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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여정 '워싱턴 선언' 반발 '결정적 행동' 위협...대형 도발 가능성 시사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평양에서 열린 회의 중 발언하고 있다. (자료사진)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평양에서 열린 회의 중 발언하고 있다. (자료사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최근 미한 정상회담 결과에 반발하며 ‘결정적 행동’을 언급해 대형 도발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한반도 긴장 고조의 책임을 미국과 한국에 전가하면서 핵 무력 고도화와 각종 도발 행위를 정당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달 29일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발표한 입장에서 ‘워싱턴 선언’으로 인해 “보다 결정적인 행동에 임해야 할 환경”이 조성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최근 미한 정상이 합의한 워싱턴 선언은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미한은 이에 따라 '핵협의그룹(NGC)'을 창설해 북 핵 대응 관련 직접 소통의 폭을 넓히고 장거리 미사일을 탑재한 전략핵잠수함(SSBN)을 비롯한 미국의 전략자산의 상시 배치 효과 증대 방안 등에 합의했습니다.

김 부부장의 주장은 북한이 또 다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위배되는 도발을 저질러도 그 책임이 한반도 긴장을 높인 미한에 있다는 명분 축적용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입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북한의 이런 비난 수사 같은 경우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닌데 통상적으로 큰 도발을 앞두고 워싱턴 선언에 대한 자기들의 비난과 함께 우리가 핵 개발해야 하는 논리를 정당화시키는 그런 담화 같습니다.”

김 부부장은 이와 함께 “핵전쟁 억제력 제고와 특히는 억제력의 제2의 임무에 더욱 완벽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신했다”고 말했습니다.

핵전쟁 억제력은 통상 적국이 핵 보복 우려 때문에 핵 공격에 나서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힘을 뜻하는데, 그런 억제력의 ‘제2의 임무’는 적국의 핵 공격 조짐 시 ‘핵 선제타격’에 나설 수 있다는 위협으로 풀이됩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앞서 지난해 말 “핵탄두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겠다”라고 밝힌 당 전원회의 보고에서 “북한의 핵 무력은 전쟁 억제와 평화 안정 수호를 제1의 임무로 간주하지만 억제 실패 시 제2의 사명도 결행하게 될 것”이라면서 “제2의 사명은 분명 방어가 아닌 다른 것”이라고 언급했었습니다.

김 부부장은 또 “적들이 핵전쟁 연습에 광분할수록, 한반도 지역에 더 많은 핵 전략자산들을 전개할수록 북한의 자위권 행사도 그에 정비례해 증대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김 부부장이 ‘결정적 행동’을 언급한 만큼 대형 도발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예상되는 북한의 도발로 4월 말까지 준비를 마치겠다고 공언했던 ‘군사정찰위성 1호기’ 발사와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을 꼽고 있습니다.

ICBM의 경우 정상각도인 30∼45도보다 높은 각도로 발사하되 이전보다는 각도를 낮춰 비행거리를 늘리는 방식으로 미국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워싱턴 선언에서 전략핵잠수함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맞대응으로 3천t 고래급 신형 잠수함의 진수 공개나 신형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북극성4형’ 혹은 ‘5형’의 발사를 실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미국의 핵항모와 전략핵잠수함을 겨냥한 핵어뢰 사용 훈련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이와 함께 풍계리 핵실험장에서의 7차 핵실험을 위한 본격적 준비 동향을 의도적으로 노출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미한 정상회담에서 미측의 막강한 전략자산 수시 전개 합의가 북한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을 것이라며 이에 대응한 북한의 도발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한반도에 미국 전략자산이 거의 상시배치 수준으로 강화된다는 얘기고요. 내실은 어떻든 간에 미국이 공개적으로 한반도에 대한 핵 능력 투사를 강화하는 것이고 결과적으로 그 부분은 북한이 갖고 있는 핵 억제정책을 상쇄시키는 효과를 주는 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여기에 대해선 북한도 부담이 있다 그렇게 볼 수 있고요.”

조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선제 핵 공격을 위협하는 기존 도발 방식 이외에도 무인기 침투와 목함지뢰, 위치정보시스템 즉 GPS 전파 교란 등 미한의 빈틈을 노린, 재래식이지만 긴장 고조 효과가 높은 수단을 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김 부부장의 이번 입장 발표는 미한 정상회담 종료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이른 시점에 신속하게 나왔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 대통령 두 정상을 모욕하는 표현까지 동원하며 싸잡아 비난했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인태 수석연구위원은 바이든 대통령이 미한 정상회담 뒤 공동회견에서 북한의 핵 공격 시 “정권 종말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발언이 북한 지도부를 크게 자극한 때문으로 분석했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김 부부장 입장 발표에 대한 입장’을 통해 “북한이 워싱턴 선언이 발표되자마자 허둥지둥 억지 주장을 들고나온 것은 한미동맹의 핵 억제력이 획기적으로 강화되는 데 대한 북한의 초조함과 좌절감이 반영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무례한 언어로 한미 양국의 국가원수를 비방한 것은 북한의 저급한 수준을 보여준 것으로써 국제사회의 웃음거리가 될 뿐임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김인태 수석연구위원은 김 부부장의 대외적인 입장 표명이 이전과는 달리 대내 매체를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도 공개됐다며 그만큼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면서 이를 내부 결속의 계기로 활용하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미한 정상회담 결과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중국과 보조를 맞추면서 향후 한국전쟁 발발일과 북한이 전승절이라고 부르는 정전협정 70주년 기념일로 이어지는 기간 동안 대대적인 반미 캠페인을 벌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녹취: 김인태 수석연구위원] “북한도 만약에 정찰위성 또는 ICBM 도발을 하더라도 중국이 전적으로 그걸 반대하거나 이럴 입장은 아니거든요. 서로 공감이 되는 부분이라. 그래서 어찌 보면 향후 6.25 전쟁 발발, 7.27 전승절 이 부분을 대내 대대적인 캠페인을 할 가능성이 있는데 그런 분위기에 이번 한미 정상회담 계기를 적절히 활용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북한은 김 부부장의 입장 발표를 시작으로 연일 관영매체들을 동원해 미한 정상회담 결과를 비난하는 기사를 내보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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