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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 폭파 우리가 했다" 러시아군 도청 파일 공개...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 냉각수 공급 불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운데)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8일 헤르손 침수 지역을 방문해 카호우카 댐 붕괴에 관해 지역 당국자들과 회의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운데)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8일 헤르손 침수 지역을 방문해 카호우카 댐 붕괴에 관해 지역 당국자들과 회의하고 있다. 

지난 6일 발생한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 카호우카 댐 파괴가 러시아의 소행임을 입증하는 러시아 측 통신을 확인했다고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이 9일 발표했습니다.

SBU는 이날 텔레그램 채널에 이같은 내용의 성명을 게시하고, 1분30초 분량의 음성 파일을 함께 올렸습니다.

SBU는 이 음성 파일이 러시아군 관계자의 전화 통화를 감청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파일에서 러시아군 관계자는 댐 폭파에 관해 "그들(우크라이나)이 폭격하지 않았다, 우리(러시아) 사보타주(고의·비밀 파괴공작) 집단이었다"고 말합니다.

이어서 "그들은 이 댐으로 사람들을 겁주려 했다"고 강조합니다.

그러면서 "계획대로 가지 않았는데, 원래 계획 이상으로 해냈다"고 설명합니다.

또한 댐 파괴로 인한 주변 지역 침수 상황에 관해 언급한 대화도 음성 파일에 담겼습니다.

SBU는 이 통화가 "러시아 침략자들이 댐을 폭파해 우크라이나를 위협하고 우리 국토 남부 주민들을 몰살할 생태학살을 일으킨 결정적 증거"라고 이날(9일)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러시아의 전쟁 범죄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SBU는 해당 통화에 등장하는 두 남성이 러시아군 관계자라고 명시했지만, 구체적인 신원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9일) 영상 메시지를 통해, 러시아군이 카호우카 댐 붕괴로 인한 홍수 피해 지역에 포격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러시아-우크라이나 책임 공방

앞서 지난 6일,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 노바 카호우카 시에 있는 카호우카 댐의 주요 구간이 원인을 알수 없는 폭발로 인해 붕괴됐습니다.

이후 주변 지역이 침수되면서 피해가 커지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상대 소행이라며 맞서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대반격' 장애물을 만들기 위해 러시아가 댐을 자체적으로 폭파시킨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의 포격으로 벌어진 일이라는 입장입니다.

현재 댐의 통제권은 러시아가 갖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조심스럽게 러시아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사건 당일(6일) 보도했습니다.

댐이 무너지는 원인으로는 크게 댐 자체의 구조적 결함, 외부에서 가해진 충격, 내부의 고의적인 폭발 등을 꼽을 수 있는데, 이번 카호우카 댐 붕괴의 경우 내부의 고의적인 폭발로 보는게 타당하다는 내용입니다.

이와 함께, 비료 원료인 암모니아를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로 보내는 수송관 일부가 최근 파괴됐습니다.

카호우카 댐 붕괴로 광범위한 농경지가 침수된 데 이어 이같은 일이 벌어지면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곡물·비료 수출 차질 우려로 국제적 식량 위기 전망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카호우카 댐과 관계 저수시설은 우크라이나 남부와 크름반도(크림반도)의 주요 식수원입니다.

또한 주변 대단위 농경지에 물을 대기도 합니다. 인근에 있는 유럽 최대 규모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의 냉각수도 이 곳에서 끌어다 쓰고 있습니다.

■ "원전 냉각수 공급 불가"

이런 가운데, 자포리자 원전에 냉각수를 공급하던 저수량이 카호우카 댐 폭발로 줄어들면서 더는 냉각수를 공급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우크라이나 측이 주장했습니다.

우크라이나 국영 에너지 기업 우크르에네르고의 이고르 시로타 최고경영자(CEO)는 8일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카호우카 호수 수위가 낮아져 냉각수 공급 임계점인 12.7m 미만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자포리자 원전 안전에 아직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습니다.

IAEA는 같은 날(8일) 성명을 통해 "지금까지 내린 결론은 수위가 11m 이하로 떨어져도 여전히 펌프가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런 결론은 이렇게 어렵고 도전적인 상황에서 다른 물로 전환하기 전까지 시간을 좀 더 벌게 해준다"고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설명했습니다.

자포리자 원전 운영 당국과 IAEA는 비상 시 기존 호수 대신 원전 인근에 채워둔 냉각수 연못에서 물을 끌어올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방법으로 몇 달은 버틸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중장기적으로는 별도 저수 시설에서 냉각수를 가져오거나, 이동식 펌프 또는 소방차로 인근에서 물을 옮겨오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고 현지 매체들이 전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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