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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9 남북군사합의, 하마스식 기습 도발 감시·정찰 능력 제한” 


지난해 11월 비무장지대 남측에서 바라본 북한군 초소.
지난해 11월 비무장지대 남측에서 바라본 북한군 초소.

9.19 남북군사합의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식의 북한 기습 도발에 대한 감시·정찰 능력을 제한한다고 미국 전문가들이 지적했습니다. 남북한 간 군사적 충돌을 막는 효과에 대해서도 회의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11일 VOA와의 통화에서 한국이 9.19 남북 군사합의 효력 정지 방침을 밝힌 것과 관련해 이 합의로 대북 방어능력이 약화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While the US has strategic reconnaissance assets, including overhead imagery and signals intelligence collection capabilities, the CMA did restrict tactical level overhead reconnaissance along the DMZ, which could provide some notice of North Korean military movements. Also it curtailed allied training exercises and the training activity.”

클링너 연구원은 “미국은 공중 영상과 신호 정보 수집 능력을 포함한 전략 정찰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군사합의는 북한군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는 비무장지대(DMZ) 내 전술적 차원의 공중 정찰을 제한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한국 공군과 주한미군은 5세대 스텔스인 F-35A 등 첨단 전투기를 포함해 RC-135S 코브라볼, U-2 등 각종 고성능 정찰기 등 북한을 압도하는 공군 전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정찰 비행은 북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발사 동향이나 핵실험 징후 파악, 군부 통신 신호 등을 수집해 미한 양국이 북한의 도발에 신속히 대응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9.19 군사합의로 한국과 주한미군이 북한에 대해 절대적 우위를 가진 전투기 및 정찰기 등 공중 전략 자산 활동이 제한된 것입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계기로 대북 안보태세 강화를 위해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신원식 한국 국방장관은 10일 “9.19 합의로 북한 도발 징후에 대한 감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최대한 신속히 효력 정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018년 9월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에서 평양공동선언문에 서명다. 사진 출처=평양사진공동취재단
지난 2018년 9월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에서 평양공동선언문에 서명다. 사진 출처=평양사진공동취재단

남북이 2018년 합의한 9.19 군사합의는 전임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9월 19일 발표된 9월 평양공동선언의 부속합의서입니다. 비무장지대 등 적과 대치한 지역에서의 군사적 우발 충돌 방지가 목적으로, 5개 분야 20개항으로 구성됐습니다.

군사분계선(MDL) 기준 5㎞ 내에서 일체의 포병 사격 훈련과 연대급 이상의 야외 기동 훈련을 전면 중단하고, 비무장지대(DMZ)의 감시 초소(GP) 11개를 우선 철거했습니다.

공중에서는 MDL 기준 서부는 20㎞, 동부는 40㎞ 상공에서 전투기와 정찰기 등 항공기의 군사 활동이 금지됐습니다.

해상에서는 북방한계선(NLL) 이남 85㎞까지 내려오는 덕적도부터 NLL 이북 50㎞인 북한 초도까지 포문을 폐쇄하고 해상 기동 훈련, 포격 활동을 제한했습니다.

그러나 군사 전문가들은 9.19 군사합의로 전방 지역의 정찰 작전과 포병 훈련 등 한국군과 주한미군의 방위 태세 활동에 제한이 생겨 대북 방어전선이 취약해졌다고 지적해왔습니다.

특히 이번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처럼 북한이 휴전선 인근에서 장사정포 등을 동원해 수천 발의 포를 쏟아붓고, 패러글라이더와 고속 상륙정 등을 활용한 후방 침투 등 게릴라전을 감행할 경우 이를 사전에 탐지, 포착할 감시 및 정찰 능력이 제한돼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설명입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군사합의에 따라 미한 연합 훈련과 연습 활동도 축소됐다”며 연평도 해병대의 포 사격 훈련을 예로 들었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For example, the South Korean artillery on Yeonpyeong-do cannot train without having to go to the mainland, but North Korea's 4th Corps artillery, which attacked the Yeonpyeong-do in 2010, can remain in place to do firing exercises.”

연평도에 주둔 중인 해병대가 포 사격 훈련을 하려면 군사합의에 따라 한국 본토에 가야만 하지만, 2010년 연평도 포격 도발을 한 북한군 4군단 포병부대는 그대로 남아서 사격 훈련을 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군사합의에 제한이 따르면서 연평도, 백령도 등 서북 도서 완충지역에 속하는 곳에서는 해병대가 포 점검과 사격 훈련을 위해 섬에 배치된 K-9 자주포를 본토까지 옮기는 일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0년 7월 한국 육군 K-9 자주포 부대가 파주에서 사격훈련을 하고 있다.
지난 2020년 7월 한국 육군 K-9 자주포 부대가 파주에서 사격훈련을 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인도태평양 사령관을 지낸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대사는 “9.19 군사합의가 남북한 간 무력 충돌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군사합의는 북한에 전술적 우위를 넘겨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해리스 전 대사] “I do not think it is effective. It cedes tactical advantages to the North.”

전문가들은 북한이 9.19 군사합의를 전혀 지키지 않는데 한국만 이를 고수하는 것은 한국 안보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은 2018년 9월 19일 군사합의 1년여 만인 2019년 11월 서해 창린도 일대 해상완충구역으로 해안포를 쐈습니다. 한국의 ‘2022 국방백서’에 따르면, 이를 시작으로 북한이 9.19 군사합의를 명시적으로 위반한 사례만 17건에 달합니다. 지난해 12월 26일엔 서울과 경기 북부 등에 소형 무인기 5대가 침입하기도 했습니다.

해리스 전 대사는 “군사합의는 일방적인 자기 제한”이라며 “지난해 12월 무인기 침투 등 북한의 도발을 막지 못한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습니다.

9.19 군사합의가 남북한 간 군사적 충돌을 막는 데도 전혀 효과적이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습니다.

미한연합사령부 작전참모를 역임한 데이비드 맥스웰 아태전략센터 부대표는 “한국은 군사합의를 성실하게 실행했고, 모든 합의 내용을 지켰다”며 “북한은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군사합의는 한국에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부대표] “South Korea executed the CMA in good faith and abide by all the terms of the CMA. North Korea has not and so therefore the CMA is really dangerous for South Korea.”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군사합의를 지키지 않는데 한국만 일방적으로 합의를 지키는 것은 분명히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It certainly is not beneficial to South Korea for to unilaterally adhere to it when North Korea is not doing so.”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또 “문재인 정부는 군사합의로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전반적으로 감소한 것처럼 과대 포장했지만, 이는 명백히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도 10일 VOA와의 통화에서 “군사합의가 준비태세를 제한한다면 한국이 군사합의를 폐기하거나 효력을 정지해도 정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Comprehensive military agreement that are limiting their readiness then I think Seoul would be perfectly justified in withdrawing from the agreement or suspending the agreement, because North Korea is not honoring the agreement and I think they even didn't.”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북한은 합의를 지키지 않고 있고, 과거에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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