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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들 “북한 위협 대응에 확성기 방송, 전단 살포 재개  필요…대북 정보유입 중요”


한국 비무장지대 인근에 설치된 대북방송용 확성기. (자료사진)
한국 비무장지대 인근에 설치된 대북방송용 확성기. (자료사진)

한국 정부가 북한의 지속적인 위협에 대응해 대북 확성기 방송과 전단 등 다양한 수단으로 북한에 정보를 보내야 한다고 전문가들이 말했습니다. 정보 유입은 북한 정권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비군사적 대응으로 매우 유익한 선택이라는 지적입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정보당국의 고위 관리를 지낸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미국 차석대표는 10일 VOA에 한국의 윤석열 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 재개 등을 검토하는 것은 매우 긍정적 움직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김정은 정권이 핵무력을 증강하고 한국을 주적이라고 부르며 유엔 안보리 결의와 남북 합의를 위반하는 도발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최전방 북한 군대와 접경지역 주민들에게 진실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것은 “가치 있는 노력”이란 것입니다.

[녹취: 디트라니 전 차석대사] “I think whether it's a loudspeaker, using loudspeakers to get information in or dropping leaflets or anything that could better educate, better inform the people of North Korea. I think that's a very positive development. I think it's a worthwhile endeavor.”

디트라니 전 차석대사는 “확성기 방송으로 정보를 유입하든 전단을 살포하든 북한 주민들에게 더 나은 교육과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면서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검토는 “매우 긍정적인 발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아울러 대북 정보 유입은 북한 정권의 군사적 도발에 대한 “비대칭 대응”이기도 하지만 북한처럼 핵무력을 증강하는 군사적 도발이 아니란 점도 강조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영토 침범에 대한 북한의 도발이 재발하면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검토하라”고 지시한 후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는 방안과 탈북민 등 민간단체의 전단살포를 다시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미연합사 작전참모를 지낸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정보 유입은 북한 정권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비군사적 대응으로 매우 유익한 선택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뿐 아니라 디지털 등을 활용한 “많은 분야에 초점을 맞춘 포괄적인 정보 캠페인이 필요하다” 강조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선임연구원] “It's in keeping with the United Nations council’s commission of inquiry that said the international community has a responsibility to get information into the Korean people because Kim Jong-un is denying their access to information. We really need a comprehensive information campaign that focuses on many, many areas.”

이어 “대북 정보 유입은 김정은이 주민들의 정보 접근을 거부하기 때문에 국제사회가 북한 주민에게 정보를 제공할 책임이 있다고 밝힌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권고와도 일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2014년 10월 한국 경기도 파주에서 탈북민단체 회원들이 대북전단이 매달린 풍선을 북쪽으로 날려보내고 있다.
지난 2014년 10월 한국 경기도 파주에서 탈북민단체 회원들이 대북전단이 매달린 풍선을 북쪽으로 날려보내고 있다.

대북 확성기 방송과 전단 등 정보 유입이 북한 정권의 도발과 거짓 선전 대응에 매우 강력하다는 지적은 앞서 미국 정부 고위관리들의 입에서도 여러 번 나왔었습니다.

제임스 클래퍼 전 미국 국가정보국장은 재임 시절인 지난 2016년 미국외교협회 강연에서 “미국이 훌륭한 무기인 정보를 활용하지 않고 있는 점이 다소 신경에 거슬린다”며 “정보야말로 북한이 매우 우려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었습니다.

[녹취: 클래퍼 국장] “What does bother me a bit is that we don’t capitalize on our great weapon, which is information. And that’s something they worry about a lot. And their reaction to the loudspeakers being activated along the DMZ or the dropping of leaflets by NGOs over North Korea, and they go nuts when that happens. And so that is a great vulnerability that I don’t think we have exploited.”

클래퍼 당시 국장은 “비무장지대를 따라 대북 확성기 방송을 하거나 민간단체들이 전단을 북한에 떨어뜨리면 그들(북한 지도부)은 완전히 미쳐버린다”면서 “정보 유입은 우리가 활용하지 않고 있는 큰 취약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부장관이었던 2016년 당시 뉴욕에서 개최한 토론회에서 “매우, 매우, 아주 천천히 북한의 (정보 통제)벽에 금이 가기 시작하고 있다”면서 “탈북민, 비정부기구, 그리고 그들을 지지하는 다른 사람들의 용감하고 창의적인 노력 덕분”이라고 강조했었습니다.

그러면서 “드라마, K-Pop, 외국 영화들은 더 넓은 세계로 통하는 창을 열어줬다”며 “북한 주민들에게 다른 세계가 있고 또 다른 한국이 있다는 의식을 주기 시작했고, 그들이 가진 깊은 기만에 대한 정권의 조작된 현실을 폭로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블링컨 장관] “Soap operas, K-Pop, foreign films have opened a window into the wider world—starting to give people a sense that there is another world out there and another Korea out there, exposing the regime’s fabricated realities for the deep deceptions that they are.”

미국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국제 문제 대응에 있어 흔히 외교·정보·군사·경제의 영어 약자인 DIME을 활용한다며, 하지만 현재 북한에 대한 거의 유일한 대응 방안은 ‘정보’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외교는 북한이 거부하고 있고 유익한 군사적 방안은 많지 않으며 경제적으로도 제재 등 할 수 있는 많은 것을 동원했기 때문에 이제 한국 정부가 정보 폭격을 통해 북한에 경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The South could say look, North Korea, if you continue these kinds of artillery shelling, we're going to start bombarding you using Radio Free Asia, Voice of America. We're going to send USB drives into North Korea. We're going to do a variety of those information, things that you don't like,”

베넷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포격 등 도발을 계속하면 대북 방송 공세를 시작하고 USB 드라이브를 보내며 다양한 정보들을 유입하는 등 북한이 달가워하지 않는 것들을 할 것이라고 경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정은은 K팝을 “악성암”이라고 말하는 등 정보의 강력함을 잘 인지하고 있지만 미국과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한 중요성을 제대로 감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이에 대해 “정치적 의지 부족”으로 풀이했습니다. 북한 김씨 정권의 생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정보와 인권에 초점을 맞추면 대북 협상을 가로막는다는 견해에 막혀 추진이 미흡했다는 것입니다.

로버트 매닝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은 정보 유입에는 동의하면서도 확성기 방송엔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매닝 선임연구원은 “북한에 정보를 보내는 모든 수단이 동일한 것은 아니며, 확성기는 조잡하고 비효율적이며 도발적인 방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북한과의 긴장을 초래하는 결과만 가져온다는 것입니다.

[매닝 선임연구원] “All means of exporting information into North Korea are not equal. Loudspeakers are a crude, inefficient, and provocative way of doing so that will only result in North Korea escalating tensions. A more subtle and stealth approach makes more sense, for example, like drones dropping thumb drives into North Korea.”

매닝 선임연구원은 그러면서 “무인기로 USB 드라이브를 북한에 떨어뜨리는 것과 같은 절묘하고 은밀한 접근 방식이 더 적합하다”고 말했습니다.

제임스 서먼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확성기 방송 재개 여부는 전적으로 주권 국가인 한국 정부에 달려있다면서도 정전협정과 평화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서먼 전 사령관] “I don't have no problem with the South Korean government resuming the loudspeaker broadcast as long as it doesn't cause an unintended consequence of serious provocation.”

서먼 전 사령관은 “의도하지 않은 심각한 도발 결과를 초래하지 않는 한 한국 정부가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는 것에 나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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