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미국인들의 다양한 일상생활을 소개하는 ‘미국, 미국 속으로’ 시간입니다. 오늘도 김정우 기자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진행자)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준비하셨습니까?
기자) 네. 미국의 주택가를 지나다 보면 집 앞 잔디밭이나 차고에 옷과 가구, 장난감 등을 늘어놓고 판매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차고 세일(garage sale)’이라고 부르는 행사인데요. 오늘은 미국인들의 독특한 중고물품 거래 문화인 차고 세일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차고 세일은 미국 단독 주택가에서는 낯설지 않은 풍경이죠? 판매자가 가게를 따로 빌릴 필요도 없고, 손님도 매장에 들어가는 대신 집 앞에서 물건을 살펴볼 수 있는데요. 비슷한 용어로 마당에서 하는 ‘야드 세일(yard sale)’이란 것도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에서 차고 세일이나 야드 세일은 사실상 같은 개념입니다. 두 용어 모두 개인이 집에서 사용하던 물건을 집 앞에 내놓고 판매하는 행사를 의미합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우리말로는 집 앞 중고물품 장터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군요. 그런데 미국인들은 왜 이런 차고 세일을 하는 겁니까?
기자) 네.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집안 정리입니다. 오래 입지 않은 옷, 자녀가 커서 쓰지 않는 장난감, 새 가구를 들이면서 필요 없어진 의자처럼 멀쩡하지만 더 이상 쓸 일이 없는 물건이 생깁니다. 미국의 주택에는 지하실이나 차고, 창고처럼 물건을 보관할 공간이 있는 경우가 많지만, 그 공간도 계속 쌓아두면 부족해집니다. 차고 세일은 한꺼번에 물건을 정리하면서 소액의 수입도 얻는 방법인데요. 특히 이사할 때는 새집으로 옮기는 비용과 수고를 줄이려고 물건을 많이 내놓기도 합니다.
진행자)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만 이용하는 행사는 아니겠지요?
기자) 그렇습니다. 차고 세일은 특정 소득계층만의 문화로 보기 어렵습니다. 새 물건을 살 여유가 있어도 아직 쓸 수 있는 물건을 헐값에 버리는 것은 아깝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판매자에게는 공간을 비우는 일이 중요하고, 구매자에게는 필요한 물건을 저렴하게 구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이런 실용적인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겁니다.
진행자) 남이 쓰던 물건을 사는 데 대한 거부감은 없습니까?
기자) 개인에 따라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중고품을 적극적으로 찾지만, 위생이나 상태가 걱정돼 새 제품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래서 차고 세일에서도 옷의 얼룩이나 가구의 흠집, 전자제품의 작동 여부를 직접 확인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진행자) 차고 세일은 보통 언제 열리고, 손님들은 어떻게 알고 찾아갑니까?
기자) 네. 대체로 날씨가 온화한 봄부터 가을 사이에 열립니다. 주중에는 일하는 사람이 많으므로 토요일 오전에 시작하는 경우가 흔하고, 지역에 따라 금요일이나 일요일에도 엽니다. 판매자가 집 앞에 ‘차고 세일’이라고 쓴 표지판을 세우고 날짜와 시간을 적는데요. 주변 도로의 갈림길에 화살표가 그려진 안내판을 설치하기도 합니다. 요즘은 동네 온라인 게시판이나 지역 사회관계망서비스, 중고거래 사이트에 행사 날짜와 사진을 올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진행자) 동네 여러 집이 함께 차고 세일을 여는 경우도 있다고요?
기자) 네. 이를 ‘커뮤니티 야드 세일(community yard sale)’ 또는 ‘네이버후드 거라지 세일(neighborhood garage sale)’이라고 합니다. 같은 동네 주민들이 날짜를 맞춰 여러 집 앞에서 동시에 물건을 파는 방식입니다. 손님은 한 집만 방문하는 대신 걸어서 여러 집을 둘러볼 수 있고, 판매자로서는 방문객을 더 많이 모을 수 있습니다. 어떤 주택단지에서는 주민회가 행사를 알리거나 참여 가구의 위치를 안내하기도 합니다.
진행자) 실제로 가려면 일찍 움직이는 게 좋겠죠?
기자) 네. 인기 있는 물건은 일찍 팔릴 수 있기 때문에 좋은 물건을 먼저 보고 싶은 사람은 아침에 찾아갑니다. 반면 행사가 끝날 무렵에는 판매자가 남은 물건을 다시 집에 들이기 싫어 가격을 낮출 수 있습니다. 일찍 가면 선택의 폭이 넓고, 늦게 가면 흥정의 여지가 커질 수 있는 셈입니다. 물론 모든 판매자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
진행자) 차고 세일에 가면 구체적으로 어떤 물건을 살 수 있습니까?
기자) 종류가 무척 다양합니다. 옷과 신발, 책, 접시와 냄비 같은 주방용품, 작은 탁자나 의자, 장식품, 운동기구, 정원용 도구 등이 대표적입니다. 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아동복과 그림책, 블록 장난감, 자전거가 많이 나올 수 있습니다. 취미생활을 바꾸거나 집을 정리하면서 낚시용품이나 악기, 공구를 내놓기도 합니다. 한 집의 생활사가 물건에 그대로 드러나는 점도 재미있습니다. 아이들이 어린 집에는 유아용품이 많고, 이사를 준비하는 집에는 큰 가구가 많을 수 있죠. 오래된 음반이나 사진기, 도자기, 장식품 같은 물건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진행자) 가격은 보통 어느 정도입니까? 일반 상점보다 많이 저렴한가요?
기자) 네. 정해진 공통 가격은 없습니다. 판매자가 물건의 상태와 수요를 보고 직접 정합니다. 예를 들어 책 한 권이나 작은 생활용품을 1~2달러에 내놓기도 하고, 옷이나 장난감을 몇 달러에 파는 경우도 있습니다. 상태가 좋은 가구나 전동공구처럼 원래 가격이 높은 물건은 수십 달러 이상을 부르기도 합니다. 이것은 가능한 가격 사례이지 미국 전체의 평균 가격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진행자) 차고 세일에서는 물건값을 깎아 달라고 흥정해도 됩니까?
기자) 네. 바로 그 점이 일반 소매점과 다른 특징입니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는 붙어 있는 가격대로 계산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개인이 직접 판매하는 차고 세일에서는 가격을 물어보거나 조금 낮춰 달라고 요청하는 일이 자연스럽습니다.
진행자) 차고 세일을 찾아다니는 것 자체를 취미로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영어로 ‘거라지 세일 헌팅’ 또는 ‘야드 세일 헌팅’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보물찾기하듯 여러 집을 방문하면서 뜻밖의 물건을 발견하는 재미를 즐기는 겁니다. 오래된 레코드판이나 절판된 책, 특이한 그릇, 오래된 가구를 찾아다니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집에서 사용할 물건을 찾고, 어떤 사람은 수집품을 찾습니다.
진행자) 차고 세일이 이웃들과 어울리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까?
기자) 네. 이웃이 집 앞에 들러 물건을 구경하다가 근황을 묻고 대화를 나누는 일이 있습니다. 새로 이사 온 주민이 주변 사람들을 만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모든 차고 세일이 친목 행사인 것은 아닙니다. 물건을 빨리 팔고 정리하려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래도 온라인에서 사진만 보고 거래하는 것과 달리 얼굴을 마주한다는 특징은 분명합니다.
진행자) 그런데 요즘은 인터넷으로 중고물품을 사고파는 일이 많지 않습니까? 차고 세일도 영향받고 있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에서도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Facebook marketplace)’나 ‘크레이그리스트(Craiglist)’, 빈티드(Vinted) 같은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 중고품을 거래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에서는 사진과 설명을 올려 더 넓은 지역의 구매자를 찾을 수 있고, 특정 물건을 검색하기도 쉽습니다. 반면 차고 세일은 집에 있는 여러 물건을 하루에 한꺼번에 내놓고, 방문객이 현장에서 상태를 살펴본 뒤 바로 가져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미국의 차고 세일 문화를 살펴봤습니다. 지금까지 김정우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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