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기업들이 반도체와 관세, 조선업, 핵심 광물 등을 중심으로 미 의회와 행정부를 상대로 한 로비를 늘리고 있습니다. 미국 법인을 통해 정치후원조직을 새로 만든 기업도 있습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주요 기업 6곳이 올해 상반기 미국 연방 차원의 로비에 쓴 돈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 늘었습니다. VOA가 미 의회에 제출된 로비 공개 보고서를 집계한 결과, 삼성, SK, 현대차그룹, 한화, LG, 고려아연의 1~6월 로비 지출은 약 1천52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약 1천220만 달러보다 약 300만 달러 많았습니다. 한화의 미국 방산 법인은 4월에 정치후원조직을 새로 등록했습니다.
삼성·SK가 절반 가까이…반도체·관세·세액공제
가장 많이 쓴 곳은 삼성으로 약 394만 달러였고, SK는 약 315만 달러였습니다. 두 그룹이 6곳 전체의 47%를 차지합니다. 삼성은 삼성전자 미국법인이 약 266만 달러를 신고했고, 삼성반도체와 삼성SDI 미국법인, 삼성전자 본사도 로비를 했습니다. 삼성전자 미국법인 보고서에는 반도체법(CHIPS and Science Act) 이행과 첨단 제조 투자 세액공제, 2026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 인공지능 정책 등이 적혀 있습니다.
SK는 미국 법인 SK아메리카스가 그룹을 대표해 신고합니다. 보고서에는 반도체와 인공지능, 수출 통제, 반도체법 투자 세액공제, 액화천연가스(LNG)와 차세대 원자력, 배터리 정책과 함께 관세가 적혀 있습니다. 국가안보를 이유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게 한 무역확장법 232조와 비상사태 때 대통령에게 경제 제재 권한을 주는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따른 관세입니다. 연방대법원은 2월 IEEPA가 대통령에게 관세 부과 권한을 주지 않는다고 판결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024년 12월 미 상무부로부터 각각 최대 47억4천500만 달러와 4억5천800만 달러의 반도체법 보조금을 확정받았습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와 오스틴의 반도체 공장 등에 370억 달러 이상을,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 반도체 패키징 공장에 약 38억7천만 달러를 투자할 계획입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3분기부터 외부 로비업체를 통해 조선업 관련 로비를 시작해 올해 상반기 24만 달러를 썼습니다. 보고서에는 2027회계연도 국방수권법과 국방 예산안, '미국을 위한 선박 법안(SHIPS for America Act)'이 적혀 있습니다.
한화 두 배…방산·조선업 로비 시작
증가 폭은 한화가 가장 컸습니다. 한화는 약 156만 달러에서 약 320만 달러로 두 배 이상 늘었습니다. 지난해 3분기 로비 등록을 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상반기에만 약 219만 달러를 신고했습니다. 보고서에는 해군 함정과 상업 선박 건조, 지상 무기체계, 국방수권법, 해상 천연가스 터미널 공사와 천연가스 운송 계약이 적혀 있습니다. 조선업과 천연가스 관련 로비에 계열사 한화오션과 주식회사 한화가 이해관계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은 2024년 12월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했고, 한화그룹은 지난해 7월 한국 정부가 미한 무역 합의 과정에서 제안한 1천500억 달러 규모의 조선업 협력 사업 '마스가(MASGA)'에 참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조지아주에 태양광 공장을 둔 한화큐셀 미국 법인의 지출은 약 156만 달러에서 약 82만 달러로 줄었습니다.
고려아연 늘고 LG 줄어
고려아연은 약 75만 달러에서 약 192만 달러로 늘었습니다. 고려아연을 고객으로 신고한 외부 로비업체 두 곳의 보수를 합산한 것으로, 로비 주제는 핵심 광물과 금속 개발, 재활용, 청정에너지 보조금입니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12월 테네시주에 74억 달러 규모의 제련소를 짓기로 했고, 미 전쟁부와 상무부가 이 사업에 함께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약 3% 늘었고, LG는 23% 줄었습니다.
한화디펜스USA, 정치활동위원회 등록
한화디펜스USA는 4월 연방선거위원회(FEC)에 정치활동위원회(PAC)를 등록했습니다. PAC은 직원들의 자발적 기부금으로 후보를 후원하는 조직입니다. 미국 법은 외국인과 외국 기업의 선거 기부를 금지해, 외국 기업 미국 법인의 PAC은 미국 시민권자와 영주권자 직원의 돈으로만 운영됩니다. 이 PAC의 상반기 후원은 6월 앨라배마주의 제리 칼 전 공화당 하원의원 선거위원회에 낸 1천 달러 한 건이었습니다. 삼성전자 미국법인 PAC의 상반기 후원은 12만2천500달러로, 직전 중간선거가 있던 2022년 상반기 5만4천500달러의 두 배를 넘었습니다.
쿠팡, 로비 두 배로
한국에서 주로 사업하는 미국 상장사 쿠팡의 로비 지출은 지난해 상반기 약 110만 달러에서 올해 약 237만 달러로 두 배 넘게 늘었습니다. 미국 기업이어서 한국 기업 합계에는 넣지 않았습니다. 보고서에는 미국과 한국 등 동맹국 간 통상 관계 강화가 로비 주제로 적혀 있고, 접촉 기관에는 무역대표부(USTR)와 국가안보회의(NSC)가 포함됐습니다.
쿠팡은 지난해 11월 3천370만 개 계정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밝힌 뒤 한국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쿠팡에 투자한 미국 투자사 두 곳은 1월 이 조사가 미국 기업을 차별한다며 무역대표부에 무역법 301조에 따른 조치를 요청했습니다.
미국에서는 로비를 하는 기업과 로비업체가 분기마다 지출액과 로비 주제, 접촉한 정부 기관을 미 의회에 신고해야 합니다. 이번 집계에는 외국대리인등록법(FARA)에 따른 신고와 주 단위 로비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VOA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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