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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해 곡물협정 연장 합의 하루 만에 이견...'악마의 무기' 소이탄 러시아군 격전지 사용 의혹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 바흐무트 주거지역에서 이달 초 러시아군 폭격 직후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위성사진=맥사 테크놀로지 제공)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 바흐무트 주거지역에서 이달 초 러시아군 폭격 직후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위성사진=맥사 테크놀로지 제공)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13일, 흑해 곡물 협정 연장에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이튿날, 연장 기간을 두고 서로 다른 입장을 나타내 이행에 진통이 예상됩니다.

우크라이나 고위 당국자는 14일, 곡물 협정이 120일간 연장됐다고 언론에 밝히고 "이같은 합의를 엄격히 준수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이날 알렉산드르 그루슈코 러시아 외무차관은 "이전 조건에 따라 협정의 60일 연장이 합의됐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협상 책임자인 세르게이 베르시닌 외무차관이 어제(13일) 성명을 발표한 사항"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협정을 연장하는 데는 뜻을 모았으나, 우크라이나는 120일, 러시아는 60일로 기간을 달리 보고 있는 것입니다.

이같은 이견에 관해, 중재국인 튀르키예 국방부는 "협상과 조정이 계속되고 있다"고 14일 성명을 통해 밝혔습니다.

다만 튀르키예 정부는 60일 연장안을 지지하지 않으며, 120일로 확정하도록 추진 중이라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측과 같은 시각인 셈입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7월 최초 합의문에서 연장 기간을 최소 120일로 정했기 때문에, 해당 합의를 원천적으로 수정하지 않으면 연장은 당연히 120일이고, 기간을 줄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 "일단 60일, 그 뒤는 러시아 상품 수출 정상화 봐서"

전날(13일) 제네바 주재 러시아 대표부는 "흑해 곡물 협정의 추가 연장에 반대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하면서 "다만 추가 연장은 60일간만 지속한다"고 부연한 바 있습니다.

러시아 외무부는 14일 성명을 통해 '60일 연장' 입장을 확인했습니다.

이어서 "60일 이후 어떤 입장을 정할지는 러시아산 농산물과 비료 수출 정상화에 가시적인 진전이 있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지난해 7월 최초 합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지난해 7월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에 따라, 오데사 등 흑해 3개 항구를 통해 곡물을 수출할 수 있도록 하는 협정을 맺었습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흑해가 봉쇄되면서 묶여 있던 곡물의 수출 길을 다시 연 것입니다.

해당 협정은 120일 기한에서 한 차례 연장됐고, 오는 18일 만료될 예정이었습니다.

협정 발효 이후 수출된 우크라이나산 곡물은 2천300만t에 달하는 것으로 당국이 추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러시아는 자국산 곡물과 비료 수출의 걸림돌이 제거되지 않고 있다며 계속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협정에 따른 수출 대상에는 우크라이나산 농산물뿐 아니라 러시아산 곡물과 비료도 해당되는데, 서방의 제재 탓에 자국 상품의 수출은 제약을 받고 있다는 게 러시아의 입장입니다.

■ 러시아군 소이탄 사용 의혹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 주거지역에 소이탄을 사용했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부흘레다르에서 러시아군이 발사한 터마이트 소이탄이 불꽃을 내며 비처럼 쏟아져 내리는 영상이 지난 11일부터 퍼졌습니다.

영상 촬영자는 우크라이나 군인이고, 우크라이나 총참모부가 공개한 장면입니다.

동유럽 주요 매체들은 해당 영상과 함께 관련 소식을 주요 뉴스로 다루며, 러시아군의 소이탄 사용 의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지난해 9월에도 러시아군이 쏜 것으로 추정되는 소이탄의 섬광이 쏟아져 내리는 영상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당시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군이 민간인을 상대로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고 비난했습니다.

■ '악마의 무기'

소이탄은 폭발 시 피해 범위가 넓어, 군사 목표물에 사용했더라도 주변 민간 시설까지 광범위한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막대한 살상력 때문에 '악마의 무기'라고도 불립니다.

제네바 협약에 따라 연막과 조명 등 용도로만 사용 범위가 제한돼 있습니다.

소이탄이 발생시키는 고열은 강철과 콘크리트까지 태웁니다. 인체에 닿으면 심각한 화상으로 사망할 수 있습니다.

특히 터마이트 소이탄은 알루미늄에 산화철을 혼합해 섭씨 3천도의 열을 내기 때문에 한번 불이 붙으면 끄기 어렵습니다.

■ 바흐무트 사상자 급증

이런 가운데 도네츠크 주 격전지 바흐무트에서 격전이 계속되면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측 사상자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13일 러시아 국방부는 앞선 24시간동안 220명 넘는 우크라이나 측 장병을 사살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날(12일), 며칠 만에 러시아군 1천100여명이 사망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같은 양측의 사상자 추산이 구체적으로 확인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서구 정보 당국은 바흐무트에서 러시아 측 병력 최소 2만 명, 최대 3만 명이 죽거나 다친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정규군과 용병업체 바그너 그룹 소속 병력이 3면에서 포위망을 좁혀가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군이 도시 서쪽을 끈질기게 사수하면서 이번 전쟁의 주요 전투 중 가장 많은 희생자가 나오고 있는 양상입니다.

■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미래 달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14일 성명을 통해 "바흐무트 방어 작전에 대한 회의 결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등 모든 참석자가 도시를 계속 유지하고 방어하자는 공통 입장을 밝혔다"고 발표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미래는 바흐무트와 주변을 포함한 동부 전선 전투 결과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회의에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비롯한 우크라이나 최고위 당국자과 군 수뇌부 등이 참석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12일 화상 연설에서도 "빌로후리우카, 마린카, 아우디이우카, 바흐무트, 부흘레다르, 카미얀카를 비롯한 지역들이 우리의 미래를 결정짓고 있다"며 결사 항전을 다짐한 바 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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