겁니다.

브라운 교수는 북한 내에서도 이런 다양한 종류의 유류에 대한 수요가 생겼다면, 이로 인해 새로운 저장시설을 확충하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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