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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독성 슬러지-유럽 환경에 재앙 될까?


다뉴브 강이 흐르는 동유럽의 일부 나라들이 헝가리에서 시작된 독성 물질 유출 때문에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다뉴브 강이 오염되면 생태계 파괴 등 환경 대재앙이 닥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문) 어떻게 해서 독성 물질이 유출된 겁니까?

답) 사건의 진원지는 헝가리 남서쪽에 있는 한 알루미늄 공장의 대형 저수조입니다. 이 저수조의 둑에 균열이 생기면서 지난 4일 무너져 슬러지라고 불리는 붉은 독성 물질이 물을 타고 인근 도시를 덮쳤습니다. 이후 독성 물질이 개천과 하수구를 타고 강으로 흘러 들어간 거죠. 헝가리 당국은 슬러지에 오염된 일부 진흙더미가 다뉴브 강에 유입된 것을 확인했습니다.

문) 영어로는 레드 슬러지(Red Sludge) 라고 하던데, 좀 낯섭니다. 어떤 물질입니까?

답) 알루미늄 제조에 필요한 기본적인 물질 가운데 하나가 ‘알루미나’ 인데요. 이 알루미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원광인 보크사이트의 정제물이 필요합니다. 그 과정에서 남는 부산물이 바로 붉은 슬러지입니다. 슬러지는 연못 같은 큰 저수지에 보관해 증발을 시킵니다. 증발 뒤에는 흙 같은 붉은 더미들이 남는 것이죠.

문) 그 저수조의 댐이 터져 이런 불상사가 발생했다는 얘기인데, 사상자도 많이 발생했죠?

답) 네, 갑자기 둑이 터지면서 아래 마을을 덮쳐 4명이 숨지고 1백20 여명이 다쳤습니다. 실종자도 3명이 발생했습니다. 인명 피해 뿐 아니라 주택과 땅이 모두 오염돼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떠날 수밖에 없는 처참한 상황이 됐습니다.

문) 그런데, 최대 관심사는 이 독성 물질이 동유럽의 젖줄로 불리는 다뉴브 강을 오염시킬 것인지 여부가 아니겠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독일 남부가 발원지인 다뉴브 강은 길이가 2천 8백50 킬로미터로 유럽에서 두 번째로 긴 강인데요. 이 강은 흑해까지 흘러가는 동안 여러 나라를 지나갑니다. 헝가리 다음에 크로아티아와 세르비아, 루마니아, 불가리아, 우크라이나, 그리고 몰도바 등 6개 나라를 거쳐야 흑해로 들어가는 거죠.

문) 독성 물질이 다뉴브 강을 오염시킨다. 생각만 해도 아찔한데요?

답) ‘대재앙’ 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만 봐도 절대 과장된 표현은 아닌 것 같습니다. 여러 나라가 다뉴브 강을 식수원으로 사용하는데다 수많은 생명체가 살고 있기 때문에 생태계를 파괴시키고 2차, 3차 문제로 피해가 확산될 수 있다는 거죠.

문) 헝가리 당국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답) 비록 독성 물질 가운데 일부가 다뉴브 강에 유입되긴 했지만 비상 상황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헝가리 재난관리본부의 티보르 덥슨 대변인은 수질 표본을 측정한 결과 초기에 알카리 지수가 높게 나왔지만 이를 중화시켜 오늘(8일) 현재 수소이온농도인 PH 8 이하로 떨어트렸다고 말했습니다.

문) 그럼 PH 지수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애기인가요?

답) 그렇습니다. 거의 매시간보다 수질을 측정하고 있는데요. 어제 (7일) 저녁 현재 9.3을 기록한 뒤 계속해서 수치가 내려가고 있다고 헝가리 당국은 밝혔습니다.

문) 강물의 정상적인 PH 지수는 어느 정도입니까?

답) 6.5에서 8.5 정도입니다.

문) 그럼 수치가 더 내려가야 할 것 같은데, 생태계는 안전한지 모르겠군요.

답) 다행히 현재까지는 양호한 수준이라고 헝가리 당국은 밝혔습니다. 덥슨 대변인은 당국이 라바 강과 다뉴브 강 사이의 수질을 중화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죽은 물고기가 일부 떠오를 수 있다며, 아직 긴장을 풀 단계는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문) 그럼 사고 지역 인근의 강은 어떻게 됐나요?

답) 안타깝게도 인근에 있는 마르칼 강은 물고기가 모두 죽고 생태계도 완전히 파괴됐다고 헝가리 당국이 밝혔습니다. 국제 환경보호단체인 그린피스 인터내셔널은 이번 슬러지 유출이 유럽에서 지난 20-30년 사이에 발생한 최악의 환경 재해 가운데 하나라고 밝혔습니다. 다뉴브 강 보호를 위한 국제위원회 역시 당장은 아니지만 슬러지 유입이 장기적으로 생태계와 인간 모두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문) 재앙을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고가 어떻게 발생했는지 원인을 밝혀내는 것도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그렇죠) 당국의 조사가 착수됐습니까?

답) 네, 헝가리 당국이 이미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당국은 특히 이번 사고를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로 보고 범죄수사팀까지 가동시켰습니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어제 (7일) 사고지역을 둘러본 뒤 격노했다고 하는데요. “밤에 둑이 터졌으면 마을 주민 모두가 사망했을 것이다. 정말 할 말이 없다” 고 말했습니다. 헝가리 정부는 죽음의 도시로 변한 지역을 긴급재난지역으로 선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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