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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동서남북] 우크라이나 "러시아로 가던 북한 무기 압수"


지난달 12일 우크라이나 바흐무트 인근에서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다연장로켓을 발사하고 있다. (자료사진)
지난달 12일 우크라이나 바흐무트 인근에서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다연장로켓을 발사하고 있다. (자료사진)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북한이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한 것이 확인됐습니다. 북한이 왜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하는 것인지, 양국 간 무기 거래가 언제 시작됐는지,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한 사실은 한 장의 사진을 통해 확인됐습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 (FT)신문은 지난달 28일자에서 “우크라이나에서 북한제 무기가 사용됐다”며,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군이 러시아제 다연장로켓을 발사하는 장면을 공개했습니다.

눈길을 끈 것은 우크라이나 군이 다연장로켓에서 사용한 포탄입니다. 포탄에는 한글로 ‘방-122’란 글자가 적혀 있었습니다.

한국의 군사 전문가인 아산정책연구원 양욱 박사는 포탄에 적힌 ‘방’은 다연장로켓의 북한식 명칭인 ‘방사포’의 약자이고, 122는 122mm를 의미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양욱 박사] ”방사포탄 122mm 구경이라는 뜻입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선박으로 수송 중이던 북한산 로켓 포탄이 러시아 군에 전달되기 전에 (우크라이나에) ‘우호적인 국가’에 의해 압수됐다고 밝힐 뿐 더 이상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북한은 러시아에 대한 무기 지원 의혹을 강하게 부인해 왔습니다. 미 백악관이 지난해 11월과 올해 1월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했다며 위성사진을 공개했을 때도 북한은 러시아와 함께 이를 부인했습니다.

북한과 러시아는 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인인 지난달 27일 평양에서 열린 ‘전승절’ 기념행사에서도 무기 거래를 비롯한 군사 협력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전쟁 중임에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친서를 들고 2박 3일 일정으로 직접 평양을 찾았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쇼이구 장관을 접견하고 오찬을 함께 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또 쇼이구 장관과 평양에서 열린 ‘무장장비 전시회 2023’ 행사장을 방문해 화성-18형, 화성-17형 등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대해 일일이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은 쇼이구 장관이 북한으로부터 무기를 구입하기 위해 방북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쇼이구 장관이 “북한에 휴가로 간 것은 아닐 것”이라며 “우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계속 이행하기 위해 찾을 수 있는 모든 곳에서 필사적으로 지원과 무기를 찾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블링컨 장관] “With regard to reports of the Russian defense minister in North Korea, I strongly doubt he's there on holiday….”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 거래 움직임은 쇼이구 장관의 방북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북한전문 매체인 ‘NK뉴스’에 따르면 러시아 공군 소속 일류신(IL)-62 여객기 1대가 지난 1일 평양에 도착해 약 36시간 머문 뒤 2일 오후 떠났습니다.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인 한미연구소 래리 닉시 박사는 이 군용기가 수송기가 아닌 점으로 볼 때 러시아가 군사 실무자를 북한에 보내 무기 거래의 가격과 조건 등을 논의한 것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래리 닉시 박사] ”Probably military officials as a follow-up defense minister’s visit.”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은 무기 거래를 중심으로 당분간 계속될 전망입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당초 계획과 달리 1년6개월 이상 계속되면서 탄약과 드론(무인기)같은 무기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중국은 무기를 비롯한 전쟁물자를 러시아에 공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와 북한은 대포 구경 등 군용 규격이 같기 때문에 러시아로서는 북한제 무기를 수입할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북한은 지난 2000년 이전까지만 해도 자체 생산한 무기를 중동과 아프리카에 수출해 연간 10억 달러가량의 외화를 벌어들였습니다.

하지만 유엔 안보리가 2006년 10월 대북 결의 1718호를 통해 무기 수출을 금지한 이후 북한의 무기 수출은 사실상 중단됐습니다.

그러나 러시아가 북한의 무기를 수입하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입니다. 따라서 러시아가 북한 무기를 수입할 경우 북한은 외화를 버는 것은 물론 안보리의 대북 무기 금수 조치도 무력화시킬 수 있습니다. 다시 양욱 박사입니다.

[녹취: 양욱 박사]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 무기는 유엔 안보리가 제일 먼저 금수를 결의한 것인데 이것을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무너뜨리면 결국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는 전부 기능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 되는 거죠.”

북한과 러시아 간 무기 거래는 옛 소련 시절인 1949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김일성 주석은 모스크바를 방문해 소련의 최고 지도자 이오시프 스탈린을 만나 무력통일을 설득하는 한편 무기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이에 스탈린은 약 4천만 달러의 차관을 북한에 제공하고, 특별군사고문단을 보내 인민군 편성과 훈련을 지원하도록 했습니다.

특히 소련은 인민군 10개 사단을 무장할 수 있는 무기를 북한에 제공했습니다.

기록에 따르면 북한이 6.25 한국전쟁 당시 보유하고 있던 T-34탱크 242대, 전투기 211대, 장갑차 59대, 곡사포 552문, 박격포 1천 729문, 경비함 30척 등은 모두 소련이 지원한 것입니다.

서울의 민간 연구소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이영종 북한연구센터장은 소련의 무기 지원이 없었다면 북한은 6.25 전쟁을 일으키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영종 센터장] ”북한은 사실 소련의 지원이 없었으면 6.25 도발을 엄두도 내지 못했을 정도로 6.25 남침에 필요한 여러 무기를 조달하는 데 결정적 도움을 준 것이 소련이다.”

1953년 7월 정전협정이 체결되고 한국전쟁은 막을 내렸지만 소련의 무기 지원은 계속됐습니다.

비밀 해제된 한국 외교부 자료에 따르면 소련은 1953년부터 1984년까지 16억 달러 상당의 무기를 북한에 지원했습니다. 이 기간 중 소련은 탱크, 장갑차, 잠수함, 미그기 등을 지원했습니다.

특히 1984년 5월 김일성 주석이 모스크바를 방문한 이후 소련은 미그-23기 26대, 스커드-B 미사일 6기, SA-3 지대공 미사일 60기 등 최신 무기를 지원했습니다.

1960년대부터 북한은 자체 군수공업을 건설했습니다.

북한은 국방위원회 산하에 ‘제2경제위원회’를 설치하고 자강도와 평양 일대에 전문 무기공장 44개 소를 비롯해 180여 개의 군수 공장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소련의 기술 지도를 받아 AK-47 자동소총부터 탄약과 군함, 주력전차인 ‘폭풍호’와 ‘선군호’ 탱크에 이르기까지 각종 무기를 생산했습니다. 다시 이영종 센터장입니다.

[녹취: 이영종 센터장] ”고난의 행군 속에서도 당시 자강도 도당책이었었던 연형묵의 주도로 군수공장 건설이 이뤄졌는데…”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 커넥션은 소련이 붕괴한 1991년 이후에도 계속됐습니다. 소련이 붕괴하자 군수 분야에 종사하던 많은 과학자와 기술자들이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고 생계를 걱정하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그러자 북한 당국은 높은 임금을 제시하며 러시아의 전문가와 기술자들을 평양에 불러들여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했다고 미 해군분석센터의 켄 고스 국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Lot of scientists brains right after fall of Soviet Union scoop up.”

북한과 러시아의 수십 년에 걸친 무기 거래는 지난 2017년 북한의 핵 무력 완성 선언으로 이어졌습니다.

전문가들은 무기 거래 등을 계기로 갈수록 유대를 강화하고 있는 북러 관계가 핵 문제를 비롯한 동북아시아 정세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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