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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러시아 용병업체 바그너 그룹 제재...러 "곡물협정 끝내겠다" 국제은행 결제망 복귀 요구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청사 앞에 EU 깃발이 게양돼 있다. (자료사진)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청사 앞에 EU 깃발이 게양돼 있다. (자료사진)

유럽연합(EU)이 13일 러시아 용병업체 바그너 그룹에 자산 동결과 개인·단체 간 거래 중단을 포함한 제재를 단행했습니다.

EU 측은 바그너와 러시아 매체 RIA FAN을 제재 대상에 추가했다고 이날 발표하고, 이들이 "우크라이나의 영토적 완결성과 주권·독립을 침해하거나 위협하는 행위를 했다"고 사유를 밝혔습니다.

바그너 그룹이 EU의 제재 대상이 된 것은 이번이 두번째입니다.

EU는 지난 2월, 바그너 그룹이 아프리카에서 인권을 유린하고 불안정 행위를 자행하는데 대해 제재를 단행한 바 있습니다.

바그너 그룹은 '치안 유지' 등 명목으로 아프리카에 진출해 활동해왔습니다

말리와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수단 등 최소 6개국과 계약을 체결해 용병을 파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와 관련,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아프리카 순방 길에 바그너와 계약하지 말 것을 역내 국가들에 촉구한 바 있습니다.

■ 우크라이나 동부 전투 주도

이같은 바그너 그룹이 우크라이나 참전에 관해 EU로부터 또다른 제재를 받은 것입니다.

EU 측은 13일 관련 성명에서, 두 차례 제재가 "서로 보완해" 바그너의 활동을 제약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바그너 그룹은 러시아 정규군을 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가하고 있는 집단입니다.

특히 현재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바흐무트를 비롯한 동부 지역 전투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장에 바그너 소속 병력이 줄잡아 5만 명 가량 투입된 것으로 서방 정보당국은 추산하고 있습니다.

바그너 그룹은 우크라이나에서 활동하기 위해 러시아 뿐 아니라 북한으로부터도 무기를 제공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지난 1월 러시아와 북한에서 찍힌 위성 사진들을 공개했습니다.

이 사진에는 지난해 11월 북한에서 러시아로 이동한 컨테이너의 모습이 담겼습니다. 백악관은 해당 컨테이너에 무기가 실렸다고 설명했습니다.

■ 바그너 창립자가 이사회 이끌어

EU는 이날(13일) 제재 목록에 함께 올린 러시아 매체 RIA FAN에 관해, 러시아 패트리엇 미디어 그룹에 속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이곳의 이사회를 이끌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프리고진은 바그너 그룹 창립자입니다.

EU는 이날 관련 성명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략을 중단하고,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모든 군대·대리인을 즉각 완전하고 무조건적으로 철수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EU는 우크라이나와 국민들에게 필요한 만큼 강력한 정치·경제·군수·재정·인도주의 지원을 계속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U는 지금까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개인 1천473명과 단체 207곳을 제재했다고 이날 밝혔습니다.

■ 러시아, 국제은행결제망 복귀 요구

이날(13일) 러시아 정부는 다음달 18일 만료될 예정인 곡물 협정에 관해, 요구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더 이상 연장 협상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러시아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러시아가 진전을 보지 못한다면 5월 18일 이후 흑해 이니셔티브(곡물 협정)의 추가 연장에 대해 이야기하기 어렵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면서, 흑해 곡물 협정과 함께 유엔과 합의한 러시아 농업·비료 수출 관련 각서가 여전히 이행되지 않고 있다며 5대 구조적 문제의 즉각 해결을 요구했습니다.

첫째, 러시아농업은행의 국제은행간금융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복귀, 둘째, 농업 기계과 부품 공급 재개, 셋째, 보험과 재보험 관련 제재 해제, 넷째, 러시아산 비료 수출을 위한 암모니아 수송관의 우크라이나 구간 재개통, 다섯째, 러시아 농업·비료 관련 기업들의 해외 자산 동결 해제입니다.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직후 미국과 주요 동맹국들은 일부 러시아 은행을 스위프트 결제망에서 퇴출한 바 있습니다.

이런 조치를 포함한 주요 제재를 거둬야 러시아 정부가 곡물 협정 연장에 동의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 "세계 식량 위기 완화 명분 없어"

이날(13일) 러시아 외무부는 흑해 곡물 협정이 우크라이나와 서방의 상업적 이익을 추구하는 수단으로 변질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세계 식량 위기 완화라는 명분은 찾아볼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성명에서 러시아 외무부는 "인도적 지원을 위한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의 곡물 통관량 54만3천928t은 전체 수출 물량 2천770만t에 비하면 터무니 없는 규모"라고 주장했습니다.

따라서 "곡물 수출 합의가 서방 국가들의 이익을 위한 우크라이나의 상업적 곡물 수출에만 기여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러시아 외무부 당국자는 현지 언론에 "협정 이행을 끝내면, 그 뒤에 발생할 세계적 식량 혼란은 우리의 책임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 지난해 7월 최초 합의

지난해 7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곡물 수출을 120일 동안 허용하는 협정을 맺었습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흑해가 봉쇄되면서 묶여 있던 곡물의 수출 길을 다시 연 것입니다.

당시 세계적 식량 부족 사태가 불거지고,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겹치며 식료품 가격 폭등이 일어나던 시점입니다.

협정은 지난해 11월 17일 연장됐고, 지난달 18일 다시 연장하는 원칙에 합의했습니다.

그러나 연장 기간에 관해 양측의 입장이 다릅니다. 우크라이나는 120일이라고 밝혔으나, 러시아는 60일만 연장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러시아는 이후 협정 탈퇴 위협을 계속했습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 7일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를 방문해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외무장관과 회담 후 "이 문제에 정직하게 접근할 의사가 없다면 우크라이나산 농산물은 육로나 강으로 운송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러시아 군함들이 흑해를 다시 막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에 따라 러시아가 협상에 응하지 않을 경우 곡물 협정은 다음 달 18일 만료됩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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