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미국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건국 250주년을 맞아 되돌아보는 미국 역사 이야기, ‘역사 속 아메리카 250’입니다. 조진우 기자 나와 있습니다. 조 기자, 안녕하세요?
기자: 네, 안녕하세요.
진행자: 오늘은 미국 가정의 주방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물건이죠, 음식을 담아 냉장고에 보관할 때 사용하는 플라스틱 용기, ‘터퍼웨어(Tupperware)’에 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먼저 터퍼웨어는 어떤 제품이고, 누가 발명했습니까?
기자: 말씀하신 것처럼 터퍼웨어는 음식을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도록 밀폐 기능을 갖춘 플라스틱 용기인데요, 미국의 발명가이자 화학자였던 얼 실러스 터퍼(Earl Silas Tupper)가 개발했습니다. 터퍼는 1930년대부터 석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인 폴리에틸렌에 주목했습니다. 당시 이 물질은 검고 냄새가 나며, 기름기가 있는 폐기물로 여겨졌습니다. 터퍼는 이 물질을 정제하고 가공해 가볍고 유연하면서도 튼튼한 플라스틱을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렇게 개발한 소재를 활용해 투명하거나 다양한 색상의 용기를 만들었고, 여기에 밀폐 기능을 갖춘 뚜껑을 결합하면서 오늘날 터퍼웨어의 기초가 마련됐습니다.
진행자: 석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활용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그런데 당시에도 플라스틱 용기는 있었을 텐데, 터퍼웨어는 무엇이 달랐습니까?
기자: 가장 큰 차이는 뚜껑에 있었습니다. 당시 플라스틱 제품은 쉽게 깨지거나 냄새가 나고, 음식물을 보관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터퍼는 페인트 통의 뚜껑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페인트 통처럼 용기와 뚜껑이 단단히 밀착되도록 설계한 건데요. 뚜껑 가장자리를 용기 입구에 맞춰 눌러 닫으면 공기가 빠져나가면서 밀폐되는 구조였습니다.
이른바 ‘터퍼웨어 트림(Tupperware burp)’이라고 불리는 방식입니다. 뚜껑을 닫을 때 공기가 빠져나가는 소리가 나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이 밀폐 기술은 음식이 공기와 접촉하는 것을 줄여 신선도를 더 오래 유지하도록 도왔고, 내용물이 새거나 흘러나오는 문제도 줄였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터퍼웨어는 처음부터 큰 인기를 끌었습니까? 지금은 익숙한 제품이지만, 당시에는 새로운 기술이었을 것 같은데요.
기자: 오히려 처음에는 판매가 쉽지 않았습니다. 터퍼는 1940년대 초반부터 ‘웰컴 웨어(Welcome Ware)’라는 이름으로 플라스틱 용기를 판매했고, 이후 밀폐 뚜껑을 개발해 제품을 발전시켰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플라스틱 용기가 음식을 보관하는 데 안전하고 효과적인지 확신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뚜껑을 제대로 닫는 방법과 밀폐 기능을 직접 설명하지 않으면 제품의 장점을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백화점 등 일반 소매점에서도 판매가 부진했습니다. 좋은 제품을 개발했지만, 소비자에게 그 가치를 전달하는 방법을 찾지 못했던 겁니다.
진행자: 제품의 성능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었던 거군요. 이때 등장한 인물이 브라우니 와이즈(Brownie Wise)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터퍼웨어의 성공을 이야기할 때 발명가 터퍼만큼 중요한 인물이 바로 브라우니 와이즈입니다. 미시간주 출신의 와이즈는 직접 가정을 방문해 제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방식에 주목했습니다. 특히 여성들이 집에 모인 자리에서 제품을 시연하고, 사용법과 장점을 설명하는 판매 방식을 발전시켰습니다. 이른바 ‘터퍼웨어 파티(Tupperware Party)’입니다. 주부들이 친구와 이웃을 집으로 초대하면 판매 담당자가 터퍼웨어를 직접 보여주고, 뚜껑을 닫는 방법부터 음식 보관에 어떤 장점이 있는지 설명했습니다. 소비자들은 제품을 눈으로 보고 직접 사용해 보면서 밀폐 기능을 이해할 수 있었고, 모임 자체가 자연스럽게 제품을 홍보하는 기회가 됐습니다.
진행자: 집에서 친구들과 모여 제품 설명을 듣고 구매하는 방식이군요. 요즘으로 보면 소셜 네트워크를 활용한 판매와도 비슷한데요. 실제로 얼마나 큰 성공을 거뒀습니까?
기자: 와이즈의 판매 방식은 큰 성과를 거뒀습니다. 터퍼는 와이즈의 판매 실적에 주목했고, 1951년 와이즈를 회사의 판매 부문 책임자로 임명했습니다. 와이즈는 이후 회사의 부사장으로 활동하면서 터퍼웨어 파티를 미국 전역에 확산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이 방식은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았습니다. 당시 많은 여성에게는 가정에서 사람들을 초대해 모임을 열고 제품을 판매하면서 수입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됐습니다. 미국 스미스소니언 국립미국사박물관은 터퍼웨어 파티가 여성들에게 독립적인 수입을 얻고, 사업상 인맥을 형성하며, 지역사회에서 경제활동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했다고 설명합니다.
진행자: 터퍼웨어가 주방용품을 넘어 여성들의 경제활동과도 연결됐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당시 미국 사회의 생활 방식에도 변화가 있었습니까?
기자: 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서는 교외 지역에 주택이 늘어나고 냉장고 같은 가전제품이 보급되면서 가정의 식생활도 달라졌습니다. 대형 냉장고를 이용하면 식료품을 한 번에 많이 구입해 보관할 수 있었는데요. 이에 따라 남은 음식이나 미리 준비한 식재료를 신선하게 보관하는 방법도 중요해졌습니다. 터퍼웨어는 이런 변화에 맞춰 등장한 제품이었습니다. 가볍고 튼튼한 플라스틱 용기에 밀폐 뚜껑을 결합해 음식 보관을 편리하게 만들었고, 미국 가정의 주방에서 빠르게 자리를 잡았습니다. 또한 다양한 크기와 색상의 제품이 출시되면서 단순한 보관용기를 넘어 주방의 일상적인 생활용품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진행자: 결국 하나의 발명품이 식품 보관 방식뿐 아니라 판매 방식과 여성들의 경제활동에도 영향을 미친 셈이네요. 오늘날 터퍼웨어는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기자: 터퍼웨어는 미국의 소비문화와 가정생활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제품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습니다. 스미스소니언 국립미국사박물관은 1946년부터 1999년까지 제작된 터퍼웨어 제품 100여 점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터퍼웨어가 미국 가정의 생활 방식과 소비문화에 얼마나 깊숙이 자리 잡았는지를 보여줍니다.
진행자: 버려지던 산업 부산물에서 출발해 미국 가정의 주방을 바꾸고, 여성들의 경제활동에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 터퍼웨어 이야기, 지금까지 조진우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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