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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한일 정상 '새로운 수준 공조' 합의...대북·인태지역 협력 제도화 수순 주목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가운데) 일본 총리,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21일 일본 히로시마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기념촬영 현장에서 담소하고 있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가운데) 일본 총리,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21일 일본 히로시마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기념촬영 현장에서 담소하고 있다.

주요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난 미한일 정상이 새로운 수준으로 3자 공조를 발전시키기로 합의하면서 앞으로 세 나라의 공조 양상이 어떻게 달라질지 주목됩니다. 대북 억지력과 인도태평양 전략 측면에서 3국 공조가 보다 체계화하는 방향으로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한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주요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21일 히로시마에서 가진 정상회담에서 3국 간 새로운 공조에 합의했습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한일 정상을 초청함에 따라 조만간 열리게 될 ‘워싱턴 3자회담’에서 3국 간 새로운 공조 모습이 구체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대통령실 이도운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정상들은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의 실시간 공유와 같은 3자 안보협력, 인도태평양 전략에 관한 3자 공조 강화, 경제안보, 태평양 도서국에 대한 관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구체 협력을 심화하기로 했다”고 전했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22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3국이 과거에는 안보 협력 중심으로 논의했는데 이제는 포괄적인 협력을 해나가자는 뜻에서 새로운 차원이라는 표현을 넣은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미한일 세 나라는 무엇보다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응하는 군사안보 협력 분야에서 공조 수준을 확대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특히 북한이 발사하는 미사일에 대한 3국의 경보 정보 공유체계 구축이 우선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북한이 전술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KN 계열의 탄도미사일에 이어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개발에 성공함에 따라 미한일 3국 대응체계의 통합 필요성이 커진 때문이라는 겁니다.

미한일은 작년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3국 정상회담에서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의 실시간 공유에 합의하고 관련 논의를 진행해 왔습니다.

전하규 한국 국방부 대변인은 22일 정례브리핑에서 “구체적인 이행 방안에 대해서 필요한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다음달 초 싱가포르 샹그릴라 대화를 계기로 개최될 미한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관련 합의가 나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럴 경우 이르면 하반기부터 경보 정보 실시간 공유체계가 가동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3국의 새로운 공조와 관련해서 미한이 확장억제 강화 차원에서 합의한 핵협의그룹, NCG의 확대 가능성도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김태효 한국 국가안보실 1차장은 22일 한국의 뉴스전문 케이블 매체인 YTN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일본의 NCG 참여에 대해 “닫아놓기보다는 열려 있다”면서도 “미한 간 NCG가 정착되면 그 다음 북태평양, 아시아에서 북 핵에 대비한 공조를 호주라든지 일본과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NCG를 가입국을 늘려서 한다면 한반도에서 우리가 집중적으로 해야 할 미한 간 어젠다가 흐려진다는 점에서 NCG 정착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한일 공조를 제도화하는 차원에서 NCG와는 별개의 3자 협의체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한미일이 계속 만나긴 합니다만 어떤 공식된 협의체가 있는 건 아니잖아요. 예를 들어 쿼드같이. 그런데 워싱턴 초청을 한다면 그 때 한미일 정상회담 그 시기를 즈음해서 뭔가 협의체 출범도 생각하지 않을까, 기존 NCG와는 별개의 그런 한미일 간 협의 그런 구체화된, 제도화된 만들 가능성은 좀 있다고 판단됩니다.”

아울러 3국의 새로운 공조는 대북 대응을 넘어 역내와 글로벌 차원으로 범위가 더욱 확장될 전망입니다.

미한일 3자 협력은 미중 전략경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인도와 태평양 역내, 그리고 글로벌 현안 대응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바이든 대통령 초청으로 이뤄지는 미한일 정상회담은 북한은 물론 역내 문제에 대한 3국 공조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홍민 실장] “한미일이 하나의 체계 안에서 같이 긴밀하게 움직인다는 것을 북한에 메시지화 시키고 실제 그것이 훈련 등으로 지속적 정기적으로 움직인다면 억제력에선 한층 나아지는 부분이 있다, 다만 이것이 외교적 측면에선 중국과 러시아를 자극하고 북한을 어쨌든 대화보다는 억제 중심으로 간다는 메시지로 보일 수 있기 때문에 대립각은 더 날카로워질 가능성이 있다고 봐야겠죠.”

한편 윤 대통령은 이번 히로시마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일 간 갈등을 넘어선 미래지향적 관계를 지향하는 행보를 이어갔습니다.

21일 기시다 총리와의 양자 회담을 통해 한일 셔틀외교 복원을 재확인했고, 특히 같은 날 기시다 총리와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 한국인 원폭희생자 위령비를 공동 참배했습니다.

윤석열(가운데 왼쪽) 한국 대통령 내외와 기시다 후미오(가운데 오른쪽) 일본 총리 내외가 21일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참배하고 있다.
윤석열(가운데 왼쪽) 한국 대통령 내외와 기시다 후미오(가운데 오른쪽) 일본 총리 내외가 21일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참배하고 있다.

이도운 대변인은 공동참배 행보에 대해 “두 정상이 한일 관계의 가슴 아픈 과거를 직시하고 치유를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이와 함께 “동북아 더 나아가 국제사회에서의 핵 위협에 두 정상 그리고 두 나라가 공동으로 동맹국인 미국과 함께 대응하겠단 의지도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 민간 연구기관인 세종연구소 진창수 일본연구센터장은 한일이 국제정세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미국과 3자 협력을 강화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진창수 센터장] “히로시마 위령비에 같이 참여하게 된 것은 말과 함께 이제 행동으로 조금씩 일보 전진했다 이렇게 보고, 한미일 협력이라고 하는 것은 이런 한일관계를 기반으로 해서 점차적으로 확대 강화될 것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미국에서 다시 한 번 (미한일 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보고 구체적인 내용을 이제부터 채워나가는 것이 과제가 됐다고 봐야겠죠.”

지난해 11월 프놈펜 성명 때만 해도 미한일 삼각공조는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배상 문제 등으로 한일 간 갈등이 골이 깊어 안정적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지난 3월 제3자 변제를 골자로 한 강제동원 배상 해법을 제시하면서 한일 관계에 물꼬가 트였고 이어 한일 셔틀외교가 복원되면서 미한일 3국 협력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한일 갈등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하기엔 여전히 현실적 제약이 있다면서도, 미한일 협력이 탄력을 받을 수 있는 계기는 만들어졌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에 대해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에서 기시다 총리도 어느 정도 호응을 해야 되거든요. 그러나 일본 국내정치의 우경화 때문에 기시다 총리 행보에 제약이 있고 따라서 그것을 우회하는 모습을 지금 보이고 있다, 따라서 현실적인 선택으로 위령비 참배를 한 것 같고요, 따라서 한일 관계는 탄력을 받을 거다, 그러나 세부적인 문제들이 아직 해결이 안됐기 때문에 언제든 갈등 소지는 남아있는 상태에요.”

바이든 대통령이 제안한 워싱턴에서의 미한일 정상회담 시점과 관련해 한국 정부는 “날짜를 확정할 수 없는 단계”라고 밝혔습니다.

일각에선 오는 여름이 아니면 한일 정상이 9월 유엔총회에 참석하기 직전 워싱턴에 가서 바이든 대통령과 3자 회담을 가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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