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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승전, 푸틴 법정 선다" 젤렌스키 ICC 연설...'크렘린궁 드론 공격·암살 실패' 러시아 자작극 가능성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운데)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4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마르크 뤼터(오른쪽) 네덜란드 총리, 알렉산더르 더크로 벨기에 총리와 회동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운데)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4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마르크 뤼터(오른쪽) 네덜란드 총리, 알렉산더르 더크로 벨기에 총리와 회동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4일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국제형사재판소(ICC)를 전격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범 재판이 실현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피오트르 호프만스키 소장을 비롯한 ICC 수뇌부와 회동 직후 행사 연설을 통해 "블라디미르(푸틴 러시아 대통령)를 국제법의 수도인 이곳(헤이그)에서 보기를 우리 모두 원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그(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저지른 범죄 행위에 대해 형벌을 선고받는 것이 마땅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어서 "그렇게 되려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을 물리쳐야 한다"면서 "그렇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길 것이다, 우리는 이번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특별 재판소' 설립 촉구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러시아의 전쟁범죄를 다루는 특별재판소 신설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는 이(러시아의 전쟁) 범죄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이는 특별재판소에 의해서만 가능하다"고 덧붙였습니다.

2002년 출범한 ICC는 집단학살·전쟁범죄·반인도범죄를 처벌할 수 있는 최초의 국제 재판소로서, 국제사회에서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개인'을 처벌하는 것을 목적으로 둔 기관입니다.

다만 러시아는 지난 2016년 ICC 협약에서 탈퇴해 자국에 대한 관할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ICC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발생한 러시아의 전쟁 범죄를 다루기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국제사회에서 상당합니다.

네덜란드 헤이그 시내 국제형사재판소(ICC) 청사 전경
네덜란드 헤이그 시내 국제형사재판소(ICC) 청사 전경

젤렌스키 대통령의 '특별재판소' 설립 요구는 지난해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영토 곳곳에서 벌어진 전쟁범죄를 총체적으로 살펴서 단죄할 기관이 필요하다는 말로 풀이됩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날(4일) ICC 방문은 사전에 공지되지 않았고, 철저한 보안과 경계 속에 이뤄졌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헤이그에서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 알렉산더르 더크로 벨기에 총리와도 회동했습니다.

이날 일정에 앞서, 3일 젤렌스키 대통령은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등 북유럽 5개국 정상회담이 열린 핀란드 헬싱키를 방문해 지원을 호소한 바 있습니다.

■ 지난 3월 푸틴 체포 영장 발부

ICC는 앞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바 있습니다.

호프만스키 ICC 소장은 지난 3월 17일 특별담화를 통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어린이들을 '불법적으로 이주시킨' 전쟁범죄 행위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볼만한 합리적 근거가 있다며 영장 발부 사실을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ICC가 공식적으로 최고위급 인사를 전범 피의자로 특정한 것은 처음입니다.

국가원수급으로는 앞서 수단의 오마르 알 바시르 전 대통령,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한 적이 있습니다.

■ 러시아 '선전포고' 거론하며 반발

ICC 체포영장이 발부되면 ICC 로마규정에 서명한 당사국들은 ICC 규정과 국내법 절차에 따라 체포와 신병 인도청구를 이행합니다.

따라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원칙적으로 ICC 당사국 123개 나라 가운데 한 곳이라도 방문할 경우 체포돼 ICC 본부로 인도될 수 있습니다.

독일 등은 푸틴 대통령이 자국 영토에 진입하면, ICC 체포 영장을 집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입니다.

마르코 부쉬만 독일 법무장관은 지난 3월 "독일은 ICC의 결정을 이행해야 한다"고 밝히고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독일에 발을 딛으면 체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대해 러시아 당국은 '선전포고'로 간주한다며 반발했습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전보장회의 부의장은 지난 3월 "그렇게(푸틴 체포영장 집행) 될 경우 우리의 모든 무기는 독일 의회와 총리실, 기타 등등을 향할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 '푸틴 암살 시도' 자작극 가능성

이런 가운데, 3일 크렘린궁이 발표한 푸틴 대통령 암살 시도 사건이 러시아의 자작극일 가능성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이날(3일)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국내로 끌어들이고, 더 광범위한 사회적 동원을 위한 조건을 조성하려고 이번 공격을 (스스로) 감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ISW는 그 근거로 "러시아 당국은 최근 모스크바를 포함한 국내 방공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으며, 따라서 드론 2대가 여러 겹으로 된 방공망을 뚫고 크렘린궁 심장부 상공에서 폭발하거나 격추됐을"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러시아 당국은 모스크바 인근에 '판시르' 방공 시스템을 배치한 상태입니다.

이런 방공 자산의 탐지 파괴 능력을 회피해 공격용 드론이 대통령 관저까지 도달하고, 폭발물까지 터뜨렸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것이 ISW의 판단입니다.

이날(3일) 앞서 러시아는 공격용 드론 2대가 전날(2일) 밤 푸틴 대통령을 암살하기 위해 크렘린궁을 공격했다고 발표한 뒤, 우크라이나를 공격 배후로 지목하며 보복을 예고했습니다.

■ 소셜미디어 영상도 조작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3일) 핀란드 헬싱키 방문 중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푸틴 대통령이나 러시아를 공격하지 않았다"며 사건 책임을 부인했습니다.

아울러 "우리는 다른 나라로 나가지 않고 우리 영토에서 싸우고 있다"면서, 러시아가 이번 일을 꾸며냈다고 강조했습니다.

안톤 게라쉬첸코 우크라이나 내무장관 보좌관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확산되는 '크렘린궁 드론 공격' 영상이 조작된 증거를 제시했습니다.

게라쉬첸코 보좌관은 무인항공기(UAV·드론)가 크렘린궁 지붕에서 폭발물을 터뜨리기 직전 상황의 영상을 트위터에 게시했습니다.

해당 영상에는 사람 2명이 지붕을 타고 올라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게라쉬첸코 보좌관은 "폭발 직전에 사람들이 왜 지붕에 올라가는가, 이들은 누구인가"라고 적으면서, 사건 자체가 러시아 당국의 자작극이라고 주장했습니다.

■ ISW "내부적으로 준비된 일"

러시아 측의 즉각적인 사건 발표와 보복 예고도 짜여진 수순이었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ISW는 이날(3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이 사건에 대한 크렘린궁의 즉각적이고 일관되고 조직적인 대응은 이 공격이 당혹감보다 의도된 정치적 효과를 더 크게 얻기 위해 내부적으로 준비되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크렘린궁은 즉시 우크라이나가 테러 공격을 감행했다고 비난했고, 러시아의 공식 대응은 이 비난을 중심으로 빠르게 통합됐다"고 강조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일 모스크바 외곽 노보-오가료보에서 지역 주지사 보고를 청취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일 모스크바 외곽 노보-오가료보에서 지역 주지사 보고를 청취하고 있다.

따라서 "드론 공격이 내부적으로 준비되지 않았다면 깜짝 놀랄 만한 일이었을 것"이라고 ISW는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이번 공습에 대한 러시아의 공식 내러티브가 신속하고 일관성 있게 발표된 것은 러시아가 5월 9일 전승절 연휴에 가까운 시기에 이 사건을 일으켜 국내 청중에게 전쟁이 실재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의도"라고 부연했습니다.

■ 두 가지 목표- 1. 추가 동원령 선포

ISW의 분석을 종합하면 이번 사건은 러시아가 꾸민 자작극이고, 목표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러시아 국내 여론을 전쟁의 공포 속으로 몰아가 우크라이나에 투입할 추가 동원령을 정당화하는 것입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징병 통지를 디지털화해 병역 회피를 원천 차단하는 법안에 서명했습니다.

이것이 우크라이나 투입 병력 확대를 위한 제2차 동원령을 선포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관측이 이어졌으나, 러시아 당국은 부인한 바 있습니다.

■ 2. 모스크바 전승절 열병식 취소 명분

둘째, 안전 이슈를 부각시켜 오는 9일 전승절에 실시할 모스크바 열병식을 취소할 명분을 삼는 것입니다.

최근 러시아 남동부 곳곳에서 도시 공습과 기간 시설에 대한 사보타주(비밀·고의 파괴공작)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남부 사라토프 주 당국, 벨고로드, 쿠르스크, 보로네시, 오룔, 프스코프, 그리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부터 강제 병합한 크름 행정 당국이 올해 전승절 열병식 취소를 발표했습니다.

해마다 5월 9일에 기념하는 '전승절(День Победы·Den Pobedy·승리의 날)'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인 1945년 옛 소련이 나치 독일을 상대로 승리한 날에 맞춘 국경일입니다.

곳곳에서 행사가 취소됐지만, 러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국경일의 하나인만큼 수도 모스크바에서는 행사를 강행할 것으로 예상돼왔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은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모스크바 행사를 취소해야할 명분을 당국이 대중에게 제시했다는 것입니다.

ISW는 또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군 '봄철 대반격'에 앞서 이번 크렘린 공격 사건과 유사한 '거짓 깃발 작전'을 수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저항센터'는 지난 2일 브랸스크와 쿠르스크 주의 러시아군이 국경 지대에서 거짓 깃발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군복을 지급받았다고 발표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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