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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책임' 안보리 격론...젤렌스키 "러시아 거부권 박탈 마땅" 라브로프 "우크라이나는 미국 꼭두각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오른쪽)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0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평화 유지와 우크라이나의 안보' 주제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오른쪽)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0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평화 유지와 우크라이나의 안보' 주제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 책임 등을 놓고 20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공방을 벌였습니다.

안보리가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평화 유지와 우크라이나의 안보'를 주제로 회의를 연 가운데, 이날 처음으로 안보리 회의에 직접 참석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침략자인 러시아 손에 있는 거부권이 유엔을 교착 상태에 빠뜨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인류는 국가의 국경 방어에 있어 더 이상 유엔에 희망을 갖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습니다.

미국·중국·프랑스·영국과 함께 상임이사국 5개 나라 가운데 하나인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안보리 기능이 무력화되고 있다며 유엔 개혁을 촉구한 것입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거부권을 박탈하고 안보리 활동 또한 정지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침략을 저지른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거부권을 무력화할 수 있도록 유엔 총회에 실질적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구체적인 개혁 방안에 관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상임이사국을 현행 5개국에서 확대하고, 유엔 총회가 안보리 거부권을 회원국 3분의2 이상의 찬성으로 무효화할 수 있는 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독일의 상임이사국 합류를 제안했습니다.

■ 영토 회복 2대 기준 제시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한, 러시아가 점령하거나 불법 병합한 자국 영토 회복을 위한 2단계 행동 계획을 제안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첫째, 1991년 기준으로 국제적으로 인정된 우크라이나의 전체 주권 영토 내에서 모든 러시아군과 용병, 준군사조직이 전면 철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옛 소련에서 독립한 직후의 영토가 회복돼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지난 2014년에 러시아가 빼앗은 크름반도(크림반도)를 포함한 지역에서 완전히 철군해야 한다는 요구입니다.

우크라이나 주요 지역. 흑해로 돌출된 크름반도(크림반도)는 지난 2014년 러시아가 불법 병합했다.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주요 지역. 흑해로 돌출된 크름반도(크림반도)는 지난 2014년 러시아가 불법 병합했다.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어서 "둘째, 흑해와 아조우해(아조프해), 케르치해협을 포함한 국경과 EEZ(배타적경제수역) 전체에서 우크라이나의 실효적 통제권을 완전히 회복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두 가지만이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으며 (러시아의) 적대 행위를 완전히 중단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크름반도(크림반도)와 케르치해협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크름반도(크림반도)와 케르치해협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날(20일) 안보리 회의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신의 '10대 평화구상'을 논의할 항목별 실무 그룹과 정상회의 개최 방안도 제시했습니다.

제안 내용에 따르면 먼저, 핵심 항목별로 국가안보보좌관에서 각국 외교 대표들이 참여하는 실무 그룹을 구성합니다.

그리고 전쟁 종식을 위한 첫 정상회의를 개최합니다. 이어서 10개 항목별로 안보보좌관, 외교 대표, 의회 의장급 당국자들이 모이는 회의를 진행하는 계획입니다.

이번 제78차 유엔 총회 기간 우크라이나 전쟁을 직접적인 의제로 삼은 회의는 이날 안보리 회의가 유일합니다.

우크라이나는 안보리 이사국은 아니지만, 이해 당사국 자격으로 이날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 러시아, 미국·우크라이나에 책임 돌려

러시아 정부 대표로 참석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전쟁 책임을 미국과 우크라이나에 돌렸습니다.

라브로프 장관은 지난 20년간 우크라이나 정치에 개입한 미국과 폭력을 남용한 우크라이나 정부에게 분쟁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정부는 미국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면서 "미국이 젤렌스키에게 협상에 나설 것을 명령해야 한다"고도 말했습니다.

■ 직접 대면은 안 해

다만 이날 안보리 회의장에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대면해 설전을 벌이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라브로프 장관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 때 회의장에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젤렌스키 대통령 역시 연설 직후 곧바로 회의장을 떠나 러시아 측 발언을 지켜보지 않았습니다.

이날 회의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 이어 두 번째로 발언권을 얻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에 앞서 바실리 네벤쟈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우크라이나가 총 15개 안보리 이사국보다 먼저 발언권을 얻는 것에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이같은 항의에 대해 안보리 순회 의장국인 알바니아의 에디 라마 총리는 "만약 당신이 동의한다면, 해법이 있다"면서 "전쟁을 중단하라, 그러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1일 미 의회를 방문합니다.

이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회담합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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