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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전쟁 억제력 공세적 확대"...한국 통일장관, 연락채널 불응 북한 규탄 성명


김정은(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이 모처에서 핵탄두를 점검하고 있다. 관영매체가 11일 공개한 장면.
김정은(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이 모처에서 핵탄두를 점검하고 있다. 관영매체가 11일 공개한 장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인민군 지휘관들에게 핵 무력을 공세적이고 효과적으로 운용하라고 강조하며 미국과 한국에 대한 위협 수위를 높였습니다. 권영세 한국 통일부 장관은 북한이 남북연락채널 정기 통화에 불응하고 있는 북한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당 중앙군사위 제8기 제6차 확대회의를 주재했다고 11일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회의에서 “날로 엄중해지고 있는 한반도 안전상황을 엄격히 통제 관리하기 위한 대책으로서 전쟁억제력을 더욱 실용적으로, 공세적으로 확대하고 효과적으로 운용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전쟁억제력’은 핵무력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조선중앙통신’은 또 김 위원장이 전선공격작전계획을 다뤘고 회의는 국가 방위력과 전쟁준비 완비를 위한 중요 군사적 문제들이 토의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특히 “적들이 그 어떤 수단과 방식으로도 대응이 불가능한 다양한 군사적 행동 방안들을 마련하기 위한 실무적 문제와 기구편제적인 대책들을 토의하고 해당 결정들을 전원일치로 가결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회의에는 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요 성원들과 함께 인민군 전방부대 군단장인 전선대연합부대 지휘관들이 참가했습니다.

북한은 앞서 지난 2월과 3월에도 연달아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열어 전쟁준비 태세 관련 문제들을 논의했습니다.

통상 반년 안팎 주기로 열려온 회의를 세 달 연속으로 개최한 것은 최근 한반도 정세에 대한 북한의 위기 의식이 반영됐다는 관측입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이번 회의를 통해 ‘기구편제적 대책’과 관련한 결정들을 가결했다고 한 대목을 주목하며 핵 보유국으로서의 제반 조건이 완성 단계임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읽힌다고 말했습니다.

박 교수는 북한이 지난해부터 전술과 전략 미사일의 잇단 시험 발사와 핵 법령화, 핵 운용 부대 공개, 실전 타격 훈련을 순차적으로 진행했다며 이번 회의는 핵 보유국 제도화의 마지막 퍼즐 맞추기 작업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제반 여건을 갖추기 위해선 핵 법령이 필요한 것이고 거기에 따라서 핵 독트린이 필요한 것이고 핵 전략 전술이 필요한 것이고 운용할 수 있는 부대가 필요한 것이고 직제가 필요한 것이고 실전능력 훈련이 필요한 것이고 그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보여주고 있다는 거거든요.”

북한 관영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회의장에 걸린 한국지역 작전지도에서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키며 지시하는 사진 2장도 공개했습니다.

한 장은 주한미군기지가 있는 평택 인근, 다른 한 장은 서울을 가리키고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북한이 작전지도를 꺼낸 회의를 공개한 것은 이번이 다섯번째입니다.

민간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입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평택이나 서울 밑쪽 언저리에서 찍어놨는데 어느 나라든 그런 작전계획을 토의하는데 지도를 펴놓고 하진 않죠. 최근 있었던 일련의 위협 선전의 일환으로, 아주 전통적인 위협 선전의 일환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북한은 특히 지난 2017년 8월 작전지도 공개 후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인 ‘화성-15형’을 발사했고, 작년 6월 공개 때는 전방부대에 중요 군사행동계획 임무를 추가했고, 전술핵운용부대 군사훈련을 실시했습니다.

이번 회의에서 다뤄진 ‘적들이 그 어떤 수단과 방식으로도 대응이 불가능한 다양한 군사적 행동방안’에 대해선 엇갈린 해석들이 나옵니다.

우선 핵무인수중공격정 등 최근 시험발사된 여러 전술핵탄두 탑재 가능 전력을 지칭한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북한이 그동안 미한 연합훈련과 미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에 미사일 발사 등으로 사사건건 대응했지만 앞으론 보다 교묘하고 복합적인 도발에 나설 가능성을 암시한 대목으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북한은 이례적으로 ‘평양점령’ ‘참수작전’ 이런 용어를 써요. 그런 표현을 쓰는 것을 보면 본인들이 실질적으로 위협을 느끼는 것 같고 그 다음에 이번 미한 훈련에 대한 종합강평을 한 것 같고 거기에 대한 대응 성격의 모종의 행동을 예고한 것 같다, 모종의 군사 동향은 조만간 있을 것 같네요.”

조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사이버 도발이나 목함지뢰 도발 또는 군사분계선 인근에서의 모종의 군사적 위협 행동 등을 염두에 두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의 이번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가 최근 군 연락선 불통과 관련 있을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군 연락선이 남북간 우발적인 군사 충돌과 상호 오인을 방지하고 확전을 막을 수 있는 안전핀이라는 점에서 군 연락선 불통을 이번 회의 내용과 연결지어 생각하면 북한이 군사적 충돌을 유인하는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겁니다.

한편 권영세 한국 통일부 장관은 11일 남북 연락채널 정기통화에 응하지 않고 있는 북한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권영세 한국 통일부 장관이 연설하고 있다. (자료사진)
권영세 한국 통일부 장관이 연설하고 있다. (자료사진)

[녹취: 권영세 장관] “정부는 이러한 북한의 일방적이고 무책임한 태도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이는 결국 북한을 스스로 고립시켜 더욱 어려운 지경에 처할 수밖에 없을 것임을 강력하게 경고한다.”

북한은 지난 7일부터 아무 설명도 없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와 군 통신선간 정기 통화에 닷새째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권 장관은 북한에 연락채널에 응답하라고 촉구하는 내용을 성명에 담지 않았습니다.

이는 북한에 매달리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됩니다.

권 장관은 또 “북한은 여러 차례에 걸친 한국 정부의 촉구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 내 한국 기업들의 설비를 무단으로 사용해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남북 사이의 투자보장에 관한 합의서’와 북한의 ‘개성공업지구법’을 위반한 것으로 이러한 위법행위를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북한의 위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법적 조치를 포함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고 국제사회와도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통일부 장관 명의 대북 성명은 2013년 7월 당시 류길재 장관이 개성공단 문제 해결을 위한 ‘최후통첩’ 성격의 마지막 회담을 북한에 제안한 이후 약 10년 만입니다.

통일연구원 박형중 석좌연구위원은 한국 통일부 장관의 북한 규탄 성명 발표는 이례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박형중 석좌연구위원] “지금 당장의 국면에선 북한이 한국을 상대로 대적투쟁을 하고 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 강경하게 맞서는 게 기본적인 임무라고 생각을 할 것 같고 남북관계 자체는 일단 대화는 현 상황에선 양쪽 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 양쪽 다 일종의 정치 선전 투쟁을 하고 있는 것이고 이런 국면이 당분간 계속 될 것 같고요.”

권 장관은 김정은 위원장이 한국 지도를 펴놓고 중앙군사위 확대회의를 주재한 의도와 관련해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권 장관은 “북한의 긴장 고조 행위가 한반도 전체를 위해서뿐만 아니라 북한을 위해서도 좋지 않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김 위원장의 현명한 선택을 바란다는 차원에서 성명을 발표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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