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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민간단체들 '대북 전단 보내기' 재개 움직임...남북관계 긴장 변수 가능성 


한국 내 탈북민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이 대북 전단 풍선에 매단 포스터 (자료사진)
한국 내 탈북민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이 대북 전단 풍선에 매단 포스터 (자료사진)

대북전단금지법으로 위축됐던 한국 내 민간단체들의 대북 전단 보내기 활동이 재개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북전단금지법 위헌 소송 결과에 따라서 대북 전단 활동이 북한의 핵 위협 고도화로 조성된 한반도 긴장 상황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내 탈북민 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지난 5일 인천 강화도에서 타이레놀과 비타민C, 소책자, 대북 전단 등을 20개의 대형 풍선에 실어 북한으로 날려 보냈다고 밝혔습니다.

대형 풍선 아래에는 핵과 미사일 도발에 열중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비난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달았습니다.

이 단체가 대북 전단을 보낸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7개월만입니다.

이 단체 박상학 대표는 12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해 대북 전단을 8차례 보냈는데 올해도 비슷한 규모로 전단을 보내겠다고 말했습니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 (자료사진)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 (자료사진)

[녹취: 박상학 대표] “인민은 굶주리는데 계속 핵 미사일 도발하는데 굶주리는 인민의 고혈을 짜서 이런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그런 핵 미사일 도발을 중단하라는 그런 메시지로 전단을 보내는 겁니다.”

탈북민 단체인 ‘북한의 자유화를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탈북자들’ 일명 ‘자유화캠페인’도 지난달 9일 대북 전단과 USB를 실은 대형 풍선을 북한으로 보낸 데 이어 바다에서도 해류를 통해 쌀 등을 담은 페트병을 세 차례 보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자유화캠페인’을 대변하는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페트병 20개 정도를 넣은 자루를 20~30개 정도씩 보낸 만큼 세 차례에 걸쳐 보낸 페트병은 1천200개 이상으로, 페트병에는 쌀뿐 아니라 소형 성경책, 미화 1달러 지폐 그리고 북한 주민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담은 USB가 담겨 있다고 전했습니다.

김 대표는 ‘자유화캠페인’이 한국의 대북전단금지법에 위배되는 행동임에도 불구하고 북한 주민들의 알권리 차원에서 대북 정보 유입 활동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전해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성민 대표] “이 친구들 입장은 바람이 북으로 불고 조류 차이가 북으로 가는 물살이 되면 무조건 한다는 입장이에요. 그것은 확실해요. 그리고 그걸 그렇게 꾸준히 하는지 저도 몰랐어요.”

이처럼 한국 내 탈북민 단체들의 대북 선전전이 다시 활발해지는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에선 문재인 전임 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남북관계발전법의 대북 전단 금지 조항인 일명 ‘대북전단금지법’이 만들어진 이후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활동이 크게 위축됐습니다.

이 법 해석지침에 따르면 대북 전단 살포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미화로 약 2만2천500 달러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고, 기류뿐 아니라 해류를 통해 북한으로 이동하는 전단도 금지돼 있습니다.

또 다른 탈북민 단체인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 이민복 대북풍선단장은 대북전단금지법 발효 이후 전단 보내기 활동을 중단한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이 단장은 지난해 11월 자신의 5t 대형 트럭이 방화로 추정되는 불에 전소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지난 2008년부터 활동해 ‘대북 풍선 원조’격인 이 단장은 그러나 현재 대북전단금지법을 놓고 헌법재판소에서 진행 중인 위헌 소송 결과에 따라서 언제든 대북 풍선을 날릴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내 변호사 단체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은 앞서 2020년 12월, 대북전단금지법이 발효되면 북한체제 등을 비판하는 것도 북한의 요구에 따라 금지될 우려가 있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헌재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대북전단금지법이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죄형법정주의와 명확성의 원칙, 비례성의 원칙을 위반해 헌법에 위반된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헌재의 위헌소송 결과가 향후 민간단체들의 대북 전단 활동에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부분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되 그러나 접경지역 주민 안전도 동시에 고려하는 상황이 나올 것 같고요, 그러나 어느 경우든 현행법이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조항이 완화된다고 하면 대북 전단은 사실상 보내는 게 허용되는 쪽으로 갈 가능성이 있거든요.”

통일부는 대북전단금지법이 위헌이라는 입장이면서도 민간단체의 전단 살포는 자제돼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습니다. 민감한 남북관계 상황과 접경지역 주민들의 우려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처럼 한국 정부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북한이 동서해 해상완충구역 내 포 사격 등 9.19 군사합의를 여러 차례 어긴 만큼 대북 정보 유입활동이나 심리전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인태 박사입니다.

[녹취: 김인태 박사] “어찌 보면 내용적으로 선을 다 넘어선 거거든요, 북한 자체는. 그러니까 제가 볼 때는 그나마 지금 현재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카드가 북한을 공략하는 여러 가지 수단이 되는 건데 그것을 북한이 반발할 것이라고 해서 주저하기 보다는 우리가 좀 더 대북 압박카드 효과를 높이는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판단할 부분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조한범 박사는 북한이 핵 위협 고도화와 함께 남북 통신선을 일방 차단하는 등 긴장을 고조시킨 상황에서 민간단체들의 이런 활동을 한국 정부 묵인 하에 이뤄지는 공격행위로 인식하고 모종의 도발에 나설 수 있다며, 접경지역 안전과 우발적 충돌 가능성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2020년 대북 전단을 문제삼아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의 강경한 행보를 보인 바 있습니다.

또 지난 2014년에는 대북 전단을 향해 고사포를 발사해 파편이 한국 측 지역에 떨어지는 위험한 상황을 초래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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