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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계리 핵실험장 지하수 오염 우려…’핵과 인권’직결 보여줘


북한이 지난 2018년 5월 공개한 풍계리 핵실험장 4번 갱도 입구.
북한이 지난 2018년 5월 공개한 풍계리 핵실험장 4번 갱도 입구.

한국의 북한인권조사단체가 최근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방사성 물질의 지하수 오염 문제를 제기하면서 핵과 인권은 직결된 사안으로 함께 다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북한 방사능 안전 관리에 대한 우려가 나옵니다.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에서 3차 핵실험 뒤 2014년 고향 함경북도 길주를 탈북해 한국에 정착한 미래 씨는 과거 주변에 혈액암 등 암 환자가 이상할 정도로 많았다고 회고합니다.

어지럼증과 구토, 혈액암을 앓는 사람들이 언젠가부터 급증했지만 원인을 알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

[녹취: 미래 씨] “길주군에 병이 많아요. 암 환자가 엄청 많거든요 길주에. 그래서 길주에 귀신병이 도나 무시기가 도나. 물에 무슨 문제가 있나 했지만 핵실험은 전혀 생각을 안 했거든요.”

미래 씨는 22일 VOA에 길주군 주민들은 오히려 고향에서 “북한 최초의 핵실험이 성공한 데 대해 큰 자부심을 가졌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에 와서야 핵실험으로 인한 방사선 피폭이 얼마나 무서운지, 왜 자신을 비롯해 고향 주민들이 원인 모를 질병에 시달리거나 죽었는지 고개가 끄떡여졌다는 것입니다.

역시 길주 출신으로 한국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는 한봉희 씨는 고향 출신 한의사라며 찾아오는 길주 출신 탈북민들을 진료하며 특이한 점들이 너무 많아 놀랐다고 말합니다.

[녹취: 한봉희 씨] “일반 통증 환자들과 많이 달라요. 다리가 뼈까지 아프고 콕콕 쑤시는 통증인데 x레이 등 검사를 해도 나타나지 않아요. 속이 너무 아프고 혈액검사를 해도 다 정상이라고 하는데 아프다고 호소해도 진통제밖에 안 주고”

2001년 한국에 입국해 북한의 핵실험을 겪지 않은 한 씨는 너무 이례적인 상황 때문에 환자들을 데리고 방사선 피폭 검사까지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탈북민들 가운데 여러 사람이 염색체 변이 등 피폭 의심 결과가 나왔지만 한국 정부가 추가 조사 외에 적극적인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것이 한 씨의 설명입니다.

이 문제를 지난 2016년 처음으로 제기한 한국 샌드연구소의 최경희 대표는 총 45명을 검사해 최소 10명이 기준보다 훨씬 심각한 피폭 결과가 나왔지만 “정부가 해석의 여지도 없어 묻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지난 2017년과 2018년에 핵실험장 인근 출신 탈북민 총 40명을 대상으로 피폭 검사를 해 9명에게서 이상 수치가 나왔지만 핵실험 영향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탈북민 최초로 일본 도쿄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최 대표는 여러 정황을 볼 때 북한 핵실험장 주변 주민들의 피폭 가능성이 높다며 이것이 현재진행형이란 게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최경희 대표] “가장 심각한 것은 북한 내부에서 현재 진행형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노력이 부족해서 그 진행형을 확인하지 못한다는 것이죠.정확한 숫자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는데 그런 노력조차 안 했다는 거죠”

한국의 인권조사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은 지난 21일 이 문제의 심각성을 조사한 보고서(‘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방사성 물질의 지하수 오염 위험과 영향 매핑’)를 발표했습니다.

핵심은 북한의 핵실험이 김정은 정권이 주장하는 것처럼 안전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 단체는 조사 결과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 지역 주민 수십만 명이 방사성 물질 유출과 물을 통한 확산으로 건강 위험에 처해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방사능에 오염된 농수산물과 송이버섯 등 특산물이 주변국으로 밀수·유통되면서 한국, 중국, 일본 등 인접국 국민도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015년 중국에서 밀반입된 북한산 능이버섯에서 기준의 9배가 넘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의 이영환 대표는 이 문제가 주민의 생명권과 직결된 시급한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영환 대표] “이것은 시간을 다투는 문제입니다. 나중으로 미룰 수 없는 문제입니다. 북한 정부가 정말 주민들을 위하는 정부라면 이 문제를 덮어놓을 수 없습니다.”

국제사회에서도 북한 핵실험장의 안전 관리와 식수 오염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계속돼 왔습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22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의 안전관리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영변 핵시설과 풍계리 핵실험장 시설 등을 보면 안전 기준이 매우 미흡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방사성 물질(핵종)을 숨기려고 노력한 전력이 있기 때문에 대기 방출을 제한하도록 집중했을 수 있지만 물에 들어갈 수 있는지는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올브라이트 소장] “North Korea has a history of trying to hide that and so they may have concentrated on the atmospheric releases being limited but not cared about what could go into the water supply. And so I think the airborne release pathway is probably not significant. But the water pathway certainly could contain radioactive material,”

따라서 방사성 물질의 공기 방출 경로는 그리 중요하지 않겠지만 수로에는 확실히 포함됐을 수 있다고 올브라이트 소장은 추정했습니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는 북한이 핵실험을 할 때 외부에서 공기 시료를 모아 분석하지 못하도록 시도해지난 1~6차 핵실험에서 제논(Xe) 등 방사성 핵종이 거의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혀 왔습니다.

한국의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핵실험을 할 때 암석이 녹아 굳어지는 과정에서 방사성 물질이 그 안에 갇히기 때문에 유출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의 위성사진.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의 위성사진.

하지만 북한 출신으로 미국 대학에서 핵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조셉 한 미 텍사스주 프레이리 뷰 A&M 대학 교수는 이런 진단이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조셉 한 교수] “그런 주장은 납득이 가지 않아요. 왜냐하면 방사능은 투과 능력이 좋거든요. 항상 많이 나갑니다. 암석이라도 뚫고 나갑니다.”

한 교수는 이런 이유 때문에 지하수 오염으로 길주군 주민들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샌드연구소의 최경희 대표는 일본의 원자력 전문가들은 핵실험을 계속할 경우 암반 등에 균열이 생기면서 방사성 물질이 유출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안전을 이유로 “전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지지했던 전문가들은 탈북민들의 피폭 수치에 놀라면서도 정작 보고서에서 자신의 이름을 넣지 말라거나 공개를 꺼린다”고 지적했습니다.

많은 과학자가 정부와 기업의 연구비 지원 문제, 실적, 정권에 따라 바뀌는 기관장의 방침 때문에 목소리를 바꾸거나 객관적·공개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설명입니다.

이번 보고서를 발표한 이영환 대표도 핵 전문가들에게서 자문을 받으려 시도했지만 이런 구조적 문제 때문에 거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과거 미국 핵실험장에서 근무했던 미군 피폭 피해자들을 지원했던 올브라이트 소장은 방사능 관련 질병과 다른 질병의 연관성 확인 등 이 사안은 매우 복잡한 절차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북한은 핵실험장 인근 주민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개입할 수 있는 어떤 국제기구에도 속해있지 않기 때문에 확인이 더욱 어렵다는 한계를 지적했습니다.

[녹취: 올브라이트 소장] “It's even tougher because North Korea doesn't belong to any of these entities, international entities that can step in to help. It’s certainly not a member of the 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 which would be the one that could send the people to check it out.”

올브라이트 소장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수질 오염 등을 확인하기 위해 방사능 전문가들을 파견할 수 있지만, 북한 정부가 이를 허용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상황에서 최선은 한국 정부가 핵실험장 주변 출신으로 방사능 오염 부담이 있는 사람들을 정기적으로 검사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영환 대표는 북한 핵실험장 방사성 물질의 지하수 오염 우려는 북한의 핵 문제와 주민들의 생명권 등 인권 문제가 직결돼 있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핵실험 등 도발을 하면 북한의 무기 역량 진척과 김정은의 발언 등에만 집중하기보다 북한 주민들의 편에 서서 바라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이영환 대표] “북한은 남의 나라 문제가 아니라고 말은 그렇게 하지만 이 문제가 사실 현실을 잘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북한의 핵 위협을 단지 지정학적, 정치 역학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우리 공동의 문제란 것을 저희도 조사하면서 그것을 많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문제가 꼭 해결됐으면 좋겠습니다. ”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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