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미국의 혁신, 문화, 그리고 미국 50개 주 소개까지, 미국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 드리는 구석구석 USA입니다. 김철한 기자와 함께합니다. 오늘은 어떤 주를 소개해 주시나요?
기자: 광활한 사막과 은빛 광산의 역사를 품은 주이자, 미국에서 가장 역동적인 반전을 거듭해 온 주죠. 네바다(Nevada) 주에 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진행자: 네바다주라고 하면 일단 화려한 카지노와 불야성을 이루는 라스베이거스를 가장 먼저 떠올리실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화려한 엔터테인먼트의 이면에는 미국에서 가장 가혹한 대자연과 고독한 개척의 역사가 숨겨져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네바다(Nevada)라는 주의 이름은 스페인어로 '눈이 내린(snow-covered)'이라는 뜻입니다. 사막이 있는 주에 눈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 반전인데요, 네바다주 서쪽 주 경계선을 이루는 시에라네바다(Sierra Nevada) 산맥의 만년설에서 유래한 명칭입니다. 이 지역 자동차 번호판을 보면 '은의 주(The Silver State)' 혹은 '전쟁 속에서 태어난 주(Battle Born State)'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는데, 이런 문구는 네바다의 지형과 역사적 정체성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네바다의 지형과 날씨 특성을 보면, 왜 이곳이 미국에서 가장 건조하고 척박한 땅이 되었는지 알 수 있다면서요?
기자: 네, 미국 내무부 지질조사국(USGS)의 북미 기후 지표를 분석해 보면, 네바다주는 미국 50개 주 중에서 연간 강수량이 가장 적은, 가장 건조한 지역입니다. 주 영토의 대부분이 거대한 '그레이트 베이슨(Great Basin) 대분지' 사막에 속해 있기 때문인데요.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고온다습한 수증기가 서쪽의 높은 시에라네바다 산맥을 넘으면서 모조리 비나 눈으로 쏟아지고, 산맥을 넘어온 바람은 극도로 건조해지는 이른바 '비 그늘(Rain Shadow) 효과' 때문입니다. 이같은 기후 조건 때문에 농업을 위한 대량 재배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척박한 황무지가 되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이런 거친 사막 지형 위에서 네바다가 미국의 정식 주(State)로 승격되고 영토를 확정 짓게 된 역사적 배경은 무엇인가요? 네바다주의 별칭인 ‘은’과도 연관이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네바다주가 '은의 주'라고 불리는 이유는 거대한 광업 개척사 때문인데요. 뉴멕시코와 마찬가지로 네바다 역시 1848년 미국-멕시코 전쟁의 승리로 미국령이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인구가 적어 주로 승격될 조건이 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1859년, 네바다주 북부 리노 인근의 '콤스톡 광맥(Comstock Lode)'에서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은(silver) 광산이 발견되면서 골드러시를 능가하는 '실버러시(Silver Rush)'가 일어났고, 전 세계의 자본과 광부 유동 인구가 폭발적으로 유입되기 시작했습니다.
진행자: 은광을 발견한 것이 네바다주의 운명을 바꾼 셈이군요. 그런데 주 승격 시기가 미국의 가장 아픈 역사인 '남북전쟁' 시기와 맞물려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1864년 남북전쟁이 한창이던 시절,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전쟁과 정치적 목적을 고려해 네바다를 정식 주로 편입하는 일을 서둘렀습니다. 네바다주는 풍부한 은광 자원을 보유하고 있었고, 주로 승격되면 연방 의회와 대통령 선거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인구가 당시 기준에 미치지 못했지만 링컨 대통령은 그해 10월 31일 네바다주를 미국의 36번째 주로 승격시켰습니다. 그런데, 주 헌법 전문을 워싱턴 D.C.로 보낼 기차편이 없자, 전 세계 역사상 가장 긴 분량의 전보를 전신 타자로 하루 만에 타전해 승인을 받은 일화는 유명합니다.
진행자: 사막의 척박한 고립과 개척의 역사가 깊은 곳인데, 그렇다면 라스베이거스를 상징하는 독특한 '뷔페 문화' 역시 이러한 가혹한 사막 지형의 한계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나요?
기자: 그렇습니다. 전 세계 관광객들을 사로잡은 라스베이거스의 '무제한 뷔페' 문화는 바로 이 사막 개척사에서 출발했습니다. 사막 한가운데 위치한 지리적 고립성 때문에 라스베이거스는 과거 식자재 조달을 위한 물류 비용이 극도로 높았습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40년대 최초의 카지노 호텔들이 24시간 도박에 몰두하는 광부들과 유동 인구를 밤새 붙잡아두기 위해 단돈 1달러에 음식을 무제한 제공하던 뷔페가 그 시초입니다. 척박한 사막 지형에서 고객의 체류 시간을 극대화하기 위해 설계된 철저한 상업적 전략이 네바다 음식 문화의 뿌리가 된 셈입니다.
진행자: 뷔페 문화의 출발점마저 사막의 한계를 극복하려던 생존 방정식이었다니 참 흥미롭습니다. 이 외에 지질학자들과 관광객들이 찾는 네바다만의 대표적인 자연 명소는 어떤 게 있을까요?
기자: 남부의 척박한 사막 아래에 위치한 세계적인 자연경관인 '데스밸리(Death Valley) 국립공원'의 일부와 북부 고산지대에 위치한 '타호 호수(Lake Tahoe)'가 공존하는 지형이 압권입니다. 특히 타호 호수는 해발 1천897m의 고지대에 위치한 북미 최대의 고산 호수로, 사막 한가운데에 청정 수자원이 수백억 톤 규모로 유지될 수 있는지 지질학적 미스터리로 통합니다. 반면, 남부의 사막 지형은 수억 년 전 고대 해양이 증발하며 남긴 거대한 암염 지층과 풍화 작용이 결합하여 외계 행성을 연상시키는 기괴한 암석 협곡들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네, 잘 들어봤습니다. 김철한 기자였습니다.
VOA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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