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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남북 잇는 동해선·경의선 도로 가로등 철거… 한국 “합의 정신 위반”


파주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경의선 도로와 철로. (자료화면)
파주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경의선 도로와 철로. (자료화면)

북한이 한국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으로 이어지는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의 가로등을 최근 철거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 정부는 남북 간 합의 정신을 위반하는 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남북 잇는 동해선.경의선 도로 가로등 철거… 한국 “합의 정신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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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군 당국은 북한이 지난달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의 가로등 수십 개를 철거하는 모습이 한국 군 감시장비에 포착됐다고 밝혔습니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18일 브리핑을 통해 북한의 경의선과 동해선 주변 시설물 철거로 “현재 군사적인 영향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와 군 당국은 북한의 경의선과 동해선 주변 시설물 철거 의도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앞서 지난 1월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에 지뢰를 매설해 해당 도로들은 사실상 폐쇄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가로등까지 철거한 것은 한국과의 관계 단절 의지를 보다 분명히 하려는 시위성 조치라는 분석입니다,

남북한 비무장지대 주변 철책에 지뢰 경고 표시가 붙어있다. (자료사진)
남북한 비무장지대 주변 철책에 지뢰 경고 표시가 붙어있다. (자료사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연말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한국을 동족이 아닌 ‘적대적 교전국’으로, 남북관계를 ‘두 국가 관계’로 규정했습니다.

이후 지난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선 “북남 교류협력의 상징으로 존재하던 경의선의 북측 구간을 회복불가한 수준으로 물리적으로 완전히 끊어놓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
한국 통일부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의 의도가 남북관계 단절을 드러내는 시위이거나 자재 재활용인지는 현재로선 단정하기 어렵다”면서도 “북한의 남북 육로 시설물 철거 행위는 남북 간 합의 정신에 위반하는 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또 “경의선, 동해선 철도와 도로 연결사업은 한국 정부의 차관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북한에 상환의무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입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대한민국 정부 입장에선 북한의 위법성, 합의 정신을 파기하는 그 다음에 이것이 대한민국이 북한에 일방적으로 무상으로 준 게 아니고 차관 형식으로 준 것이기 때문에 북한이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은 무단행위이고 불법행위라는 것을 상기시키는 것이고.”

경의선, 동해선 철도와 육로 연결사업은 6.15 남북 공동선언 후속 조치로 이뤄졌습니다.

통일부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2001년부터 2008년까지 경의선과 동해선 북한 측 구간 철도와, 도로, 역사 건설 사업에 필요한 자재, 장비 등 현물 차관을 지원했습니다. 총 1억3천 290만 달러 규모입니다.

한국 경기도 파주 도라산전망대에서 개성공단으로 이어지는 경의선 도로를 내려다본 모습.
한국 경기도 파주 도라산전망대에서 개성공단으로 이어지는 경의선 도로를 내려다본 모습.

공사가 중단되면서 차관 금액이 최종 확정되지 않아 상환 일정도 정해지지 않았고 북한은 지금까지 전혀 상환하지 않았습니다.

경의선 도로는 2004년 남북 간 연결 공사가 완료돼 개성공단 입주기업 관계자들이 주로 오갔습니다.

비무장지대 남측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비무장지대 남측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그러나 2016년 개성공단이 폐쇄되고 2020년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의 여파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한국 측 인원들이 철수한 이후로는 이용되지 않았습니다.

동해선은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저진리와 북한 금강산의 온정리를 연결하는 도로로 2005년 개통됐습니다. 과거 금강산행 관광버스가 분주하게 오가고 이따금 대북 지원물자 수송에 이용됐지만 최근 수년간 이용되지 않았습니다.

1998년 11월 시작된 금강산 관광은 2008년 자가용을 통한 육로관광도 허용되었으나, 금강산 구경에 나섰던 한 관광객이 산책 중 북한군의 총에 맞아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2008년 7월 11일 금강산 관광이 전면 중단됐다.
1998년 11월 시작된 금강산 관광은 2008년 자가용을 통한 육로관광도 허용되었으나, 금강산 구경에 나섰던 한 관광객이 산책 중 북한군의 총에 맞아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2008년 7월 11일 금강산 관광이 전면 중단됐다.

경의선, 동해선 연결사업 등을 논의하는 남북 군사실무회담 당시 한국 측 수석대표였던 문성묵 센터장은 북한의 핵 무력 고도화로 남북 교류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북한은 남북관계를 통해 더 이상 얻을 게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남북관계를 발전시키는 상징성을 갖는 그런 사업이었고 결과물이었는데 지금 북한이 2020년 6월에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만행을 저질렀고 이후 후속조치의 하나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나라를 상징하는 노래인 국가의 명칭을 기존 ‘애국가’에서 ‘공화국 국가’로 바꾼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TV’는 16일 있었던 평양 화성지구 2단계 준공식 행사를 18일 재방송하면서 가수 김류경이 부른 ‘애국가’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가’로 표기한 자막을 화면에 송출했습니다. 지난 17일 첫 방송 때는 ‘애국가’로 표기한 자막이 화면에 나왔는데 하루 만에 바뀐 겁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김류경이 부른 ‘애국가’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가’로 표기를 변경했다. (조선중앙TV 화면캡쳐)
북한 조선중앙TV는 김류경이 부른 ‘애국가’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가’로 표기를 변경했다. (조선중앙TV 화면캡쳐)

북한은 사회주의헌법 제171조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국가는 애국가”라고 헌법으로 국가의 명칭을 규정해뒀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인태 박사는 국가 명칭 변경은 ‘우리국가제일주의’를 표방해 온 김정은 정권에 의해 2022년에 이뤄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북한이 애국가라는 명칭을 버렸다면 이는 한국의 국가 명칭과 동일하기 때문일 수 있다며, 김 위원장이 한국을 적대국으로 규정하기 이전에도 북한은 우리국가제일주의를 내세워 대남관계를 재설정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홍민 박사] “남북관계에 대한 자신들의 태도 변화도 일부 반영돼 있다고 보거든요. 더 이상 자신들의 국가 이미지가 분단국가라는 특수 이미지로 보이기 보다는 독립국가 이미지로 보여지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부분도 있을 수 있거든요.”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김정은 정권이 일찌감치 표방한 우리국가제일주의가 남북관계 악화와 맞물려 한국을 별개의 적대국, 제1의 주적으로 규정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고 분석했습니다.

지난 1월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모처에서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 '불화살-3-31'형 시험발사를 지도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공개한 사진)
지난 1월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모처에서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 '불화살-3-31'형 시험발사를 지도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공개한 사진)

임 교수는 북한의 우리국가제일주의는 핵 보유 강대국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며 북한은 스스로 설정한 이런 위상에 기초해 대외정책 변화를 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강대국의 외교, 강대국의 정치를 하고 있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핵을 보유하고 있는 강성대국으로서의 ‘우리국가’를 새롭게 정립하는 것이고 그 맥락에서 대미 대일외교 그리고 대남외교를 지금 하고 있는 거에요.”

북한은 앞서 애국가 기존 가사인 ‘삼천리 아름다운 내 조국’이라는 부분을 지난 2월께부터 ‘이 세상 아름다운 내 조국’으로 바꿔서 부르고 있습니다.

한반도 전역을 뜻하는 ‘삼천리’를 가사에서 지운 것으로, 이 또한 남북관계를 더 이상 동족관계로 보지 않겠다는 입장이 반영된 조치라는 관측입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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