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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무력충돌 한반도 안보 영향 불가피…북한, 반미연대 확대 활용 가능성”


9일 가자지구 난민촌 인근 지역에서 이스라엘 공습에 파괴된 시설들을 팔레스타인인들이 살펴보고 있다.
9일 가자지구 난민촌 인근 지역에서 이스라엘 공습에 파괴된 시설들을 팔레스타인인들이 살펴보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대규모 무력충돌로 한반도 안보 상황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한국에선 북 핵 문제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 안보에 대한 미국의 집중도 하락, 북한이 중동의 전황을 반미연대 확대로 활용할 가능성 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이스라엘 겨냥 가자지구 로켓 발사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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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통령실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하마스와 이스라엘 군의 무력충돌이 발생함에 따라 9일 긴급 안보 상황 점검에 들어갔습니다.

대통령실은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이 수시로 중동 관련 상황을 보고받고 점검하고 있다”며 “우리 경제와 안보에 미칠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대통령실은 이번 공격으로 미국이 추진해온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 정상화가 지장을 받게 되면서 중동정세가 급변할 수 있다고 보고 한국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스라엘에 대한 적극적인 군사 지원을 천명한 가운데 이번 무력충돌의 향후 전개 양상에 따라선 한반도 안보 상황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마스의 이번 공격에 이란이 개입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고 이게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이번 사태가 미국과 이란의 대리전 양상으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일부에선 ‘제5차 중동전쟁’ 가능성까지 점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하마스의 기습적이고 무차별적인 공격은 이스라엘에게서 선택지를 빼앗아 갔다며 당분간 협상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조 박사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전에 돌입한 상황에서 미국의 안보적 시야가 한층 분산되고 북한은 중동의 전황을 반미연대 강화로 활용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이미 국제적으로 대북 제재로 고립돼 있고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북한으로선 사실 연대가 필요하거든요. 여기에서 러시아라는 출구를 찾았는데 또 중동에서까지 반미전선이 형성된다면 김정은 위원장의 신냉전 외교가 탄력을 받는다고 생각을 할 거고요.”

이번 무력충돌이 미국의 외교 군사적 역량 배분에 전략적 수정이 필요할 정도로 확대될 경우 북한 핵 위협에 대한 미국의 우선순위가 떨어질 수 있고 이는 한국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은 바락 오바마 행정부 때 아시아 회귀 정책을 표방했지만 시리아 등 중동 문제로 발목이 잡혔다”며 “미국과 이스라엘의 특별한 관계를 감안할 때 미국이 다시 중동 현안에 끌려들어 가면서 조 바이든 행정부의 남은 임기 동안 북한에 대한 외교적 역량 배분이 현저히 떨어지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박 교수는 그러나 북한 문제가 미국의 외교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상황은 북한도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반미 감정이 중동 국가에 굉장히 높아질 수 있다, 그런 것은 북한에게 유리하게 작동하는 거겠죠. 반대 쪽에서 보면 북한 입장에선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 문제를 우선순위에 놓고 다루길 원해요. 그런데 중동에 다시 집중하게 되면 전체적으로 북한 문제에 대한 우선순위가 훨씬 낮아질 수 있다라는 것, 그건 북한 입장에선 결코 유리한 국면이 아닌 거죠.”

한국 정부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습 직후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하마스를 규탄했습니다.

성명은 “로켓 공격을 포함하여 가자지구로부터 이스라엘에 대해 가해진 무차별적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이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공격으로 다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는 데 대해 깊이 우려하며 희생된 피해자와 유가족에 애도를 표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무력충돌이 중동 지역 전반의 불안과 반미 여론 고조로 이어질 경우 한국 정부가 외교적 처신을 놓고 고민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사태 때처럼 중동 문제에 개입의 폭을 넓히면서 동맹과 우방국에 지원을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박원곤 교수는 한국은 이제까지 중동 문제에 대해선 개입을 피하는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해 왔다며, 이란 배후설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가치외교를 표방하는 윤석열 정부가 어떤 입장을 보일지 쉽지 않은 선택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들을 상대로 경제외교에 주력해 왔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어느 방향으로 번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북한과 하마스 간 꾸준히 제기돼 온 무기 거래설이 이번 무력충돌을 계기로 사실로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한국의 중동 전문가인 아산정책연구원 장지향 박사는 하마스 같은 반미 반이스라엘 무장세력의 활동이 활발해질수록 북한에겐 이들과의 무기 거래를 통해 외화를 벌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는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장 박사는 하마스가 이스라엘과의 교전에서 북한 무기를 쓴 혐의나 증거가 나오더라도 북한은 이를 완강하게 부인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습니다.

[녹취: 장지향 박사] “조금이라도 외부에서 자기네 정권 생존에 무리가 가는 일이 생기면 바로 손절을 하거든요. 그게 초국가 급진단체와 북한이라고 하는 정상국가임을 강조하고 싶은 나라와의 큰 차이이기 때문에 하마스가 북한 무기를 쓴 게 부각되면 간접적으론 북한에게 압박이 될 수 있지만 북한은 아주 빠르게 그런 일이 없다고 선을 확실히 그을 겁니다.”

한국에선 그동안 하마스 등 팔레스타인 로켓에 대해 90% 이상의 요격률을 자랑해온 아이언 돔이 이번에 허점을 드러낸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지난 5월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가 모두 270여 발의 로켓을 발사했지만 아이언 돔이 대부분 요격하는 데 성공해 단 3발의 로켓만 이스라엘 영토에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하마스는 2천500~5천 발 이상의 로켓을 ‘소나기 사격’했고 아이언 돔은 이를 모두 요격하는 데 실패했다는 겁니다.

북한의 경우 자주포와 다연장로켓포 즉 방사포로 구성된 주력 장사정포를 비무장지대 인근에 1천여문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마스의 로켓포를 뛰어넘는 이들 포를 모두 동원할 경우 1시간에 1만6천여 발을 한국 수도권에 쏟아 부을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한국 군도 한국형 아이언돔 배치를 추진 중이지만 단시간에 무차별적이고 대규모로 이뤄지는 장사정포 공격에 충분한 방어 수단이 되기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문 센터장은 또 하마스의 로켓 공격 움직임을 사전에 포착하지 못한 이스라엘 정보당국의 실책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세계 최고의 정보를 자랑하는 이스라엘의 정보당국이 하마스 기습공격 움직임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했다는 점 그래서 한국 군도 3축체계의 첫 번째 킬체인은 정보의 실패로선 불가능하단 말이죠. 그렇기 때문에 대북 정보 수집, 판단, 분석, 대처 이런 부분들이 하마스 공격의 중요한 교훈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한편 한국 외교부는 교민과 성지 순례객 등을 포함한 현지 체류 한국인 안전 점검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외교부는 앞서 8일 이스라엘에 특별여행주의보를 내렸고 현지에 있는 한국 국민들에게 가능한 제3국으로 출국하라고 권유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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