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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카세트테이프의 부활

카세트 테이프
카세트 테이프

진행자: 미국의 혁신과 문화, 일상 속 흥미로운 트렌드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USA’입니다. 오늘도 김철한 기자와 함께합니다. 오늘은 어떤 소식을 준비하셨나요?

기자: 요즘은 음악을 들을 때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일 텐데요. 최근 미국에서는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아날로그적인 음악 저장 매체가 다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바로 플라스틱 케이스 안에 자성 테이프가 감겨 있는 ‘카세트테이프’ 이야기입니다.

진행자: 카세트테이프요? 1980년대나 90년대에 길거리나 자동차 안에서 흔히 듣던 그 추억의 물건이 다시 돌아왔다는 말씀인가요?

기자: 맞습니다. 다들 서랍 속 추억으로만 생각했던 카세트테이프가 미국 음악 시장에서 부활했습니다. 미국은퇴자협회(AARP)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카세트테이프 음반 판매량은 2025년에 60만 장이 넘었습니다. 2014년 당시 연간 판매량이 고작 5만 장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12배 가까이 급성장했습니다. 스마트폰 터치 한 번이면 세상 모든 음악을 스트리밍으로 들을 수 있는 시대에, 수십 년 전 기술이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겁니다.

진행자: 어떤 음반들이 이렇게 카세트테이프의 흥행을 이끌고 있습니까?

기자: 흥미롭게도 과거의 향수를 가진 기성세대뿐만 아니라, 요즘 젊은 세대들이 열광하는 팝스타들이 이 열풍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현재 글로벌 팝 시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가수 가운데 한 명인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의 새 앨범들이 카세트테이프로 출시되면서 장당 수만 개씩 팔려 나갔고요. 빌리 아일리시(Billie Eilish)나 올리비아 로드리고(Olivia Rodrigo) 같은 젊은 스타들의 한정판 카세트테이프 역시 발매 직후 48시간 만에 완판되는 기록을 세우고 있습니다. 여기에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Guardians of the Galaxy)’처럼 레트로 감성의 음악이 핵심이 되는 유명 영화의 사운드트랙 음반들도 카세트테이프 시장의 엄청난 흥행 수표로 자리 잡았습니다.

진행자: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아날로그가 주는 특유의 감성은 대체할 수 없는 모양입니다. 젊은 세대가 카세트테이프에 매력을 느끼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기자: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소장 가치’입니다. 디지털 음원은 눈에 보이지 않고 내 손에 쥘 수 없지만, 카세트테이프는 앨범 표지가 인쇄된 재킷과 플라스틱 케이스를 직접 만지고 소장할 수 있는 ‘실물 기념품’ 역할을 합니다. 실제로 카세트테이프를 사는 젊은이들 중에는 집에 플레이어가 없는데도 굿즈처럼 수집하기 위해 구매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미국의 음악 시장조사기관인 ‘뮤직워치(MusicWatch)’가 실물 음반 구매자들을 대상으로 감성 공감도를 조사한 결과, 카세트테이프 소지자들이 음원에 느끼는 ‘정서적 애착 지수’가 일반 CD 구매자보다 31%, 심지어 바이닐(LP) 구매자보다도 12%나 높게 나타났습니다.

두 번째는 ‘불편함이 주는 매력’인데요. 음악을 건너뛰려면 테이프가 감기는 시간을 직접 기다려야 하고, 가끔 지지직거리는 특유의 따뜻하고 거친 음색이 미국 Z세대에게 오히려 신선하고 ‘힙한’ 문화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플레이어가 없는 사람도 지갑을 열게 만들 정도라면, 실제로 집에서 이를 들을 수 있는 재생 기기도 미국 시장에서 같이 많이 팔리고 있나요?

기자: 네, 알맹이인 테이프가 인기를 끌면서 자연스럽게 이를 재생하는 기기 시장도 덩달아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글로벌 가전 시장 전문 조사기관인 ‘데이터인텔로(DataIntelo)’에 따르면, 전 세계 카세트 플레이어 시장 규모는 2030년까지 25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었으며, 그중 북미 시장이 약 32%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형 패션·라이프스타일 유통업체인 ‘어반 아웃피터스(Urban Outfitters)’ 등에서는 과거 80년대를 연상시키는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 일명 '워크맨' 스타일의 기기들을 전면에 내세워 판매하고 있는데요. 흥미로운 점은 옛날 디자인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무선 이어폰이나 헤드폰과 연결할 수 있는 '블루투스 기능'을 탑재하는 등 현대적인 편리함을 더한 하이브리드형 기기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진행자: 이런 복고풍 열풍이 음반 업계 전반에는 어떤 경제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기자: 네, 사실 카세트테이프의 부활은 몇 년 전부터 시작되어 이미 미국에서 10억 달러 규모 시장으로 성장한 '바이닐(LP) 레코드'의 부활과 그 맥을 같이 합니다. 대형 음반사들뿐만 아니라 인디 레이블과 무명 가수들에게도 새로운 수익원이 되고 있는데요. 제작 공정이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들며 생산에만 수개월이 걸리는 바이닐(LP)에 비해, 카세트테이프는 대량 복제(duplication) 비용이 훨씬 저렴하고 생산 기간도 대단히 짧습니다.

이 때문에 자본이 부족한 독립 음악가나 소규모 인디 밴드들이 자신의 실물 음반을 팬들에게 빠르고 경제적으로 선보일 수 있는 돌파구가 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의 대표적인 카세트 제조사인 미주리주의 '내셔널 오디오 컴퍼니(National Audio Company)'는 현재 전 세계 약 5천여 개의 독립 인디 레이블에 매년 3천만 장 이상의 카세트테이프를 공급하며 활발히 공장을 가동 중입니다. 결과적으로 미국 음악 시장에서 실물 음반 소비라는 하나의 거대한 '레트로 경제' 생태계가 상생 구조로 더욱 견고해지는 효과를 낳고 있습니다.

진행자: 네, 잘 들어봤습니다. 김철한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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