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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대북제재] 2. 위장취업·무기거래로 제재 회피…해외 조력자·자금줄 겨냥

호주 해군 호바트급 유도미사일 구축함 ‘시드니(Sydney∙DDG 42)’함이 북한의 불법 해상활동 감시 작전에 참가하기 위해 지난 지난 2024년 6월 베이스이스트 함대 본부에서 출항했다. 사진 = 호주 국방부.
호주 해군 호바트급 유도미사일 구축함 ‘시드니(Sydney∙DDG 42)’함이 북한의 불법 해상활동 감시 작전에 참가하기 위해 지난 지난 2024년 6월 베이스이스트 함대 본부에서 출항했다. 사진 = 호주 국방부.

이재명 한국 대통령의 제재 완화 제안이 나온 가운데, 전문가들은 북한의 회피망을 끊으려면 해외 거래 상대와 자금 통로를 겨냥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위장 IT 취업과 해외 노동, 북러 무기 거래를 뒷받침하는 연결망에 기존 제재를 강력히 집행할 자원과 국가 간 협력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대북제재의 효과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북한의 회피망과 집행 부족을 지목했습니다. 특히 북한과 거래하는 해외 기업과 자금 통로를 겨냥해 기존 제재를 더 강하게 집행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습니다.

“제재는 부담…핵 포기 강제하기엔 턱없이 부족”

북한과의 협상에 관여했던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VOA에 “현재 제재는 북한에 큰 부담이지만, 핵 포기를 강제할 수준의 압박과는 거리가 멀다”고 평가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역대 미국·한국 정부는 북한이 생존과 핵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압박하는 방안을 택하지 않았다”며 “위험이 너무 크다고 봤고, 이를 추진할 정치적 의지도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 “It's also important to remember that the current array of international, multilateral, and unilateral sanctions -- while a serious burden for North Korea -- are nowhere near the level of intensity, depth, and power that would be required to ensure that the DPRK makes the right choice about ending its nuclear program. Over the years, successive U.S. and ROK governments have opted NOT to impose that level of pain on the regime -- pain that would have forced Pyongyang to choose between survival and nukes. The risks of such an approach were deemed too high, and the political will to pursue such an approach was never there.”

“신분·접속 장소 위장…미국 내 조력자 단속”

미 연방수사국(FBI)은 VOA에 “일부 북한 IT 인력은 미국인의 신원을 빌리거나 도용해 정체를 숨긴 채 미국 기업에 원격 취업하고, 회사 노트북은 미국 내 조력자에게 맡긴다”며 “이런 ‘노트북팜’을 통해 북한이나 다른 해외 지역에서도 미국에 있는 것처럼 회사 전산망에 접속한다”고 밝혔습니다.

[FBI] “Some IT workers secure remote freelance work from unwitting U.S. employers, by leasing or stealing the identities of U.S. persons and through the support of persons located in the U.S. to host employer issued laptops on their behalf. These “laptop farms” enable the IT worker’s ability to access their employers’ networks from seemingly U.S. locations, while they really are in the DPRK or elsewhere overseas.”

미 법무부는 북한의 제재 회피 수법을 묻는 VOA의 질의에 “IT 인력 대다수는 유엔이 금지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비롯해 첨단 재래식 무기 개발·거래에 직접 관여하는 기관에 소속돼 일한다”며, 미국 기업에서 받은 급여로 정권을 지원한다고 밝혔습니다.

[미 법무부] “As detailed in a May 2022 advisory, the vast majority of IT Workers are subordinate to and working on behalf of entities directly involved in the DPRK’s UN-prohibited WMD and ballistic missile programs, as well as its advanced conventional weapons development and trade sectors.”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공개 수배 중인 대북제재 위반자 명단. 출처 = FBI 웹사이트 캡처.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공개 수배 중인 대북제재 위반자 명단. 출처 = FBI 웹사이트 캡처.

법무부가 VOA에 제시한 2024년 12월 기소 사건에서는 북한 국적자 14명이 위장 취업망에 관여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이들이 일한 업체는 북한이 통제하는 중국의 옌볜실버스타와 러시아의 볼라시스실버스타로, 법무부는 “두 업체가 최소 130명의 북한 IT 인력을 고용해 북한을 위해 약 8천800만 달러를 벌었다”고 밝혔습니다.

[미 법무부] “These two organizations generated approximately $88 million for the DPRK and collectively employed at least 130 North Korean IT workers — referred to within these organizations as “IT Warriors.””

법무부는 당시 기소장에 미국인에게 돈을 주고 가짜 신분으로 면접·회의에 대신 참석시키고, 허위 웹사이트로 경력을 꾸민 수법도 담겼다고 설명했습니다. 법무부는 별도로 위장 IT 인력이 기업 자료를 빼내 돈을 요구한 사례도 제시했습니다. 탈취 자료에는 미국의 국제무기거래규정(ITAR)이 적용되는 정보도 포함됐습니다.

위장 취업을 돕는 조력자와 급여 계좌, 접속 장비를 겨냥한 단속도 이어졌습니다. 법무부는 지난해 6월, 16개 주에 걸친 단속으로 금융계좌 29개와 허위 웹사이트 21개, 컴퓨터 약 200대를 압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당시 발표에 포함된 사건에서는 북한을 위해 500만 달러 넘는 수입을 올린 위장 취업망을 도운 미국인 2명이 지난 4월 각각 징역 9년과 7년 8개월을 선고받았습니다.

법무부는 13일에도 위장 취업을 도운 혐의로 미국인 2명을 체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법무부에 따르면 이 위장 취업망은 70곳이 넘는 미국 기업을 속여 약 300만 달러의 수입을 올렸습니다. 별도로 지난달 21~25일 텍사스의 40곳 넘는 주거지에서 수색 등 단속을 벌였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작전 전체에서 압수한 노트북과 원격 접속 장치는 약 187대입니다.

미국 법무부는 2025년 7월 북한 IT 노동자들의 미국 기업 위장 취업에 악용된 이른바 '노트북 농장'의 압수수색 당시 사진을 공개했다.
미국 법무부는 2025년 7월 북한 IT 노동자들의 미국 기업 위장 취업에 악용된 이른바 '노트북 농장'의 압수수색 당시 사진을 공개했다.

다국적제재모니터링팀(MSMT) 참여국들은 지난달 16일 공동성명에서 북한이 2019년 해외 노동자 송환 시한 이후에도 지난해 해외 노동으로 4억 5천만~8억 달러를 벌었다고 추산했습니다. 같은 날 공개된 MSMT 보고서는 “러시아 정부가 북한 노동자를 학생으로 위장하는 비자 수법을 만들었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 물류망으로 무기 거래…제재 선박도 운항”

북러 무기 거래에서는 구매국인 러시아가 운송망까지 제공해 제재 집행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북러 무기 운송을 조사한 영국 오픈소스센터(OSC)의 조 번 선임분석가는 VOA에 “핵심 문제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북한의 이웃 국가인 러시아의 자체 물류망으로 이뤄지는 국가 간 거래라는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조 번 / 오픈소스센터 선임분석가] “The core problem in the DPRK - Russia munitions pipeline is that this is a state-to-state transfer run through a permanent Security Council member's own logistics system, which is also a neighbouring country.”

번 선임분석가는 “이 경로의 러시아 선박 4척이 여러 국제 제재를 받고 있지만, 2척은 여전히 운항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선박들이 자동식별장치(AIS)를 끄고 운항해 위성사진마다 선박을 개별적으로 식별해야 했고, 구름 때문에 관측 공백도 생겼다”고 설명했습니다.

[조 번 / 오픈소스센터 선임분석가] “The vessels also hide their movements. They conduct these operations with their AIS transponders off, so we had to identify each ship in each satellite image, and cloud cover creates further gaps.”

지난 2024년 10월 16일 북한 무기를 실은 러시아 선박 앙가라호가 북한 라선의 라진항에서 출발했다며 한국 국가정보원(NIS)이 위성사진을 공개했다.
지난 2024년 10월 16일 북한 무기를 실은 러시아 선박 앙가라호가 북한 라선의 라진항에서 출발했다며 한국 국가정보원(NIS)이 위성사진을 공개했다.

해상에서는 선박의 신분과 화물 상태까지 감추는 수법도 쓰입니다.

뉴질랜드군 대변인은 VOA에 “북한은 ‘그림자 선단’과 기만적인 선박 간 환적으로 유엔 제재를 우회한다”며 “AIS 신호를 위조하거나, 깃발을 제거하고 선박 이름을 덧칠해 신분을 숨긴다”고 밝혔습니다.

또 “화물을 조작해 화물 적재량이 많거나 없는 것처럼 보이도록 흘수를 바꾸기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흘수는 선체가 물속에 잠긴 깊이입니다.

[뉴질랜드군 대변인] “Deception tactics used include vessels turning off automatic identification systems, spoof signals, vessel identity laundering such as removing flags and painting over vessel names, and draft alteration where crews manipulate cargo to pretend a ship is heavily loaded or empty.”

대변인은 최근 파견에서 얻은 정보는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해상 감시 정보 공유…선박 재등록 제한도 제안”

뉴질랜드군 대변인은 감시 결과가 제재 집행에 어떻게 쓰이는지 묻는 VOA의 질의에 “관측 자료와 정보는 태평양 해상안보 정보교환체계에 전달돼 후속 작전을 위한 분석에 쓰인다”고 밝혔습니다.

[뉴질랜드군 대변인] “Observations and information are passed on to the Pacific Security Maritime Exchange for analysis to inform subsequent operations.”

뉴질랜드군은 지난 4월 P-8A 해상초계 활동에서 감시 대상 선박 35척을 보고하고, 불법 물자의 선박 간 환적 의심 정황을 관측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제재 회피 의심 사례는 유엔에 보고하고, 외교 경로로 해당 선박의 기국에도 문제를 제기한다고 밝혔습니다.

호주 국방부도 지난달 23일 ‘아르고스’ 작전에 P-8A 해상초계기를 투입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불법 해상 이전을 감시·보고·예방하는 다국적 집행조정반과 협력한다는 설명입니다.

뉴질랜드 공군 소속 P-8A 포세이돈 해상초계기
뉴질랜드 공군 소속 P-8A 포세이돈 해상초계기

회피 선박의 운항을 제약할 방안으로는 선박등록기관의 공조가 제안됐습니다.

번 선임분석가는 “외국 국적 선박이 관여한 일부 회피 사례에서는 등록기관들이 공조해, 국적 등록이 취소된 선박이 다른 곳에 곧바로 재등록하지 못하도록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조 번 / 오픈소스센터 선임분석가] “In some cases involving DPRK sanctions evasion and vessels with foreign flags, registries could coordinate so that de-flagged ships can't quickly reflag elsewhere.”

그는 “유엔 전문가패널 해체 이후 상업 위성사진과 공개정보 증거가 위반을 공개적으로 기록하는 주요 수단 중 하나가 됐다”며 “구독하는 누구나 위성사진을 이용할 수 있는 만큼, 국가들이 행동하기로 선택한다면 활용할 수단은 있다”고 밝혔습니다.

[조 번 / 오픈소스센터 선임분석가] “But also, since the UN Panel of Experts was disbanded, commercial satellite imagery and open-source evidence have become one of the main ways to keep a public record of these violations. That imagery is available to anyone who subscribes to those services, so states have the tools to act if they choose to.”

“회사명 바꿔 제재 회피…해외 거래 상대 겨냥”

북한 경제 관료 시절 중국 다롄 주재 대흥총회사 지사장을 맡았던 리정호 씨는 VOA에 북한 국영기업들이 제재에 대비해 다른 회사명을 미리 마련해둔다고 말했습니다.

[리정호 / 전 북한 경제 관료] “우리가 가지고 있던 회사도 ‘대흥총회사’였지만 다른 이름 3개가 있었습니다. 내부에서 늘 대안을 만든단 말이에요. 왜냐하면 제재를 가하면, 이름을 이렇게 바꾸라, 대성회사를 광복회사로 바꾸라든지, 이런 자기네 매뉴얼이 다 있단 말이에요.”

북한의 주요 외화벌이 기관인 대흥총국에서 무역관리국 국장을 지낸 리정호 씨(오른쪽)가 VOA 백성원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북한의 주요 외화벌이 기관인 대흥총국에서 무역관리국 국장을 지낸 리정호 씨(오른쪽)가 VOA 백성원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리 씨는 제재의 초점을 북한 기업의 이름에서 실제 거래 관계로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리정호 / 전 북한 경제 관료] “그래서 북한 내부를 제재하는 건 어렵고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회사, 러시아 회사를 찾아서 그 회사를 제재하면 그 회사들이 북한 물건을 받지 못하잖아요. 그리고 북한에 수출을 못하잖아요. 대북제재가 이걸 차단시켜야 한다 이겁니다.”

리 씨는 중국·러시아 기업의 달러 결제와 미국 금융망 연결을 압박 수단으로 들면서 ‘2차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노동자를 쓰는 러시아 물류업체도 제재 대상으로 거론했습니다.

북한 노동자를 고용한 해외 기업을 겨냥한 조치도 나왔습니다. EU 이사회는 12일 러시아 부동산 개발기업 사몰레트그룹과 최고경영자를 제재 명단에 올렸습니다. 블라디보스토크 건설사업에 북한 노동자를 고용해 유엔 제재를 위반했다는 이유입니다.

“급여·거래 대금이 오가는 금융 통로 겨냥”

해외 거래 상대와 함께 급여와 거래 대금이 오가는 자금 통로를 겨냥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브루스 벡톨 앤젤로주립대 교수는 VOA에 “제재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자금을 겨냥하는 것”이라며 “확산방지구상(PSI)도 매우 중요하지만, 북한과 중동·아프리카, 특히 러시아를 잇는 공급망을 끊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브루스 벡톨 / 앤젤로주립대 교수] “So going after the money is what will be most effective in our sanctions. In other words, the proliferation security initiative is very important, but that's not the most effective way of stopping the supply chain between North Korea and the Middle East and Africa and especially Russia.”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지난 6월 공개 성명에서 북한이 위장회사와 불투명한 소유구조를 제재 위반에 이용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은행과의 환거래 관계를 끊고, 북한을 대신한 거래에는 강화된 실사를 적용하라고 촉구했습니다.

미 재무부는 지난 3월 북한인들에게 환전 서비스를 제공한 베트남 업체와 대표를 제재했습니다. 재무부는 이 대표가 2023년 중반~2025년 중반 업체를 통해 암호화폐로 바꿔준 약 250만 달러에 북한 IT 인력의 불법 소득도 포함됐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024년 5월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주재 미국대사와 50개국 대표들이 뉴욕 유엔본부에서 대북제재 이행에 관한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 2024년 5월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주재 미국대사와 50개국 대표들이 뉴욕 유엔본부에서 대북제재 이행에 관한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기존 제재 집행이 우선…자원·동맹 공조가 관건”

해외 회피망에 대응하는 국가 간 공조는 정부의 제재 이행 방침에서도 강조됩니다.

캐나다 외교부는 VOA에 “동맹·협력국들과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를 강력하게 이행하고 북한의 제재 회피에 대응하는 협력을 계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캐나다 외교부] “We will continue to work with our allies and partners to robustly implement UN Security Council sanctions on North Korea and counter its sanctions evasion efforts.”

벡톨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새 제재를 마련하는 것보다 기존 제재를 강력하게 집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브루스 벡톨 / 앤젤로주립대 교수] “We need to do what's most important for us is not so much putting new sanctions in place, but in strongly enforcing the sanctions that are already in place.”

그는 “자금을 겨냥할 권한은 제재에 근거해 분명히 있다”면서도 “이를 실행하려면 많은 자원과 미국 동맹국들의 상당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브루스 벡톨 / 앤젤로주립대 교수] “The most effective way to stop that is to go after the money, and we clearly have the authority to do that based on the sanctions. But it takes a lot of resources and it takes a lot of cooperation from the United States allies, and that's what needs to happen.”

벡톨 교수는 “특히 북한과 러시아의 거래를 뒷받침하는 불법 자금을 겨냥하는 데 더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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