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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인터뷰: 슈멀러 연구원] “북한, 서해위성발사장 주변 항구 신설 가능성...구름 아래 관측 기술도 곧 대중화”


데이비드 슈멀러 제임스마틴 비확산센터 선임연구원을 VOA 함지하 기자가 화상으로 인터뷰했다.
데이비드 슈멀러 제임스마틴 비확산센터 선임연구원을 VOA 함지하 기자가 화상으로 인터뷰했다.

북한이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 주변에 항구를 만들어 선박으로 로켓 등을 운반할 가능성이 있다고 데이비드 슈멀러 제임스마틴 비확산센터 선임연구원이 말했습니다. 위성사진 분석 전문가인 슈멀러 연구원은 VOA 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발사장에서 해안가로 통하는 대형 터널을 굴착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슈멀러 연구원은 또 위성사진 기술의 발달로 조만간 민간 차원에서 구름 아래 상황을 볼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슈멀러 연구원을 전화로 인터뷰했습니다.

진행자) 최근 위성사진을 통한 언론과 민간 연구기관의 대북 감시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런 활동이 실제 북한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까?

슈멀러 선임연구원) 물론입니다. 북한은 미국과 다른 나라 정보기관이 자신들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감시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보기관의 위성사진은 거의 공개되지 않죠. 따라서 북한은 정보기관이 관측하는 것에 반응을 보일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민간은 훨씬 더 투명합니다. 민간에선 북한의 활동에 대한 분석을 제공하죠. 따라서 우리가 위성사진을 통해 북한의 특정 활동이나 동향을 밝혀낼 때 북한은 이런 관측 활동을 더 어렵게 만들곤 했습니다. 전적으로 민간 연구기관 때문이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고래급 잠수함이 대기 중인 북한 신포 조선소에 일종의 차양막이 세워진 것을 하나의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이 수년 동안 신포에서의 활동을 주목하자 북한이 차양막을 친 것입니다. 그것이 신포에서 잠수함의 위치와 활동을 감시하는 민간 위성사진을 회피하는 하나의 방법이었겠죠.

진행자) 일반적으로 민간 연구기관 등은 북한의 무기 활동을 관측하는 데 위성사진 분석을 활용합니다. 그 외 다른 분야에도 위성사진 분석 기술이 적용될 수 있을까요?

슈멀러 선임연구원) 물론입니다. 위성사진을 통해 북한의 농작물 수확량과 건강상태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전엔 철도와 같은 민간 기반시설 건설 장면을 감시하고 북한 장마당을 들여다보는 데 위성사진을 활용했습니다. 몇 달 전 우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기간 동안 북한이 새롭게 설치한 철조망 등 국경지대 건설 활동을 포착했습니다. 위성사진은 북한의 물류와 관련된 활동도 볼 수 있게 하는데요. 어떤 선박이 어디로 향하는지, 무엇을 나르는지 등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일정 수준의 환경과 화질만 갖춘다면 북한에 어떤 물품이 유입되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진행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 북한은 국경을 봉쇄했는데요. 이 때 위성사진 관측을 통해 북한 내부 상황을 볼 수 있었다는 말씀이군요.

슈멀러 선임연구원) 그렇습니다. 북중 국경지역에 화물 보관 장소가 만들어진 것을 파악했습니다. 중국에서 건너온 화물이 일정기간 격리되는 곳이죠. 또 평양 순안공항에선 화물을 하역한 항공기들이 몇 주 동안 활주로에 방치된 뒤 이후 사라진 경우도 볼 수 있었습니다. 해외에서 물품을 들여올 때 따라야 하는 일종의 규정이 있다는 사실을 위성사진을 통해 확인한 것이죠.

진행자) VOA는 일일 단위 위성사진 서비스인 ‘플래닛 랩스’를 이용해 북한 내부 상황을 자주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일일 단위로 위성사진을 볼 수 있다는 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는데요. 이처럼 민간 위성사진 업계에 도입 예정인 신기술로는 어떤 게 있을까요?

슈멀러 선임연구원) 현재 위성사진 업계에서 기대되는 추세는 과거보다 위성사진의 해상도가 높아진 것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물론 이를 통해 더 높은 수준으로 물체 등을 식별할 수 있고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더 잘 이해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더 많은 위성이 여러 지역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과거엔 일주일에 한 번 고해상도 이미지를 봤다면 이제는 일주일에 2~3번 볼 수 있는 것이죠. 기대되는 또 다른 추세는 위성영상레이더(SAR)를 사용하는 민간 회사들이 성장한다는 점입니다. 기존 위성사진과 유사한 점이 있지만 한편으론 매우 다릅니다. 가시광선을 이용하기 때문에 구름도 뚫을 수 있죠. 과거엔 SAR 기술이 매우 제한적이었지만 이 기술을 제공하는 업체가 점차 늘면서 그 장벽이 낮아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언제쯤 가능한 건가요?

슈멀러 선임연구원) 지금은 몇몇 업체가 이 기술을 이용한 위성사진을 제공합니다. 위성사진 분석가들이 SAR 방식을 얼마나 활용하고 또 분석할 수 있는지가 관건입니다. 이 방식은 기존 위성사진과는 매우 다릅니다. 기존엔 그저 눈으로 보이는 것만 분석하면 됐죠. 따라서 더 많은 회사가 SAR 제품을 제공하고 또 더 많은 사람들이 이를 습득하면 이와 관련된 더 많은 분석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진행자) 언젠가 민간 차원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실시간 동선을 확인하는 것도 가능할까요?

슈멀러 선임연구원) 적어도 민간 차원에선 현 시점 김정은의 일일 동선을 파악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당장 김정은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아야 하는데 그건 북한 내에서도 기밀 사항입니다. 분명 북한은 김정은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지 못하도록 여러 장치를 마련했을 것입니다. 물론 김정은이 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큰 행사나 열병식을 촬영한 위성사진은 있습니다. 그러나 민간 위성의 화질은 군중에서 김정은을 골라낼 정도로 좋진 않습니다. 우리 일생에 그런 날이 올 거라곤 생각하진 않습니다. 제 생각이 틀렸으면 좋겠지만요.

제임스마틴 비확산센터는 북한이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최종 단계 시험이라며 쏘아 올린 발사체의 발사 직전 모습이 담긴 지난해 12월 18일 북한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 고화질 위성사진을 최근 공개했다. 사진에는 하얀색 발사체를 탑재한 2대의 이동식발사차량(TEL)이 포착됐다. 자료=제임스마틴 비확산센터 / Planet Labs.
제임스마틴 비확산센터는 북한이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최종 단계 시험이라며 쏘아 올린 발사체의 발사 직전 모습이 담긴 지난해 12월 18일 북한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 고화질 위성사진을 최근 공개했다. 사진에는 하얀색 발사체를 탑재한 2대의 이동식발사차량(TEL)이 포착됐다. 자료=제임스마틴 비확산센터 / Planet Labs.

진행자) 북한 내 주요 관측 지점을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선 지난해 많은 움직임이 포착됐는데요?

슈멀러 선임연구원) 북한은 발사장의 대형 발사대, 즉 갠트리타워와 발사패드에서 개선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과거 위성을 쏘아올린 곳이죠. 북한은 개량된 로켓을 다룰 수 있도록 관련 시설에 변화를 주고 있습니다. 북한의 로켓 기술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과 같은 무기 체계 기술을 이용할 것입니다. 이 무기 기술을 다시 우주 프로그램과 위성 발사 야망으로 되돌리는 것이죠. 이런 게 우리가 주목해서 봐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우리는 북한이 수평 형태의 대형 고체 연료 엔진시험대를 서해 발사장 내에 만든 것을 봤습니다. 추후 중요한 시설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걸 만들어 놓고 단 한 번만 사용한 뒤 폐기하지 않을 것이니까요. 서해위성발사장의 서쪽에선 터널 굴착 작업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산 반대편의 해안가를 연결하는 터널인데요. 확언은 할 수 없지만 현재로선 북한이 큰 부두를 건설해 선박을 통해 로켓과 같은 물품을 옮기려 한다는 추정이 나오고 있습니다. 평양 등지에서 직접 배로 실어나르는 것이죠. 열차 대신 말입니다.

진행자) 새로운 정찰위성을 발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데요?

슈멀러 선임연구원) 물론입니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18일 위성시험품을 발사했습니다. 아마도 이동식발사차량을 이용했을 것입니다. 위성발사장 내 발사대에서 아직 개선 작업이 벌어지고 있으니까요. 우리는 머지않아 북한의 위성 발사 소식을 듣게 될 것입니다. 물론 이건 북한이 어떤 위성을 날릴지, 어떤 로켓을 쏠지 등의 결정에 달린 일이죠. 또 발사패드를 사용할 준비도 돼 있어야 할텐데 현 시점엔 정확한 시간표를 예상하긴 어렵습니다. 그러나 발사패드 개선 작업이 다 끝나면 발사를 감행할 준비도 됐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진행자) 영변에서도 지난해 활동이 감지됐습니다. 어떤 장면을 확인하셨나요?

슈멀러 선임연구원) 북한이 가동한 것으로 알려진 5MW 원자로가 여전히 돌고 있습니다. 또 우라늄 농축 공장의 북쪽 부분을 확대한 사실도 확인했는데요. 북한이 무기 프로그램을 위한 우라늄 농축을 하는 곳이죠. 이는 북한의 우라늄 농축 역량을 크게 늘릴 것이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다만 우라늄 농축 시설을 북한이 공개하지 않고 있어 여전히 많은 것이 불분명한 상태입니다.

진행자) VOA는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2022년 북한 서해에서 수십 건의 선박 간 환적 의심 사례를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위성사진으로 포착하는 것만으로 북한의 불법 활동을 중단시킬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오는데요?

슈멀러 선임연구원) 위성사진은 불법 활동을 포착하는 데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불법 활동을 줄이기 위해선 법을 집행하는 장치가 작동해야 합니다. 위성사진은 불법 활동이 어디에서 일어나는지 알려줄 수 있을 뿐입니다. 위성사진이 그런 활동에 끼어들어 북한에 허용되거나 그렇지 않은 물품을 주고 받은 선박을 멈출 순 없으니까요. 물론 그런 활동을 조명한다는 차원에선 (그런 활동을 막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만 실제론 정부가 나서서 물리적으로 중단시켜야 합니다.

진행자) 위성사진을 이용한 언론 보도와 민간 연구기관의 분석자료가 과거보다 많아지면서 이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됩니다. 논문의 경우 동료나 관련 학계가 서로 평가를 하는 장치가 마련돼 있는데, 위성 분석은 그렇지 않습니다.

슈멀러 선임연구원) 스스로 규제하는 장치에 대한 것인데요. 이 분야는 상대적으로 새롭고 우리가 다루는 정보도 미디어와의 연결됐다는 특성 때문에 상호작용하는 방식이 훨씬 더 빠릅니다. 그래서 제가 있는 조직이나 다른 연구기관이 완전히 잘못 해석하거나 작은 실수를 하는 경우는 있을 수 있습니다. 해당 정보가 지닌 뉘앙스를 틀리게 해석하는 경우를 포함해서요. 하지만 이 업계가 스스로 규제합니다. 우리와 같은 방식으로 일하는 다른 연구기관이 있고, 우리도 그들과 같은 방식으로 작업을 합니다. 그래서 이런 연구기관이 서로 동의하지 않는 내용을 발견할 땐 종종 그 즉시 다른 해석과 분석을 내놓습니다. 따라서 자체 규제 장치가 있는 것입니다. 전통적인 학계와는 다른 방식일 뿐이죠.

지금까지 슈멀러 선임연구원으로부터 위성사진을 통한 대북 관측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함지하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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