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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만 빌리는 곳이 아니다…미국의 공공도서관 문화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는 아이들의 모습 (자료사진)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는 아이들의 모습 (자료사진)

진행자: 미국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건국 250주년을 맞아 되돌아보는 미국 역사 이야기, ‘역사 속 아메리카 250’입니다. 조진우 기자 나와 있습니다. 조 기자, 안녕하세요?

기자: 네, 안녕하세요.

진행자: 오늘은 미국의 공공도서관에 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조 기자, 미국에서 공공도서관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습니까?

기자: 네, 미국의 공공도서관은 책을 보관하고 대출하는 시설을 넘어, 누구나 비용 부담 없이 지식과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지역사회의 공공 기반 시설입니다. 미국에서는 도서관을 이용할 때 회원증, 이른바 ‘라이브러리 카드(Library Card)’를 발급받는 것이 일반적인데요. 거주 지역에 따라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과 서비스가 달라질 수 있지만, 대체로 지역 주민들은 이 카드를 통해 책과 전자책, 오디오북 등을 빌릴 수 있습니다.

특정 계층이나 연령에 한정되지 않고, 어린이부터 노년층까지 다양한 주민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미국에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무료 공공도서관은 언제부터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까?

기자: 미국에서 무료 공공도서관의 기반이 마련된 것은 19세기입니다. 그보다 앞서서는 회원들이 회비를 내고 책을 빌리는 구독형 도서관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책을 이용하려면 돈을 내야 했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죠. 변화의 중요한 계기 가운데 하나가 1848년 매사추세츠주에서 마련됐습니다. 주 정부가 세금을 활용해 보스턴에 무료 공공도서관을 설립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겁니다. 이후 다른 지역에서도 공공도서관을 세우고 운영하는 움직임이 확산했습니다. 공공도서관은 책을 읽을 수 있는 기회를 개인의 경제적 형편에 맡기지 않고, 지역사회가 함께 제공해야 할 공공서비스라는 인식과 함께 성장했습니다.

진행자: 미국 공공도서관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스코틀랜드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앤드루 카네기는 어린 시절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부를 축적한 뒤 도서관 건립에 큰돈을 기부했습니다.

카네기는 1886년 펜실베이니아주 앨러게니에 무료 공공도서관을 짓기 위해 25만 달러를 기부했는데요. 당시 기부에는 도서관 운영을 지방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습니다. 건물은 기부하되, 지역사회가 지속적으로 도서관을 운영하도록 한 겁니다. 카네기와 그의 재단은 이후 미국에서만 1천681개의 도서관 건립을 지원했습니다. 이른바 ‘카네기 도서관’은 미국 곳곳에 세워졌고, 공공도서관이 지역사회에 뿌리내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진행자: 도서관이 단순히 책을 읽는 곳을 넘어 지역사회의 중심 공간으로 발전한 것도 흥미로운데요. 실제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합니까?

기자: 도서관에 들어가 보면 책장과 열람실뿐 아니라 컴퓨터실, 어린이 공간, 회의실 등을 갖춘 곳이 많습니다. 주민들은 무료로 인터넷과 컴퓨터를 이용하고, 구직 활동이나 이력서 작성에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어린이를 위한 동화 읽기와 독서 프로그램, 청소년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성인을 위한 외국어와 디지털 교육도 운영합니다. 일부 도서관은 취업 지원이나 건강 정보, 식량 지원과 관련된 지역 기관과 협력하기도 합니다. 또한 전자책과 오디오북을 온라인으로 빌릴 수 있어 도서관 건물에 직접 가지 않고도 자료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도서관이 디지털 시대에 맞춰 서비스의 범위를 넓히고 있는 겁니다.

진행자: 도서관에서 책이 아닌 물건을 빌릴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들리는데요?

기자: 네, 지역에 따라서는 책 외에 다양한 물품을 대여하는 도서관도 있습니다. 공구나 악기, 보드게임 등 자주 사용하지는 않지만 필요할 때가 있는 물건들입니다. 물론 모든 공공도서관이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고, 지역과 도서관의 예산, 운영 방침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책을 빌려주던 도서관이 지역 주민들에게 필요한 다양한 자원까지 공유하는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진행자: 미국 공공도서관을 이용하는 사람이 실제로 얼마나 많습니까? 디지털 시대에도 도서관을 찾는 사람들이 꾸준히 있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 박물관·도서관서비스연구소(IMLS)가 2025년 9월 발표한 공공도서관 조사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는 약 9천 개의 공공도서관 시스템과 1만7천 곳이 넘는 개별 도서관 시설이 있습니다. 이 조사에서는 연간 도서관 방문 횟수가 8억 회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책을 직접 빌리는 것뿐 아니라 컴퓨터와 인터넷을 이용하고, 각종 교육 프로그램과 지역사회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도서관을 찾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온라인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전자책과 디지털 자료도 도서관의 중요한 서비스가 됐습니다.

진행자: 책을 빌리는 공간을 넘어, 누구나 지식과 정보에 접근하고 지역사회와 연결되는 열린 공간으로 발전해 온 미국의 공공도서관 문화, 조진우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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