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미국의 혁신, 문화, 그리고 미국 50개 주 소개까지, 미국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 드리는 구석구석 USA입니다. 김철한 기자 나와 있습니다. 오늘은 어떤 주제에 관해 이야기해 볼까요?
기자: 미국의 야간 문화 시장에서 아주 이색적인 공간이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 대도시 청년들이 가을밤에 유흥가 대신 독립 서점으로 대거 몰려들고 있습니다.
진행자: 저녁 시간에 유흥 업소나 운동 시설이 아닌 서점으로 청년들이 몰린단 말인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과거의 자극적인 심야 유흥 대신, 차분하면서도 가치 있는 밤을 보내려는 미국 대도시 직장인들의 수요가 유통 시장의 지표를 바꾸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 서 있는 공간이 바로 미국의 지역 독립 서점들입니다. 뉴욕, 워싱턴 D.C., 시애틀 등의 서점들은 해가 지면 문을 닫는 전통적인 운영 방식에서 탈피했습니다.
진행자) 그럼, 밤에 어떤 식으로 운영하는 건가요?
기자) 밤이 되면 고급 와인이나 수제 맥주를 마시며 깊이 있는 심야 독서 토론을 하거나, 지역 밴드의 라이브 재즈 공연을 감상하는 '야간 사교 클럽' 형태로 체질을 바꾸고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서점협회(ABA) 보고서의 실측 통계에 따르면, 이처럼 서점의 공간 경험을 다각화하고 야간 운영을 도입한 서점들의 2025년 전체 매출은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약 2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심야 토론이나 재즈 공연 같은 문화 행사 전용 티켓 판매량은 33%나 큰 폭으로 증가하며 야간 사교 모임의 성장세를 지표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서점이 밤이 되면 가장 트렌디한 사교 활동의 중심지로 변한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청년층이 이토록 서점의 밤에 열광하는 실제 배경은 무엇인가요?
기자: 가장 큰 요인은 ‘느슨하지만 안전한 소속감’에 대한 갈증, 그리고 공간 심리학에서 말하는 ‘제3의 치유 공간’을 찾는 수요입니다. 기존의 밤 문화 공간인 클럽이나 바(bar)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제공한다는 건데요. 서점이라는 공간은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나와 비슷한 취향과 교양 수준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있을 것이라는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합니다. 현장 조사에 참여한 한 직장인은 "책이 진열된 공간 특유의 정돈된 분위기가 주는 안도감이 있다”면서, “이곳에서는 과도한 음주나 무례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믿음 덕분에, 처음 보는 타인과도 편안하고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즉, 밤을 소비하는 기준이 ‘스트레스 해소’에서 ‘안전한 취향의 공유’로 이동한 결과입니다.
진행자: 야간에 주류를 판매하고 대형 문화 행사를 기획하려면 전문적인 인력과 추가 비용이 들 텐데요. 독립 서점들이 이러한 경영상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고 있습니까?
기자: 네, 지역 상권과 협업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최근 미국의 독립 서점들은 주류를 포함한 식사나 음료 서비스를 직접 운영하는 무리수를 두지 않습니다. 대신 인근의 수제 맥주 양조장이나 동네 빵집 등 지역 소상공인 브랜드에 밤 시간대 매장을 빌려주는 ‘공간 대여와 수익 배분’ 방식을 취합니다. 서점은 검증된 공간과 충성 고객층을 제공하고, 파트너사는 전문 서비스 인력을 책임지기 때문에 서점 측의 추가 고정비 부담은 사실상 없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가격 경쟁 때문에 낮 시간대 도서 판매만으로는 충분한 이윤을 남기기 어렵지만, 야간 문화 행사 입장료와 주류 수익은 일반 서적 구매 대비 고객 1인당 매출(객단가)을 최대 4배 이상 끌어올리며 서점의 생존 방정식을 새로 쓰고 있습니다.
진행자: 술을 판매하려면, 면허가 있어야 할 텐데요. 이런 법적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습니까?
기자: 최근 미국의 지자체들은 '상생형 상업 조례안’을 도입하며 주류 면허 규제를 완화하고 있습니다. 워싱턴 D.C. 등의 지자체에서는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책으로 채우는 서점에 한해, 야간 문화 행사 시 맥주와 와인을 판매할 수 있도록 전용 면허(Class D 등)를 신설해 승인해 주는 추세입니다. 또한 직접 주류 면허를 따기 어려운 중소 서점들은 앞서 말씀드린 대로 면허를 이미 보유한 로컬 수제 맥주 양조장과 제휴하여 파트너사가 술을 공급, 판매하고 서점은 장소만 제공하는 방식으로 법적 규제를 우회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서점에서 술을 마시고 소란을 피우는 경우는 없나요?
기자) 아직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제로 주요 카운티의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이러한 야간 문화 서점이 활성화된 지역은 일반 유흥가에 비해 유동 인구의 건전한 소비액은 늘어난 반면, 주류 섭취로 인한 소란이나 강력 사건 발생률은 오히려 22%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자체 입장에서도 경찰력을 투입해 치안을 단속하는 비용을 아끼는 셈이죠. 이 때문에 미국 지자체들은 규제 중심의 행정에서 벗어나, 상생형 조례를 통해 서점들의 주류 면허 규제를 대폭 완화해 주는 등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진행자: 네, 구석구석 USA, 오늘은 야간 사교 모임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서점들 얘기였습니다. 김철한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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