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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본토 교전에 미국산 무기 사용" 사진·영상 공개..."미국이 직접 분쟁 개입"


러시아 국방부가 지난 22일 벨고로드에 침입한 우크라이나 무장세력을 섬멸하는 장면이라며 공개한 영상 속 장면 (영상 캡쳐=러시아 국방부 제공)
러시아 국방부가 지난 22일 벨고로드에 침입한 우크라이나 무장세력을 섬멸하는 장면이라며 공개한 영상 속 장면 (영상 캡쳐=러시아 국방부 제공)

22일부터 이틀간 러시아 본토에서 벌어진 교전에 미국산 군사 장비와 무기들이 사용됐다고 러시아 국방부가 23일 발표했습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어제(22일) 벨고로드주 주요 지역들에 침투한 우크라이나 무장 세력이 사용하다가 파괴되거나 버려진 미국산 장비들"이라며, 사진과 영상을 이날 현지 매체들에 공개했습니다.

해당 사진과 영상들에는 파괴된 미국제 험비(Humvee) 야전 전술차량 등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러시아 매체들은 해당 사진과 영상을 바탕으로, 미국산 'M1124 인터내셔널 맥스프로' 지뢰방호장갑차(MRAP·엠랩)가 최소 3대 이번 교전에 투입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아울러 이들 차량 가운데 최소 2대는 러시아군에 노획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엠랩과 험비는 앞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군수품 목록에 수백 대 포함된 장비들입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를 근거로, 미국이 분쟁에 직접 개입하고 있다고 이날(23일) 주장했습니다.

■ 진실성 의문

하지만, 러시아 측이 공개한 사진과 영상의 진실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24일 VOA와의 통화에서 "사진과 영상에 나오는 장비들의 상태를 볼 때, 이번 교전과는 관계가 없는 걸로 보인다"면서 "이전에 별도로 확보한 장비들을 가져다가 촬영을 위해 설정(staging)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해당 장비들의 겉 모습은 현실적으로 보이지만, 차량 내부 등은 구조, 설비 재질, 형태가 현재 운용 중인 모델들과 크게 다릅니다.

■ 미국, 러시아 영토 공격 반대

매튜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산 장비가 러시아 본토 교전에 사용됐다는 러시아 매체들의 보도에 대해 "현시점에서 이 보도들의 진실성에 회의적"이라고 23일 브리핑에서 말했습니다.

이어서 "우리는 우크라이나 국경 밖에 대한 공격을 가능하게 하거나 권고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우크라이나에 아주 명백히 밝혀왔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무기에 대해, 러시아 영토를 공격하는데 쓰지 말 것을 약속받아왔습니다. 확전 위험 때문입니다.

같은 이유로,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무기도 지원하지 않았습니다.

■ "침투자 70여명 제거"

러시아 국방부는 '대테러작전'의 일환으로 남서부 국경 인근 그라이보론에 22일 침투한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조직"을 소탕했다고 이날(23일) 밝혔습니다.

국방부는 러시아군이 작전을 통해 "우크라이나 테러리스트" 70여명을 제거했고 나머지는 우크라이나로 몰아냈으며 장갑차 4대와 트럭 5대를 파괴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교전으로 직접적 사망자는 없지만 전투 현장에서 대피해 있던 72세 여성이 숨졌으며 그 밖에 주민 12명이 부상당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22일부터 23일까지 러시아 남서부 벨고로드주의 그라이보론 등지에서 교전이 발생했습니다.

장갑차 등을 동원한 공격이 확인됐고, 포격 피해도 보고됐습니다.

이에 관해 현지 당국은 "우크라이나군이 우리(러시아) 영토에 침입해 벌인 군사작전"이라고 밝혔으나, 우크라이나 정부 당국자는 즉각 부인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반대하는 러시아인들로 구성된 '러시아 자유 군단'과 '러시아 의용군 부대' 등이 공격을 주도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들은 지난해 2월 24일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편에서 전투를 벌여왔습니다.

이번 교전 과정에서 부상자가 다수 발생하고 지방 정부 청사가 파괴됐습니다.

안드리 체르냐크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국 대변인은 이번 사건에 대해 "우크라이나군은 이 공격에 직접 연관되지 않았고 미국이 제공한 무기는 철저한 통제 속에 있다"고 언론에 밝혔습니다.

다만 해당 병력의 러시아 영토 공격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 "물론 우리는 그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 '핵 종말 위험 고조' 공개 위협

이날(23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전보장회의 부의장은 미국과 유럽 등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때문에 '핵 종말' 위험이 고조됐다고 공개적으로 위협했습니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우크라이나 지원 무기의 파괴력이 커질수록 소위 '핵 종말'이라고 불리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경고했습니다.

아울러, 핵 전쟁이 발발할 경우 그 책임은 "우크라이나 정권과 이를 후원하는 미국과 유럽연합(EU), 영국과 같은 동맹국들이 짊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같은 발언은 미국이 제공하는 F-16 전투기를 운용하도록 하는 우크라이나군 조종사 훈련이 폴란드 등지에서 시작됐다는 발표가 나온 직후 공개됐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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