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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에 숨겨진 미국의 역사, 매머드 동굴 국립공원

미국 켄터키주의 매머드 동굴
미국 켄터키주의 매머드 동굴

진행자: 미국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건국 250주년을 맞아 되돌아보는 미국 역사 이야기, ‘역사 속 아메리카 250’입니다. 조진우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진행자: 오늘은 세계에서 가장 긴 동굴로 알려져 있는 미국 켄터키주의 매머드 동굴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조 기자, 이 동굴 길이가 어마어마하죠?

기자: 네. 동굴 길이는 기관마다 조금 다르지만, 세계에서 가장 긴 것으로 인정받습니다. 미국 국립공원관리청(NPS)은 매머드 동굴의 통로가 조사된 길이만 약 686km를 넘는다고 소개하고 있고, 미국 지질조사국(USGS) 역시 동굴 통로가 651km가 넘는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동굴을 이루는 석회암은 약 3억 년 전 고대 바다에서 형성됐습니다. 이후 빗물과 지하수가 암석을 조금씩 녹이면서 동굴 통로가 만들어졌는데요. 국립공원관리청은 매머드 동굴의 가장 오래된 통로가 약 1천만 년 전부터 형성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물이 오랜 세월에 걸쳐 바위를 깎아 오늘날과 같은 거대한 지하 세계를 만든 겁니다.

진행자: 매머드 동굴은 길이가 길다는 것 외에도 특별한 가치를 인정받은 곳이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곳은 독특한 지질 구조와 동굴 생태계를 간직하고 있어 1981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습니다. 그보다 앞선 1941년에는 미국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는데요. 단순한 관광 명소를 넘어 보존할 가치가 큰 자연유산으로 인정받은 겁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곳에는 자연의 역사뿐 아니라 미국 사회의 역사도 담겨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매머드 동굴의 역사를 이해하려면 19세기 초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당시 동굴 안의 토양에서는 ‘초석(saltpeter)’이라고 불리는 질산칼륨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초석은 흑색화약을 만드는 데 필요한 주요 원료였는데요. 특히 1812년 미영전쟁 시기에는 화약 생산에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노예 신분의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동굴 깊숙한 곳에서 강제로 노동했습니다. 빛도 거의 없는 지하에서 오랜 시간 일해야 했고, 등불과 불에서 나오는 연기까지 견뎌야 했습니다. 미국의 독립과 국가의 생존을 지키는 데 필요한 자원을 생산했지만, 정작 이들은 자유를 누리지 못했던 겁니다.

진행자: 이후에는 관광 명소로 발전했는데, 그 과정에서도 노예 신분의 사람들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요?

기자: 맞습니다. 전쟁 이후 초석 생산의 중요성이 줄어들자, 매머드 동굴은 관광지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방문객을 안내할 숙련된 동굴 안내원이 필요했는데요. 이때 활약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스티븐 비숍(Stephen Bishop)입니다. 비숍은 1838년 동굴에 왔을 당시 노예 신분이었는데요. 방문객을 안내하는 일뿐만 아니라 아직 알려지지 않은 통로를 탐험하는 데도 참여했습니다. 오늘날 매머드 동굴의 유명한 공간과 탐험 경로 가운데 상당수는 비숍을 비롯한 초기 안내원들의 활동과 관련이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전등도 없고 정밀한 지도도 없던 19세기에, 스티븐 비숍은 어떻게 그렇게 복잡한 동굴 속에서 길을 찾고 새로운 통로를 발견할 수 있었을까요?

기자: 네, 당시에는 오늘날처럼 현대적인 탐사 장비가 없었습니다. 비숍은 동굴의 복잡한 지형을 기억하고 이해하는 능력이 뛰어났습니다. 그래서 직접 동굴을 탐험하며 통로와 지형을 익혔고, 관찰과 기억을 바탕으로 지도를 그렸습니다. 비숍은 동굴 안에서 화석과 지질 구조를 관찰하고, 지하 호수와 새로운 통로를 탐험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1840년대에는 동굴 안에서 눈먼 물고기와 같은 독특한 생물도 발견해 학자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비숍의 뛰어난 관찰력과 탐험 능력은 매머드 동굴을 세계적으로 알려진 탐험 장소로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진행자: 비숍이 동굴 탐험과 연구에 크게 이바지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노예 신분으로 관광객과 학자들을 안내하고, 새로운 통로를 탐험하며 매머드 동굴에 관한 지식을 넓히는 데 기여했는데요. 이후 자유를 얻었지만, 1857년 세상을 떠났습니다. 오늘날 국립공원에는 비숍을 비롯한 초기 동굴 안내원들이 묻힌 ‘옛 안내원 묘지’가 남아 있습니다. 비숍의 이야기는 동굴의 탐험 역사를 넘어, 당시 노예제 사회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남긴 업적을 돌아보게 합니다.

진행자: 자연유산을 소개하는 장소에서 노예제와 인종의 역사까지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지금 방문객들은 어떤 경험을 할 수 있습니까?

기자: 오늘날 매머드 동굴 국립공원에서는 안내원과 함께 동굴 안을 탐험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됩니다. 거대한 지하 공간과 좁은 통로,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암석 구조를 직접 볼 수 있습니다. 지상에도 숲과 계곡, 강이 펼쳐져 있어 하이킹과 카누 등 다양한 야외 활동을 즐길 수 있는데요. 자연경관만이 아니라, 동굴을 탐험하고 관광 명소로 발전시키는 데 기여한 사람들의 역사도 함께 살펴볼 수 있습니다.

진행자: 세계에서 가장 긴 동굴 시스템이라는 자연유산 속에 미국의 노예제 역사와 탐험의 유산을 함께 간직한 매머드 동굴 국립공원 이야기, 조진우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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