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안보 상황이 출렁일 때마다 투입 대상으로 뉴스에서 거론되는 미군 부대가 ‘제82 공수사단’입니다. 이 부대의 이름이 왜 자주 언급되는지, 공수부대의 준비태세와 활동 역량은 일반적인 미군과 어떻게 다른지, ‘미국 군사·안보 백브리핑’에서 자세히 들여다 보겠습니다. 오종수 기자 나와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기자) 네, 안녕하세요?
진행자) 오늘 공수부대 이야기를 해볼텐데요, 미군에서 대표적인 공수부대가 어떤 부대들인가요?
기자) 육군 제82 공수사단과 제101공수사단입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앞두고, 82공수와101공수가 프랑스 내륙에 낙하해서 다리와 교차로를 미리 장악했던 작전이 제2차 세계대전의 물줄기를 바꿔놓았던 걸로 평가되는데요. 노스캐롤라이나주 포트 브래그에 주둔하고 있는 82공수는 지금도 미국의 세계 전략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중동에서 안보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투입 대상에 오르내리며 뉴스에 등장하는 부대가 바로 82공수입니다.
앵커) 안보 위기 때마다 제82공수사단의 이름이 거론되는 이유가 있겠죠?
기자) 네. 82공수는 예하 부대에서 ‘즉각대응군(Immediate Response Force)’ 임무를 맡고 있습니다. 미군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명령을 내리면, 통보 후 18시간 이내에 전 세계 어디든 강습낙하로 전개할 수 있는 태세를 상시 유지하는 건데요. 18시간이라면, 명령 하달 후 만 하루가 채 안되는 시간에 세계 어느 곳이든 가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 이 임무를 맡은 대대 병력은 ‘임무 사이클’이라는 특수한 상태에 들어갑니다.
진행자) ‘임무 사이클’이 뭔가요?
기자) 휴가 중이라도 언제든 복귀 명령을 받을 수 있는 상태로 지냅니다. 82공수 장병들은 이걸 농담조로 ‘단거리 목줄’이라고 하는데요. 실제로 한 부사관은 ‘뉴이어스데이 이브(New Year’s Day Eve)’, 그러니까, 새해 전날에 집에서 쉬고 있다가 알림을 받고, 불과 몇 시간 만에 중동으로 출발했던 경험을 회고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일반적인 미군 부대와는 대비 체계가 다른 거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일반적인 미군 부대는 정해진 훈련·파병 주기에 따라 움직이는데요. 파병 통보는 충분한 시간 여유를 두고 미리 당사자들에게 전달됩니다. 하지만 즉각대응군 임무를 맡은 공수 병력은 언제 소집될지 모른다는 긴장감 속에서 일상 생활을 합니다. 이런 태세를 점검하기 위해 ‘비상전개태세훈련(EDRE)’이라는 불시 예행연습도 수시로 실시되는데요. 초기 경보부터 소집, 전개 절차까지 전부 실전처럼 진행됩니다.
진행자) 공수 부대가 실제 작전에 투입되면 어떤 식으로 움직입니까?
기자) 핵심 역할은 ‘강제 진입(Forcible Entry)’입니다. 강제 진입이란 건, 지상에서 접근로를 확보할 수 없는 곳을 하늘로 강제로 뚫고 들어간다는 말인데요. 적이 장악한 지역에, 지상 접근로 없이 공중으로 직접 병력을 투입해서 비행장이나 교량 같은 핵심 거점을 탈취하는 겁니다. 이렇게 일단 교두보를 확보하면, 이후 대형 수송기로 본대 병력과 장비를 투입할 수 있게 되는거고요.
진행자) 지상에 길이 없는 곳을 하늘로 들어가는 게 공수부대인데, 낙하 방식이 여러 개 있다고 지난 방송에서 ‘점프 수당’ 소개할 때 말씀하셨죠?
기자) 네. 우선 가장 일반적인 것은 ‘스테틱 라인(static line) 점프’인데요. 스테틱 라인은 공수요원이 등에 메고 있는 낙하산과 비행기 기체 내부를 연결하는 선입니다. 그래서 비행기에서 뛰자마자, 해당 요원의 체중이 실리면서 장력 때문에 낙하산이 자동으로 펴집니다. 그리고, ‘헤일로(HALO) 점프’가 있는데요. 헤일로는 ‘High Altitude Low Opening’의 영문 약자입니다. 높은 고도에서 뛰어내리고, 낮은 고도에서 낙하산을 편다는 말인데요. 이건 낙하산이 자동으로 펴지는 게 아니라, 최대한 목표물에 가까운 지점까지 맨몸으로 자유낙하다가, 막판에 낙하산 손잡이를 당기는 방식입니다.
진행자) 듣기만 해도 헤일로 점프가 스테딕 라인 점프보다 위험도가 높은 걸 알겠는데요. 헤일로 점프는 어떨 때 수행하는 겁니까?
기자) 은밀한 침투가 필요할 때 수행합니다. 항공기가 높은 고도에서 날면 레이더에 덜 잡히고, 지상에서도 항공기 소리를 듣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헤일로 점프를 수행할 땐, 병력을 실은 수송기가 스테틱 라인 점프 때보다 훨씬 높게 나는데요. 지상에서는 비행기가 가까이 왔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보통은 3만 피트 가량, 약 9천m 상공에서 낙하를 개시합니다. 워낙 높은 고도라서 자연 호흡이 불가능한 데요. 그래서 헤일로 점프를 할 땐 산소마스크를 얼굴에 부착합니다. 그런데, 항공기에서 뛰어 내리자마자 낙하산이 펴진다면, 금방 적에게 발각될 수밖에 없습니다. 사격 목표물이 될 가능성도 높아지고요. 그래서 헤일로 점프는 장병이 오랫동안 자유낙하하다가 지면 근처에서 낙하산을 펴기 때문에, 적이 포착하고 대응할 시간이 그만큼 줄어드는 겁니다.
진행자) 최대한 낙하산을 늦게 펴는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그래서 헤일로 점프는 특수작전 분야에서 가장 위험하고 신체적으로 힘든 기술 중 하나로 꼽히는데요. 헤일로 점프를 하면 몸이 떨어지는 종단 속도가 보통 시속 126마일, 약 203km에 달합니다. 항공기에서 뛰어내린 뒤 2분 가량 자유낙하해 이 속도에 다다른 뒤 낙하산을 펴야 하는 긴박한 과정입니다.
진행자) 공수요원이라도, 헤일로 점프 기술은 별도로 훈련받아야 겠네요.
기자) 맞습니다. 공수학교에서는 스테틱 라인 점프 위주로 교육하고요. 헤일로는 보통, 특수전 부대, 예를 들면 육군의 그린베레나 해군의 네이비실, 해병대 포스리컨 등이 ‘MMF(Military Free Fall·군사자유낙하)’라는 이름으로 이 기술을 별도 교육합니다. 물론 먼저 스테틱 라인 점프 기술 인증을 완료해야 합니다. 스테틱 라인 점프를 기본으로 익힌 뒤, 그 위에 헤일로 기술을 추가로 쌓는 구조입니다.
진행자) 미군에서 공수부대의 정의는 뭔가요? 구성원들이 낙하산을 타는 부대인가요?
기자) 핵심을 짚으셨습니다. 미 육군 규정상 공수부대(Airborne Unit)란, 부대의 ‘주 임무’가 낙하산을 사용한 공중 침투로 수행되는 곳을 가리키는데요. 공수부대로 지정된 곳은 부대 이름 뒤에 ‘(A)’ 표식이 붙습니다. 이건 ‘Airborne’, 공수부대라는 뜻입니다. 지난 방송에서 소개해드린, 제95민사여단 기억하실 겁니다. 한국에서 창설돼 군정 임무를 수행한 미군 특수부대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이 부대의 영문 명칭을 보면 ‘95th Civil Affairs Brigade(SO)(A)’라고 돼 있습니다. 뒤에 붙는 (SO)는 Special Operations, 즉, 특수부대라는 뜻이고요, (A)는 공수부대라는 의미입니다.
진행자) 그런 부대에 배속된 장병들을 공수요원이라고 하는 겁니까?
기자) 그건 정확하진 않습니다. 공수부대와 공수요원은 구별해야 하는데요. 공수요원은 미 육군 공수학교(The U.S. Army Airborne School)를 졸업하고, 공수요원 자격을 소지한 장병(airborne qualified)들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공수부대 소속이라고 다 공수요원은 아닐 수 있는 건데요. 공수부대에서 공수요원이 아닌 병사가, 공수부대원의 상징인 적갈색 베레모를 쓰고 근무하는 일이, 드물지만 있습니다. 대개 행정병을 비롯한 지원병력이, 공수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채 배속돼서 복무하는 사례인데요. 대개는 이런 지원병력도 공수학교에 가서 자격을 취득합니다.
진행자) 적갈색 베레모가 공수부대원의 상징이라고요?
기자) 네. 일단 어떤 장병이든 공수부대로 전입하면 적갈색, 영어로 머룬(maroon)색 베레모를 씁니다. 일반 군인들은 평상시 야구모자처럼 생긴 ‘패트롤 캡(patrol cap·순찰모)’를 쓰기 때문에, 일단 외양에서 큰 차이가 생기는 건데요. 미군 장병들 사이에서는, 일단 베레모를 썼다는 것은 군인 중에서도 특별한 범주에 들어갔다는 걸 의미합니다. 군 내부에서 행사가 있다거나 하면, 여러 부대와 군종이 모이는 일이 있는데요. 그럴 때 패트롤 캡을 쓴 병사들이 베레모를 쓴 병사들에게 좋은 자리를 양보한다든가, 그런 일도 있습니다.
진행자) 공수요원이 되는 관문인 공수학교는 미군 장병이면 누구나 갈 수 있나요?
기자) 그렇진 않습니다. 일단 장병 기본 역량에서 탁월함을 입증해야 공수학교 입학을 지원할 자격이 생깁니다. 가고 싶다고 다 갈 수 있는 건 아닌 거죠. 대표적인 경로는 신병훈련소입니다. 신병훈련소에서 성적이 월등한 경우, 예를 들어 중대에서 1위를 하면서 공수요원이 될 소질을 보이는 훈련병이 있다면, 중대 일등상사(행정보급관에 해당)가 불러다가 면담을 합니다. ‘공수부대에 갈 생각이 없냐’고 묻는 거죠. 거기서 해당 훈련병이 긍정적 답변을 하면, 훈련소를 마칠 즈음에 공수부대 모병관이 찾아와서 나머지 수속을 진행합니다.
진행자) 임의로 배정하는 게 아니군요?
기자) 맞습니다. 자격이 되는 장병을 상대로, 철저히 자유 의사를 물어서 결정하는 건데요. 공수학교 생활 자체가 고밀도의 신체적 정신적 활동을 요구하고, 공수학교를 통과한 뒤 자대 생활도 일반적인 군 생활보다 난이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공수학교는 어디에 있고, 교육생들의 생활은 어떤 모습입니까?
기자) 조지아주 포트 베닝에 있습니다. 포트 베닝은 미국 육군에서 엘리트 교육훈련에 특화된 기지라서, 공수학교 외에 장교후보생학교(OCS)까지 동시에 유치하고 있는데요. 공수학교 교육기간은 단 3주입니다. 3주라는 시간이 길지 않지만, 밀도있는 교육이 진행되면서 탈락자가 속출하는데요. 일단 체력적으로 매우 높은 능력을 요구합니다. 지난 방송에서 소개해드렸던 것처럼, 취사반 입구 바로 앞에 큰 철봉이 있어서 턱걸이 20개와 팔굽혀펴기 20개를 해야만 삼시 세끼 밥을 먹을 수 있는데요. 그밖에 1교시, 2교시, 3교시 교육이 진행될 때마다 교장과 교장 사이를 뛰어다녀야 정상적인 수업이 가능합니다. 그걸 못하면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퇴교 조치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 군사·안보 백브리핑’ 오종수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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