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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세계선수권 대회 5] 북한의 야외시장 풍경


대회장 주변에 설치된 임시 매점. 북한 내 휴대전화 회사인 고려링크의 광고도 눈에 띈다.
대회장 주변에 설치된 임시 매점. 북한 내 휴대전화 회사인 고려링크의 광고도 눈에 띈다.

국제태권도연맹이 주최한 제 17차 태권도 세계선수권 대회가 지난 주 평양에서 막을 내렸습니다.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북한 측의 초청으로 지난 6일부터 13일까지 평양에서 이 대회를 밀착 취재했는데요, 닷새에 걸쳐 경기 내용과 생생한 현지 모습을 전하는 특집방송을 전해 드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북한의 야외시장 풍경을 전해 드립니다. 백성원 기자입니다.

“2개에 열 두 달러, 2개에 열 두 달럽니다” “하나 밖에 없습니다” “또 있어요 언니” “또 있죠 이거?” “예, 또 있습니다” “이거 2개 하고…”

손님에게 태권도 기념품 상자를 건네 주고 받은 50달러짜리 지폐. 거스름 돈은 달러와 위안화를 섞어서 바꿔줍니다.

제각각 다른 화폐 단위가 혼란스러울 만도 한데 금새 계산을 끝내고 능숙한 손놀림으로 그럴듯하게 포장까지 마쳤습니다.

태권도 전당에서 막 시합을 마치고 나온 젊은 선수들에겐 역시 햄버거가 가장 인기입니다.

“햄버거도 있고 호떡도 있습니다. 햄버거도 여러 가지 종류로 소고기, 닭고기, 그리고 닭튀김… (제일 잘 팔리는 음식이 뭡니까?) 햄버거 잘 팔립니다. 소고기 버거. (햄버거 하나에 얼마에요?) 두 달러, 그리고 닭튀김은 두 달러, 세 달러입니다.”

태권도 전당 앞에 일렬로 늘어선 매대엔 기념품과 먹거리만 있는 게 아닙니다.

하얀 가운과 고운 한복을 차려 입은 중년 여성들이 건강식품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합니다.

(키가 크는 약도 있네요) “진짜 키 크기 약은 이겁니다… 우리 땅에서 나오는 나무와 물로 만든 겁니다…” (여기 선생님들이 다 만드신 거군요?) “예, 콩으로 발효시킨 썩장을 가지고 만든 약이란 말입니다.”

제품이 모두 국산임을 강조하는 판매원은 이들만이 아닙니다. 간혹 섞여 있는 수입제품 보다 국산의 성능이 월등하다는 설명에는 매대 마다 예외가 없습니다.

가만히 앉아 진열된 상품만 파는 게 아니라 적극적인 장사 수완도 엿보입니다. 태권도 대회장 안에서 찍은 사진은 종목별 경기가 끝나기가 무섭게 벌써 가격표가 붙어 판매대 위로 올라옵니다.

(이건 누가 찍은 사진들 이에요?) “우리 동무들이…” (찍어서 여기서 현상해서 바로 나오나요?) “그렇습니다” (한 장씩 파시는 건가요?) “예 그렇습니다” (얼마 정도 하나요, 사진 한 장에?) “두 달러 합니다. 한 장에 두 달러.”

이러다 보니 물건 판매 뿐아니라 회사 홍보에도 열심입니다.

“우리 회사는 지금 현재 분점이 3개 있습니다. 전우역에도 있고 개성 유희장 안에 있는 개성 빵집에도 있고 청년호텔에도 있습니다.”

이번 평양 태권도 대회에 참가한 외국인들은 아무래도 태권도 관련 품목에 먼저 손이 갑니다.

티셔츠와 태권도 관련 서적들을 한 가득 사가는 손님도 보였고, 심지어 뱀으로 담근 술에 관심을 보이는 외국인도 있었습니다.

(불로술이 뱀술이에요? “예. 우리 겁니다… 건강에 좋습니다… 이거 보십시오… 이 술 사가는 사람 많습니다” (불로술 얼마에요?) “이거 열 다섯 달럽니다.”

매대 주변이 시끌버끌한 건 호기심 어린 외국인들과 매대 상인 간의 흥정 때문만은 아닙니다. 평양 냉면과 불고기 간판을 내건 매대 식당 안에선 마침 점심식사를 끝낸 이들의 노래 소리까지 흘러나옵니다.

평양 고려호텔 내 주점
평양 고려호텔 내 주점

식사를 하면서 화면 반주에 맞춰 노래까지 하는 이 곳은 평양에서도 가라오케라는 이름으로 불립니다.

이곳에서 일하는 종업원들은 손님들의 신청곡을 받아 직접 노래를 부르고 현란한 춤까지 선보입니다.

복잡한 장터를 생각나게 하는 이 곳 매대들 앞에서도 한 손에 손전화를 든 북한 주민들이 여지없이 지나다닙니다.

공항에서부터 호텔, 평양 시내 여러 곳에 붙어 있던 손전화 광고는 태권도 전당 여기저기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의 유일한 휴대전화 사업체인 고려링크도 태권도 전당 한 켠에 임시 진열장을 마련했습니다.

“심카드는 50유로, 그리고 전화기는 하루에 3.5달러” (휴대폰 들고 다니는 분들이 참 많죠?) “예” (얼마나 많아졌어요?) “한 70만, 전국적으로 70만. 수요자가 많습니다”

이 곳에서는 검은색과 흰색 위주의 7종류 전화기종을 판매하고 빌려주며 해외에 있는 사람과도 통화할 수 있다고 선전합니다.

“여기서 임대하거나 산 전화기를 외국에 전화할 수 있습니다” (얼마 정도 듭니까, 여기서 미국에 전화하려면?) “미국은 잘 모르겠고, 중국은 2유로. 분당”

때로는 거스름 돈이 부족하고, 동전으로는 물건 값을 치를 수 없는 불편이 있었지만, 이 곳 야외시장에서의 상거래 활동은 매우 자연스러워 보였습니다.

그리고 이번 태권도 대회에 참가한 외국 선수들에겐 평양의 야외시장, 매대가 무엇보다 색다른 체험으로 남았습니다.

미국의 소리 백성원입니다.

진행자) 지금까지 평양 태권도 전당 앞에 설치된 야외시장의 모습이었습니다.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지난 19일부터 닷새에 걸쳐 생생한 평양 현지 취재 소식을 전해 드리고 있는데요. 남은 기간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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