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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여정 'ICBM 기술 지적'에 과민반응...지도부 조급함 드러내"


한국 서울역 이용객들이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발언 관련 TV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자료사진)
한국 서울역 이용객들이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발언 관련 TV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자료사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최근 담화를 통해 북한 핵 미사일 기술의 한계를 지적하는 외부 사회의 평가에 예민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핵 보유국 지위에 집착하고 있는 북한 최고 지도부의 조급함을 드러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발사 하루 뒤인 19일 담화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로 서울을 겨냥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남조선 것들을 상대해줄 의향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김 부부장은 그러면서도 그 다음날인 20일 담화에서는 ‘화성-15형’의 기술적 문제점을 지적하는 한국 측 분석들을 조목조목 비난하면서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김 부부장은 한국 측의 각종 분석들이 “추측과 억측으로 가관이 아닐 수 없다”고 조롱하는 표현을 여과 없이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한국 군 당국과 국방 전문가들은 김 부부장의 반박 논리에 과학적 또는 실증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재반박하고 있습니다.

김 부부장은 핵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실패 가능성을 제기한 한국 전문가의 견해에 대해 “몰상식한 것들이 사진을 보고도 탄두와 분리된 2계단 비행체도 가려보지 못하며 고각발사시에 탄두와 분리된 2계단 비행체의 거리가 당연히 가까와지게 되는 이치도 모르는 것 같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만약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이 실패했다면 탄착 순간까지 탄두의 해당 신호 자료들을 수신할 수가 없게 된다”며 재진입 성공을 에둘러 주장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김 부부장의 말대로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이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정상각도 발사가 아닌 고각발사였다는 점에서 재진입 기술 능력은 여전히 입증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고각발사 시 재진입보다 정상각도 발사 재진입이 훨씬 더 어려운 기술이고요. 이번에도 북한은 그 기술을 입증 못했습니다. 그러니까 북한의 고각발사 탄두가 재진입했다 하더라도 이게 정상적 발사의 재진입을 의미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김여정 말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북한의 ICBM 발사의 정상각도 재진입 능력은 입증을 못했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김 부부장은 지난해 12월 담화에서도 “고각발사만으로는 입증할 수 없고 실제각도로 쏴보아야 알 수 있을 것이라는 논거로 북한 전략무기 능력을 폄훼하려 한다”며 “곧 해보면 될 일이고 곧 보면 알게 될 일이 아니겠는가”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도 “재진입 기술을 정확하게 평가하려면 정상각도에서 발사해야 한다”며 “고각으로 쏘면 거의 수직으로 떨어지므로 대기와 재진입체의 마찰이 일어나는 부분이 달라진다”고 설명했습니다.

탄두가 대기권으로 재진입할 때는 고도 100㎞에서 6천~7천도에 이르는 고열이 발생하고 항력과 기류가 작용하므로 정밀 제어유도 기술이 필요한데 이 때 진입 각도가 달라지면 평가 조건이 모두 달라집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이춘근 박사는 제한된 정보 때문에 외부 사회의 평가에 오류가 있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김 부부장의 반박이 무기체계 전문가들이 납득할 만한 과학적이고 실증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 박사는 통상 ICBM은 무기 선진국인 미국과 중국 러시아도 열차례에서 스무차례 이상 시험발사를 해서 성공률이 90% 이상 돼야 실전배치하는 수순을 밟는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이춘근 박사] “열 번, 스무 번 시험발사를 하면서 숱한 문제점들이 드러나기 때문에 개선을 한다는 거에요. 최적화를 하는 거죠. 그런 다음에 생산을 하는 건데 두 세 번 발사한 다음에 벌써 다 가졌다고 얘기를 한다는 거에요. 그 말이 무기체계를 다루는 사람 입장에선 말이 안 되는 얘기를 하고 있는 거란 말이에요.”

또 이번 ‘화성-15형’ 발사가 ICBM 기습발사 훈련이라면서도 김정은 위원장의 발사 명령 이후 9시간 20분이 걸린 이유에 대해 김 부부장은 “오전 중 발사장 주변을 철저히 봉쇄하고 인원과 기타 장비들을 대피시키며 안전대책을 강구한 후 오후 시간 중 유리하고 적중한 순간을 판단해 기습적으로 발사했다”고 반박했습니다.

특히 발사 시간으로 “공중정찰에 동원됐던 적 정찰기 7대가 내려앉은 15시 30분부터 19시 45분 사이의 시간을 골랐다”고 언급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기습발사 훈련은 실전 같은 전장환경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적 정찰기 상황을 감안하고 안전대책까지 강구하고 쐈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기본적으로 액체연료 ICBM은 즉각적인 대응 사격이 어려운 발사 시스템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박 교수는 김 부부장의 담화가 즉흥적이고 감정적이라며, 김정은 위원장의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핵 미사일 능력의 기술적 한계를 지적한 데 대해 자존심이 상한 반응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또 핵 무력이 대미 전략의 핵심 지렛대라는 점에서 핵 무력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외부 평가에 조급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게 박 교수의 분석입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북한 입장에선 ‘화성-15’를 쏜 목표가 실전배치됐다, 언제든 실시간 타격이 가능하다, 작년 9월 핵 법령화에 따라서 김정은을 노리면, 핵 전쟁 기미만 보이면 자기들이 쏠 능력이 된다는 것을 보여줘야 되는데 남조선 것들이 조목조목 반박을 해버리니까 이렇게 되면 자신들에 대한 핵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지는 거잖아요. 그런 것들을 반박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도 있다고 판단됩니다.”

전문가들은 또 북한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이 20일 초대형 방사포 2발을 동해상에 발사한 사실을 보도하며 초대형방사포를 “적의 작전 비행장당 1문, 4발을 할당해 둔 전술핵 공격수단”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전술핵 네발이면 웬만한 도시를 초토화시킬 수 있는 위력인데 비행장 한 곳을 겨냥하고 있다는 게 지나친 과장이라는 겁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의 핵 위협에도 미한이 연합훈련 강화 등 오히려 결속을 다지는 양상을 보이자 북한이 정제되지 않은 거친 반응들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문 센터장은 북한이 대내 매체를 통해 이번 초대형 방사포 발사 소식을 주민들에게 보도하고 있다며, 경제난 속에서 외부 위협을 부각시켜 내부를 결속시키려는 의도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대외적으론 한국과 미국을 향해서 아무리 북한을 압박하고 또 전략자산 전개, 연합연습을 한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지도자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있고 더 강력한 엄중하고 지속적인 그런 대응을 해 나갈 것이라는 것을 과시하는 측면도 있죠."

북한 대내 관영 ‘조선중앙TV’는 20일 오후 초대형 방사포 발사 소식을 전한 데 이어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21일 같은 소식을 보도했습니다.

북한은 최근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하고도 이를 보도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는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큰 돈이 들어가는 미사일 발사에 대한 주민 불만을 의식한 때문이라는 관측을 낳았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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