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미국의 혁신, 문화, 그리고 미국 50개 주 소개까지, 미국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 드리는 구석구석 USA, 김철한 기자와 함께합니다. 오늘은 어떤 주제에 관해 이야기해 볼까요?
기자: 네, 가을바람이 불면서 날씨가 쌀쌀해지고 있습니다. 보통 정원 가꾸기나 꽃구경하면 ‘봄’을 먼저 떠올리시는데요. 지금 미국에서는 '가을철 정원 가꾸기'와 '반려 식물 키우기'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진행자: 날씨도 점점 추워지고 나뭇잎도 떨어지는 가을인데, 미국인들이 왜 하필 지금 식물과 정원 가꾸기에 한창인가요?
기자: 여기엔 재미있는 '식물의 비밀'이 숨어 있습니다. 미국의 가을은 선선한 바람이 불면서 땅속 수분량이 늘어나고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시기입니다. 그래서 다음 해 봄에 피어날 알뿌리(구근) 식물들, 대표적으로 튤립이나 수선화, 무스카리 같은 식물들은 가을철인 10월과 11월에 땅에 심기에 지질학적으로 적기입니다. 지금 심어둬야 혹독한 겨울을 버티고 내년 봄에 예쁜 꽃을 피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봄에 예쁜 정원을 보려면 지금부터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는 거였군요. '가을에 심는 알뿌리' 식물 덕에 정원 가꾸기가 인기를 얻고 있다는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그리고 가을이 되면 미국 주택가 풍경을 바꾸는 흥미로운 '트렌드'가 하나 더 있습니다. 요즘 미국 마트나 화원에 가보면 가을을 대표하는 꽃인 국화(Chrysanthemum)는 물론이고, '장식용 양배추(Ornamental Cabbage)'가 매대를 채우고 있습니다.
진행자: 양배추요? 마트 식료품 판매대가 아니라 화원에 먹는 양배추를 심는다는 겁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다만 식용이 아니고 관상용인데요. 이 장식용 양배추는 날씨가 추워질수록 보라색, 핑크색, 흰색으로 화려하게 물이 듭니다. 영하의 추위에도 강해서 미국인들은 현관 앞 계단이나 테라스에 호박, 국화 화분, 그리고 이 장식용 양배추를 겹겹이 층을 내서 배치하는 '테라스 문화(Patio Culture)'를 즐깁니다. 낙엽이 지면서 황량해진 집 안팎을 화려하고 풍성하게 꾸미는 겁니다.
진행자: 가을인데, 오히려 더 화려한 색감으로 집을 꾸미는 거군요. 그런데 요즘은 동네 화원에서 화분 하나 사 오는 일상적인 문화를 넘어, 대기업들이 뛰어들면서 신기한 '스마트 기술'까지 더해졌다면서요?
기자: 네, 미국 식물 시장이 커지면서 대형 상점이나 브랜드가 이색적인 전략으로 고객들을 유치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마트에서 식물을 사면 스마트폰 앱을 같이 내려받게 하는데요. 이 앱은 인공지능(AI) 식물 의사 선생님이 되어서 소비자가 키우는 식물의 상태를 진단해 줍니다. 화분에 스마트 센서를 꽂아두면 "가을 일조량이 부족하니 창가로 옮겨주세요", "지금 토양 수분이 부족해 아파하고 있어요" 하고 맞춤형 가이드라인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거죠. 여기에 멈추지 않고, 가을철에 필요한 영양제나 비료를 정기 구독 서비스로 집 앞까지 직접 배송해 주면서 추가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렇게 대형 유통업체가 전면에 나서서 시장을 장악하면, 동네의 작은 꽃집이나 지역 소상공인 농가들은 경쟁에서 밀려서 힘들어지지 않을까요?
기자: 네, 실제로 대기업들의 독점을 우려한 소규모 화원이나 농가들의 반발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미국의 지역 자치단체들은 상생 지침을 만들었습니다. 대형 할인점이 식물을 대량으로 판매하려면, 반드시 그 지역 인근의 로컬 농가로부터 식물 자원을 조달(Local Sourcing)하도록 의무화하는 지침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다시 말해, 대기업 유통망을 통해 지역 농가의 식물을 파는 구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덕분에 대형 할인점의 가을 식물 특수가 대기업만 배불리는 게 아니라, 지역 소상공인 농가의 매출로도 연결되고 있습니다. 더불어 인근의 물류 트럭 기사들이나 배송 부대시설까지 지역 경제도 활력을 얻는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진행자: 네, 김철한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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