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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로 자차 몰고 출퇴근하는 이등병

내무반에서 군화 끈을 묶고 있는 군인
내무반에서 군화 끈을 묶고 있는 군인

한국군이나 북한군은 간부이거나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복무 기간 내내 공동 숙소에서 함께 지냅니다. 하지만 미군은 다릅니다. 이등병이 자가용 차를 몰고 부대로 출근하고, 퇴근 후에는 자기만의 시간을 보냅니다. 사복으로 갈아입고 이성 친구를 만나거나 기지 밖의 시민들과 어울릴 수도 있고요. ‘미국 군사·안보 백브리핑’에서 미군의 다양한 주거 형태를 살펴보겠습니다. 오종수 기자 나와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기자) 네, 안녕하세요?

진행자) 미군은 하위 계급 병사이든 간부이든 상관없이 소속 부대로 출퇴근을 한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장병마다 근무 개시 시각과 종료 시각이 정해져 있는데요. 소속 부대와 보직에 따라 다르지만, 그 시각에 맞춰 근무 장소에 도착하고, 일과를 마친 뒤 떠나는 게, 마치 직장인들이 출퇴근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예를 들어 오전 9시 일과 시작, 정오부터 오후 1시까지 점심 시간, 이어서 오후 6시 일과 종료, 이런 식인데요. 일과 개시 전에 ‘피티(PT· Physical Tranining)’라고 부르는, 아침운동을 위해 집합(formation)하는 일정도 개별 부대마다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시간들 외에는, 장병들이 어디 가서 무얼하든 원칙적으로 부대에서 관여하지 않습니다.

진행자) 출퇴근은 어떤 방법으로 합니까?

기자) 대개 자가용 자동차를 이용합니다. 미군 기지는 어느 곳이든 규모가 굉장히 크거든요. 웬만한 소도시 만합니다. 그런데 기지 안에 대중교통이 다니는 곳은 극히 드뭅니다. 군사 보안 상, 일반인들이 자유롭게 타고 내리는 대중교통 노선을 들여놓을 수 없기 때문인데요. 따라서 장병들은 출퇴근을 위해 필수적으로 차량을 보유해야 합니다. 그래서, 나이 어린 병사가 처음 자대 배치를 받으면, 선임이나 중대 일등상사(행정보급관에 해당)가 중점을 두는 교육훈련 중에 하나가 ‘올바른 자동차 구입’ 방법을 지도하는 일입니다.

진행자) ‘올바른 자동차 구입’이라, 어떤 내용입니까?

기자) 사회생활 경험이 부족한 어린 병사들이 일부 과장 광고나 비양심적 영업행위에 현혹돼, 자동차에 터무니없이 비싼 값을 치르거나, 고율 이자의 늪에 빠지는 일이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통상 할부로 차를 사는데, 이자율이나 구입 조건이 천차만별이거든요. 또, 학교를 갓 졸업하고 입대한 병사들이 처음으로 고정적인 봉급을 받게 되면서, 무리해서 비싼 스포츠카 같은 것을 구입하는 경우도 종종 있거든요. 소득 수준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은 비용을 차에 지출한 탓에 가난한 사람처럼 생활하는 걸 ‘카푸어(car poor)’라고 하는데요. 갓 전입한 신병을 놀리는 농담 가운데 ‘귀관도 카푸어가 될텐가?’라는 말이 있습니다. 일부 병사들이 카푸어로 전락하는 사태를 사전 예방하고, 현명한 재정 운용을 하도록 돕는 게 고참이나 부대 상관의 임무 중에 하나인 겁니다.

진행자) 미군 복무를 하려면 자동차는 반드시 갖고 있어야 한다는 건데, 주거 형태는 어떻습니까?

기자) 일단 간부들은요, 민간인들처럼 주거 형태의 제한이 사실상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병사의 경우에도 한 방에 다수가 함께 지내는 ‘생활관’ 형태는 없습니다. ‘배럭스(barracks)’라는 병사 생활 공간이 있는데요. 이건 전통적인 군대식 생활관이라기 보다는 대학 기숙사(dormitory)에 가깝다고 보시면 됩니다. 대부분 개인 침실을 제공하거든요. 각자 자기 방을 갖고, 욕실과 주방, 세탁시설 같은 건 몇 명이 함께 쓰는 거죠.

진행자) 그러니까, 병사가 부대에서 일과를 마치고 퇴근하면 대학 기숙사 같은 배럭스에서 개인시간을 갖는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배럭스는 철저한 자유시간이 보장된 공간이고요. 일석 점호 같은 생활 규칙 집행은 대개 없습니다. 그러니까 퇴근 후에는 꼭 배럭스에 머물지 않아도 되고요. 사복으로 갈아입고 영외에 나가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배럭스는 대학 기숙사와 마찬가지로, 들여놓으면 안되는 물품(contraband) 등을 정해두고 있어서 이런 것들에 대한 정기 점검은 진행합니다.

진행자) 정리하면, 간부가 아닌 병사들은 배럭스에 살면서 부대에 출퇴근한다, 이렇게 보면 됩니까?

기자) 완전히 그렇지는 않습니다. 하급 병사라도 부양가족이 있는 사람, 즉 기혼자이거나 자녀를 둔 사람은 배럭스에 살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주거 형태를 선택해서 지내거든요. 그리고 미혼인 병사도 경우에 따라, 배럭스에 거주하지 않고 영외에서 혼자 사는 게 가능합니다. 예를 들면, 어떤 부대의 중대장인 대위와, 갓 자대배치 받은 이등병이 영외에서 이웃 집에 각기 살면서 각자 자신의 차를 몰고 한 부대로 출퇴근하는 장면을 생각해 보실 수 있는 겁니다.

진행자) 간부들은 주거형태에 사실상 제한이 없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죠.

기자) 주택을 구매하든, 렌트, 즉 임대를 하든 본인의 자유입니다. 그리고 그 비용은 군에서 지급합니다. 기본주거비(Basic Allowance for Housing·BAH)가 본급여와 별도로 나오거든요. BAH의 월 지급액은 복무 지역 물가와 실생활비 등을 감안해 달라지는데요. 해당 지역에서 평균 이상의 주거환경을 갖추는 데 부족함이 없는 수준으로 나옵니다. 규정에 따라 ‘해당 지역 민간 주거비 중간값의 약 95%를 감당’하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진행자) 기본주거비, BAH를 받아서 해당 군인이 주로 어떤 보금자리를 마련하나요?

기자)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집을 사는 건데요. 이전 방송에서 소개해드렸던 ‘VA 론(VA Loan)’ 기억하시나요? 미국인들이 보통, 주택을 구매할 때 ‘모기지(mortgage: 주택담보대출)’라는 대출 시스템을 이용하는데요. VA 론은 현역· 제대 군인들을 위한 특별한 모기지 제도라, 시중 모기지 이자율보다 현저하게 낮습니다. 20% 계약금을 안 내도 되고요. 이 VA 론을 활용해 군인이 자기 집을 사고, 월 대출금은 BAH로 갚는 겁니다.

진행자) 그 다음은 어떤 주거 형태가 있나요?

기자) 두 번째는 임대하는 겁니다. 단독주택이든, 여러 집들이 나란히 붙어 있는 ‘타운하우스’든, 아니면, 대규모 공동주택인 ‘아파트’든, 본인이 원하는 보금자리를 얻어, BAH로 매월 임대료를 내는 거죠. 임대료를 내고 BAH 금액이 남으면, 자신이 원하는 다른 곳에 써도 됩니다. 반대로, 나는 좀 더 좋은 집에 살고 싶다, 그런데 BAH 받는 걸로는 부족하다 싶으면, 기본급여를 비롯한 자비로 차액을 부담하면 됩니다. 그리고 세 번째로 소개해드릴 주거 형태는, 기지 안에 있는 주택을 임대해서 지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진행자) 기지 안에도 주택이 있습니까?

기자) 많습니다. 일반적인 미군 기지를 들어가보면요, 핵심구역에는 군사시설이 자리잡고 있지만, 고개를 돌려 다른 쪽을 바라보면, 평범한 미국 소도시 주택가처럼 보입니다.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집들이 있고요. 이 집들은 각각 앞마당에 잔디밭, 뒷마당에 아이들 놀이터 등을 갖춘 전형적인 미국 중산층 주택들인데요. 군사시설 안에 있는 주택은 좀 품질이 떨어지지 않을까 싶지만, 전혀 그렇지 않고요. 민간 주택과 동일한 주거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민간 건설사와 부동산 운영사가 짓고 관리하는 것이기 때문인데요. 이걸 ‘민영화 군용주택(privatized military housing)’이라고 합니다.

진행자) 민영화 군용주택에 살더라도 역시, BAH 받은 걸로 임대료를 내면 되겠군요?

기자) 맞습니다. 기지 내 민영화 군용주택의 장점이 여러 개 있는데요. ‘유틸리티(utility charges)’가 주택 임대료에 모두 포함됩니다. 미국 생활에서 유틸리티란, 정기적으로 내야 하는 전기요금, 수도요금, 쓰레기 처리 요금 같은 공과금을 통칭하는 말인데요. 기지 내 민영화 군용주택에 거주할 경우 매월 임대료만 내면, 다른 공과금은 신경을 안 써도 되는 겁니다. 게다가 집 안팎에서 어디라도 고장나거나 파손될 경우, 관리 회사에 연락하면 신속히 와서 무료로 고쳐줍니다.

진행자) 기지 안에 있는 민영화 군용주택은 그럼, 소유 구조가 어떻게 됩니까?

기자) 소유권은 전쟁부가 갖고요. 민간 기업과 장기 파트너십을 맺어서 기지 내 주택을 짓고 운영하게 하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품질과 환경이 민간 주택과 똑같은 건데요. 지난 1996년 제정된 ‘군인주거민영화구상(Military Housing Privatization Initiative·MHPI)’ 관련 법률에 따라 만들어진 시스템입니다. 군인들이 영외에서 민간 주택을 임대하는 과정의 수고를 덜어주고, 기지 안에 거주하는 만큼 출퇴근 부담도 줄여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겨냥한 제도인거죠.

진행자) 기지 안에 있는 민영화 군용주택, 이게 미국 전체에 몇 채나 있습니까?

기자) 담당 기관인 전쟁부 산하 국방여행관리실에 문의한 결과, 현재 20만호가 넘습니다. 미국 전역 150개 기지 또는 군사시설에서, 민간 파트너사 14곳이 80개 민영화 군용주택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치안과 청결한 동네 환경 등이 특별히 장점으로 꼽힙니다.

진행자) 통제된 시설인 기지 안에서 살면, 주변에서 벌어지는 군사 활동에 영향을 받거나 사생활 보장이 어려운 경우는 없나요?

기자) 전혀 그런 일은 없습니다. 일단 기지 내에서도 군사구역, 주거구역, 상업구역, 공원구역 등이 철저히 나눠져 있거든요. 또한 기지 내의 민영화 군용주택은 군인 뿐 아니라, 가족들이 함께 사는 공간이기 때문에 군사활동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지난 2020년 국방부(현재 명칭 전쟁부)가 민영화 군용주택 거주자를 위해 ‘세입자 권리장전’까지 별도로 발표했을 정도로, 민영화 군용주택들은 기지 내 군사활동에서 독립된 생활공간으로 다뤄집니다.

진행자) ‘미국 군사·안보 백브리핑’ 오종수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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