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심층: 북중러 역학 ②북러관계 밀착] 미 “도발 억제 공조”…전문가들 “북러는 ‘동맹’, 북중은 ‘관리’”

2023년 9월 13일, 러시아 극동 아무르 지역에 위치한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러시아 국기와 북한 인공기가 나부끼고 있다.
2023년 9월 13일, 러시아 극동 아무르 지역에 위치한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러시아 국기와 북한 인공기가 나부끼고 있다.

북한과 중국의 관계 복원이 다시 가시화하는 가운데, 워싱턴에서는 이를 북러 관계와 같은 수준의 전략적 결속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최근 국면의 핵심은 북한이 중국과의 관계를 다시 열어가면서도 러시아와는 훨씬 더 깊고 실질적인 협력 축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는 분석입니다.

미 국무부는 북중러 연대 강화가 미국의 북한 비핵화와 역내 전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는 VOA의 질의에,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계속 추구하고 있으며 한국, 일본, 그리고 다른 동맹 및 파트너들과 함께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긴밀한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국무부 대변인] “The United States remains committed to the complete denuclearization of North Korea. We continue to consult closely with the Republic of Korea, Japan, and other allies and partners to deter DPRK aggression.”

이 같은 반응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4월 9~10일 평양 방문으로 북중 관계 복원 흐름이 부각되는 동시에, 북러 관계는 이미 2024년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조약 체결과 2025년 4월 두만강 도로교 착공 등을 통해 구조화한 데 이어, 북한이 4월 들어서도 잇단 미사일 시험으로 군사 역량 고도화를 과시하는 시점에 나왔습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을 단일한 ‘북중러 3각 동맹’으로 단순화하기보다, 북러 관계는 훨씬 더 빠르고 깊게 발전하는 반면 북중 관계는 여전히 중국의 영향력 유지와 관리라는 계산 속에 움직이는 비대칭적 구조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전략적 3각 구도’의 최대 수혜자는 북한

브루킹스연구소의 패트리샤 김 연구원은 “북한은 모스크바와 베이징 사이의 암묵적인 경쟁 구도를 활용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중국과는 경제적 관계를 강화하고, 러시아로부터는 군사 기술 지원을 끌어내는 치밀한 교차 외교를 펼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패트리샤 김 선임연구원] “North Korea is benefiting from the implicit rivalry between Moscow and Beijing to cultivate influence with Pyongyang… / “In many ways, North Korea is the biggest winner in this strategic triangle.”

그러면서 “여러 측면에서 보면, 이 전략적 3각 구도에서 가장 큰 수혜자는 북한”이라고 결론지었습니다.

북러 관계의 ‘질적 변화’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핵심 분기점은 북러 관계의 ‘질적 변화’입니다. 양국은 2024년 조약을 통해 상호 지원 성격의 틀을 공식화했고, 2025년 4월에는 물류 인프라인 두만강 도로교 공사까지 착수하며 군사·경제적 밀착을 구조화했습니다. 특히 공개된 조약 내용에는 ‘평화적 원자력 협력’ 조항도 포함돼 있습니다.

시드니 사일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고문은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북중과 북러 관계를 “각각 별개의 트랙”으로 규정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더 이상 제재 완화를 추구하지 않으며, 자신들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국가들하고만 거래하려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시드니 사일러 CSIS 선임고문] “So I think these improvement of relations, respectively, with Moscow and Beijing are two separate tracks... North Korea had laid out in a significant party document issued at the end of the fifth Plenum of the seventh Party Congress in late 2019 that basically said North Korea would take a different path, that no longer sought the sanctions relief…”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담당관을 지낸 사일러 고문은 현재의 북러 관계가 북한이 오랫동안 원해 온 관계의 성격에 가깝다고 진단했습니다. “본질적으로 지금의 북러 관계에는 핵 문제를 둘러싼 어떤 논쟁도 전혀 존재하지 않으며, 이것이야말로 북한이 전 세계를 무대로 찾고 있는 관계”라는 설명입니다.

[시드니 사일러 CSIS 선임고문] “Basically there's some relationship with Russia now that is totally void of any question about the nuclear issue. And this is what North Korea is probably looking across the world: there will be like-minded countries, there'll be allies, there'll be friends who are willing to live according to those standards.”

반면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분명 개선되고는 있지만 러시아와의 밀착 수준에는 아직 한참 미치지 못한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시드니 사일러 CSIS 선임고문] “We've seen an improvement of relations with China, but you know, not anything near what we've seen with Russia.”

사일러 고문은 또 북한이 러시아와 중국 모두와 관계를 개선하면서도, 어느 한쪽이 과도한 정치적 지렛대를 갖지 못하도록 경계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특히 “김정은은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에 대한 지렛대를 확보하고 행사하려는 과정에서 경쟁하고 있다고 인식할 가능성이 크며, 그런 상황을 회피하는 동시에 활용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시드니 사일러 CSIS 선임고문] “We can imagine Kim seeing some competition between China and Russia in terms of trying to gather and employ leverage vis-à-vis North Korea, and Kim is going to try to maneuver to avoid that, and at the same time potentially exploit it...”

북러 관계의 실제 깊이를 가늠할 가장 민감한 척도로는 군사·기술 협력의 수준이 거론됩니다. 최근 북한의 고체연료 로켓 엔진 시험을 계기로 불거진 ‘러시아산 엔진설’은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산 엔진설’ 실체는?

그러나 북러 밀착이 실질적인 군사기술 지원으로 어디까지 이어졌는지는 여전히 불투명합니다. 북한의 고체연료 로켓 엔진 시험 이후 우려는 증폭됐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를 단정하기엔 이르다는 신중론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반 밴 디펜 전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공개된 정보상 그런 지원의 증거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그런 지원이 실제로 없다는 뜻은 아니며, 동시에 북한이 시험했다고 주장하는 종류의 로켓 엔진을 개발하는 데 반드시 그런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반 밴 디펜 전 국무부 부차관보] “I'm not aware of any open source evidence. Now, that doesn't mean that such assistance is not going on. But in my view, such assistance also is not necessary in order for the North Koreans to develop the kind of rocket engine that they claim to have tested.”

안킷 판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 역시 “협력이 진행 중일 가능성은 있지만,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이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북한은 현재의 러시아와의 밀착이 시작되기 훨씬 전인 2017년 중반 이미 대구경 고체연료 탄도미사일용 ‘필라멘트 와인딩’ 복합재 기체 구조를 처음 공개한 바 있다”며 모든 기술 진전을 최근의 북러 밀착 탓으로만 돌리는 시각을 경계했습니다.

[안킷 판다 선임연구원] “I would note that North Korea first showed off wound filament composite airframes for large-diameter solid-fuel ballistic missiles in mid-2017, long before the current rapprochement with Russia.”

다만, 밴 디펜 전 부차관보는 더 본질적인 위험으로 “중량 대비 위력은 높이면서 무게는 줄이는 핵무기 경량화 지원”과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궤적으로 발사했을 때 대기권 재진입 환경을 견뎌낼 수 있는 소형 재진입체 기술, 그리고 ICBM의 다탄두(MIRV) 기술 지원”을 꼽았습니다.

[반 밴 디펜 전 국무부 부차관보] “I think the ones that would be most worrisome would be assistance in making nuclear weapons that are lighter and have a higher yield for a given weight. Another area would be giving North Korea assistance with making smaller reentry vehicles capable of surviving re entry, if they were fired on a trajectory that could reach the United States, and then I think the other one would be in multiple warhead technology for ICBMs.”

판다 연구원은 “가장 강력한 정황은 여전히 우주 기술 분야에서의 보다 심화된 협력”이라며, 특히 “2024년 북·러 조약에 포함된 ‘평화적 핵에너지 협력’ 조항이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에 함의를 가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안킷 판다 선임연구원] “The strongest evidence continues to be for deeper cooperation on space technologies and I’d observe that their 2024 treaty includes provisions for peaceful nuclear energy cooperation, which could have implications for North Korea’s nuclear weapons program.”

3각동맹 아닌 ‘비대칭적 정렬’

결국 워싱턴 전문가들의 진단은 북중러가 단일한 동맹으로 굳어지기보다, 각기 다른 속도와 목적을 지닌 ‘비대칭적 정렬(alignment)’ 상태에 있다는 것으로 귀결됩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이런 구도를 “엄밀한 의미의 동맹이라기보다는 정렬(alignment)”이라고 정의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북러 관계만큼은 이미 ‘완전한 동맹(full-fledged alliance)’의 단계에 진입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빅터 차 CSIS 한국 석좌] “It is an alignment, not an alliance per se among the three, though that between Russia and North Korea is a full-fledged alliance.”

차 석좌는 더 나아가 “병력과 무기를 기술과 맞바꾸는 형태의 군사협력이라는 상호의존성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난 뒤에도 (북러) 관계가 장기화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경고했습니다.

[빅터 차 CSIS 한국 석좌] “The interdependence of military cooperation exchanging troops/weapons for technology does suggest a longer-term relationship even after hostilities in Ukraine cease.”

미국 해군분석센터(CNA)의 엘리자베스 위시닉 연구원 역시 북중러를 하나의 축(axis)로 보지 않는다며, 오히려 “북러 관계 확대는 중국의 대북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엘리자베스 위시닉 선임연구원] “I’m not one who sees a China-Russia-North Korea axis…For Beijing, North Korea’s expanding relationship with Russia reduces China’s leverage.”

더 나아가 북러 동맹이 동북아 안보 환경을 악화시키고, 일본이나 한국의 핵무장 가능성까지 키운다는 점에서 “결코 중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위시닉 연구원은 또 러시아가 북한에 현대화된 군사력과 우크라이나 전쟁의 핵심 지원국으로서의 위상을 제공해 왔다는 점도 중국으로서는 가볍게 보기 어려운 변화로 꼽았습니다.

[엘리자베스 위시닉 선임연구원] “This is unexpected considering that 90% of North Korean trade is with China; nonetheless, Russia has provided Kim Jong-un with what he wants most, a modernized military, and increased status as a key enabler of Russia’s war on Ukraine.”

전문가들은 특히 중국이 아직 러시아처럼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사실상 수용하는 단계까지는 나아가지 않았다는 점을 주목합니다.

사일러 연구원은 “중국과의 관계가 분명 개선되고 있지만, 러시아와의 관계 수준에는 훨씬 못 미친다”며, “중국은 여전히 국제적 평판을 의식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시드니 사일러 CSIS 선임고문] “We've seen an improvement of relations with China, but you know, not anything near what we've seen with Russia… China overall still seems to value its international reputation.”

북중러가 서로 다른 이해관계 속에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앞으로 북러 협력과 북중 관계 복원이 어느 수준까지 진전될지, 또 그 사이에서 북한이 얼마나 더 큰 전략적 공간을 확보할지 주목됩니다.

VOA 뉴스

This item is part of

Forum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