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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세계선수권 대회 3] 장애 딛고 평양 태권도 무대 선 뉴질랜드 청년


요한 랜드크룬 씨(사진 왼쪽)가 시범에 앞서 사범으로부터 소개를 받고 있다
요한 랜드크룬 씨(사진 왼쪽)가 시범에 앞서 사범으로부터 소개를 받고 있다

국제태권도연맹이 주최한 제 17차 태권도 세계선수권 대회가 지난 주 평양에서 막을 내렸습니다.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북한 측의 초청으로 지난 6일부터 13일까지 평양에서 이 대회를 밀착 취재했는데요, 어제부터 닷새에 걸쳐 경기 내용과 생생한 현지 모습을 전하는 특집방송을 보내 드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평양 대회 참가라는 오랜 희망을 이룬 뉴질랜드 출신 장애인 청년을 소개합니다. 백성원 기자입니다.

지난 9일 오후 평양시 청춘거리 태권도 전당에 자그마한 키의 서양 청년이 양 옆으로 손을 흔들며 들어섭니다.

걷는 자세는 어딘지 모르게 엉성했지만 관중들은 이 청년이 무대 한 가운데로 다가가자 박수를 아끼지 않습니다.

이어 기합 소리가 나기 무섭게 두꺼운 송판이 두 조각 나고 장내는 다시 큰 함성으로 가득 찹니다.

뉴질랜드 출신의 요한 랜드크룬 씨는 다운증후군으로 불리는 염색체 질환을 앓고 있는 19살의 장애인입니다.

국제태권도연맹 태권도 세계선수권 대회에 장애인 최초로 시범 선수로 참가하고자 했던 랜드크룬 씨의 꿈이 이 날 이뤄졌습니다.

주먹을 지르고 발차기 하는 동작이 조금은 힘겨워 보였지만 랜드크룬 씨는 2천 4백 명의 관중 앞에서 품세와 격파, 대결 시범까지 완벽히 소화해 냈습니다.

랜드크룬 씨는 평양 한복판에서 자신에게 쏟아진 박수가 믿기지 않는 듯 상기된 얼굴로 큰 웃음을 지어 보였습니다.

“It’s fantastic. I love it. I loved this audience cheered on me…”

경기장 한 켠에서 아들의 동작 하나하나를 가슴 조이며 바라보던 아버지 해리 랜드크룬 씨는 기쁜 얼굴로 박수를 치다가 결국은 눈물을 흘립니다.

그러면서 아들이 장애를 딛고 평양 대회에까지 오게 된 데는 19년간 아들의 뒷바라지를 도맡아 한 아내의 공이 크다며 말을 흐렸습니다.

“Not only for Taekwondo, schooling…”

지난 3년간 요한 랜드크룬 씨에게 태권도는 넘어야 할 산이자 장애를 이기는 버팀목 역할을 했습니다.

신체적 어려움으로 몸의 균형을 잡기가 어렵고 태권도 동작을 하나하나 기억하기도 어려웠습니다. 게다가 약한 시력 때문에 공간 감각을 익히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끝내 해낸 아들을 자랑스럽게 바라보는 어머니 페기 랜드크룬 씨는 시범이 끝난 후에도 별 말 없이 미소만 지었습니다.

“It’s very fantastic … I’m very proud of him.”

성공적으로 시범을 마친 랜드크룬 씨는 금새 태권도 관계자들과 취재진에 둘러싸였습니다.

국제태권도연맹 장웅 총재는 일부러 경기장 밖까지 나와 랜드크룬 씨와 가족을 격려했습니다.

“이렇게 훌륭한 태권도 수련생이 나타날 줄은 기대를 못했는데 이게 기폭제가 돼서 앞으로 장애자 경기대회도 따로 조직하려고 합니다. 장애자들도 다 똑같이 누릴 권리가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에서도 지금 이런 움직임이 있는데 나도 그런 문제에서 한 명의 위원으로서 지금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랜드크룬 씨의 평양 행은 ‘AMP 장학재단’의 지원으로 이뤄졌습니다. 다른 장학기금과는 달리 처음부터 지원 대상자를 인터넷 사용자들의 투표에 의해 단 한 명만 선정하는 방식입니다.

장애인 태권도 시범의 포부를 밝힌 랜드크룬 씨는 세계 각국 인터넷 사용자 4천 5백 여 명의 지지를 얻어 마련된 기금으로 북한 땅을 밟게 됐습니다.

그리고 그를 통해 이번 태권도 세계선수권 대회는 장애인에게 문을 연 첫 대회로 남게 됐습니다.

미국의 소리 백성원 입니다.

진행자) 지금까지 평양에서 열린 태권도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처음으로 장애인 태권도 시범을 보인 뉴질랜드 청년 요한 랜드크룬 씨의 도전과 희망에 대해 들어 봤습니다. 평양에서 직접 대회를 취재한 백성원 기자가 전해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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