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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따라잡기] 수낙 총리 시대 맞은 영국


찰스 3세(왼쪽) 영국 국왕이 지난 25일 버킹엄궁에서 리시 수낙 신임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자료사진)
찰스 3세(왼쪽) 영국 국왕이 지난 25일 버킹엄궁에서 리시 수낙 신임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자료사진)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지난 25일, 영국의 57대 총리로 리시 수낙 총리가 공식 취임했습니다. 한때 ‘대영제국’으로 불리며 유럽을 호령하던 영국은 최근 몇 달 새 총리가 두 번이나 바뀌는 극심한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는데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여파로 경제 침체까지 겪으면서, 영국 안팎에서는 영국 최대 위기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뉴스 따라잡기, 이 시간에는 최근 영국의 정치 상황과 현안 짚어보겠습니다.

“두 달 새 3명의 총리”

영국은 지난 두 달간 두 차례나 총리를 교체했습니다. 보리스 존슨에 이어 리즈 트러스, 리시 수낙 신임 총리까지, 영국민들은 불과 두 달 동안 3명의 총리를 봐야 했는데요. 그만큼 지금 영국의 정국은 극심한 혼란 양상입니다.

논란 많던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Brexit)를 어쨌든 완결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저돌적인 지도력으로 돌파했다는 평을 듣던 보리스 존슨 전 총리는 지난 7월, 총리직 사퇴를 선언했습니다.

영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한창 초강력 방역 정책을 펼치고 있던 시기, 총리 관저 등에서 여러 차례 술자리를 가진 게 화근이 됐습니다.

모범이 되어야 할 나라의 지도자가 정부의 방역 지침을 어기고 술 파티를 했다는 여론의 질타 속에 안팎에서 사퇴 압박을 받던 존슨 총리는 결국 지난 9월 불명예 퇴진했습니다.

“영국 역사상 최단명 총리”

그리고 영국 보수당이 후임으로 뽑은 사람이 바로 리즈 트러스 전 총리입니다.

의원 내각제인 영국은 집권당의 대표가 국가의 총리가 되기 때문에 지난 2019년 총선에서 승리한 보수당의 대표가 존슨 전 총리의 후임이 되는 상황이었는데요. 보수당은 존슨 전 총리가 사퇴를 발표한 직후인 7월부터 9월까지 전국의 당원들을 대상으로 당 대표 선출 투표를 진행했습니다.

리즈 트러스 당시 외무장관과 리시 수낙 전 재무장관, 제러미 헌트 전 외무장관 등이 출사표를 던져 트러스 대 수낙, 두 사람의 대결 구도로 압축됐는데요.

최종 투표 결과, 트러스 후보가 약 57%로, 약 43% 득표율을 보인 수낙 후보를 누르고 영국의 새 총리가 됐습니다.

영국 사상 첫 40대 여성 총리라는 수식어를 받으며 화려하게 등장한 그는 그러나 취임 44일 만에 중도 하차를 선언하며 영국 역사상 최단명 총리라는 꼬리표를 얻고 말았습니다.

트러스 전 총리가 강행한 감세안이 결정적 계기였는데요. 그는 침체한 영국의 경제를 부양하기 위한 방책으로 대규모 세금 감면을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영국의 경제 실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졸속 정책이라는 비판이 쏟아졌고요. 오락가락 행보 속에 영국 파운드화의 가치가 급락하고 영국의 금융시장은 일대 혼란을 맞게 됩니다. 그리고 결국 취임 두 달도 못 돼 지난 10월 2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합니다.

“닷새 만에 새 총리 등장”

이에 집권 보수당은 또다시 당 대표를 선출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야권에서는 조기 총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보수당은 서둘러 24일까지 후보 등록을 받기로 했는데요. 지난 경선에서 트러스 전 총리와 2자 구도를 펼쳤던 리시 수낙 전 재무장관과 보리스 존슨 전 총리, 페니 모돈트 하원 원내대표 등이 물망에 올랐습니다.

특히 눈길을 끈 인물은 존슨 전 총리였습니다. 존슨 전 총리는 트러스 전 총리가 사퇴를 발표했을 당시 도미니카공화국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었는데요. 바로 다음 날 급히 귀국하면서 출마설에 무게가 실렸습니다.

주요 매체들은 일제히 측근을 인용해 존슨 전 총리가 다시 당권 도전에 나설 거라고 전망했는데요. 하지만 존슨 전 총리는 등록 마감 전날인 23일 전격적으로 경선 포기를 선언합니다.

당규에 따라 대표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의원 100명 이상의 추천을 받아야 하는데요. 존슨 전 총리는 그만큼 지지를 확보하지 못했고요. 모돈트 대표 역시 이 조건을 맞추지 못했습니다.

이에 경선 자체가 불발되면서 사실상 단독 후보였던 수낙 전 장관이 24일 당 대표직을 거머쥐게 됐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25일)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승인을 받아 영국의 새 총리가 됐습니다.

트러스 전 총리의 사퇴 발표부터 수낙 총리가 취임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닷새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혼돈의 영국”

최근 몇 년간 영국은 전례 없이 큰 정치적 혼란을 겪었습니다.

가장 큰 사건의 하나로 꼽히는 것이 바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입니다. 2016년 국민투표를 통해 결정한 브렉시트는 이행 과정에서 극심한 분열상을 드러냈고요. 수년에 걸친 진통 끝에 일단 간신히 매듭은 지었지만, 그 여파는 영국 사회 전반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직격탄 속에 영국은 브렉시트의 여파를 절감했는데요. 코로나 사태로 유럽 전역이 인력 부족 현상을 겪은 가운데 EU에서 탈퇴한 영국의 사정은 더 나빴습니다.
유조차 운전사들이 부족해 주유소에 기름이 떨어지고 물류 대란으로 이어진 사건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또 유럽에서 영국의 위상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프랑스, 독일과 함께 유럽의 삼두마차로 불리던 영국은 브렉시트 후 이른바 ‘따로 또 같이’ 행보를 걷고 있습니다. 즉, 현안에 따라 EU 국가들과 연대하기도 하고, 독자적 입장을 취하기도 하는데요. 그러면서 유럽의 핵심 축은 이제 독일과 프랑스의 이원 체제로 굳어지는 모양새입니다.

이런 가운데 영국은 지난달, 무려 70년이나 영국의 군주로 군림하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사망하면서 큰 구심점을 잃었는데요. 여기에다 잦은 총리 교체까지 더해지면서 영국은 사상 최악의 정국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산적한 과제들”

현재 영국은 경제 위기와 우크라이나 전쟁, 에너지난, 유럽 국가들과의 관계 설정 등 난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재무장관 출신인 수낙 총리는 새 정부의 최대 급선무는 경제 회복과 신뢰를 다시 얻는 것이라고 선언했는데요.

영국 매체들은 수낙 총리가 일단 기본적으로 세수는 늘리고 지출은 줄이는 긴축 재정을 펼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우선 트러스 전 총리의 퇴진을 가져온 감세 정책은 사실상 물 건너갔고요. 반면 법인세 인상, 국민보험 분담률 인상 등으로 재정 안정화를 도모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방 예산 책정도 트러스 정부와는 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의 국방 예산 기준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인데요. 트러스 전 총리는 2030년까지 3%까지 올리겠다고 공언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수낙 정부는 2%대를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그런가 하면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신임 수낙 정부의 행보도 주목할 만한 점입니다.

보리스 존슨 전 총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폭적 지원을 공언하며, 군사 지원과 대러시아 제재 등 서방의 대응에서 큰 축을 담당해왔는데요.

수낙 총리는 취임 첫날, 외국 정상으로는 제일 먼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하는 것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연대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수낙 총리는 또 같은 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최근 중국의 움직임 등 국제 정세를 논의했는데요. 미국과 영국은 전통적인 동맹 관계 속에서 국제 현안에서 공조 대응 기조를 유지해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리시 수낙 영국 총리
리시 수낙 영국 총리

최근 뉴스의 화제 인물을 소개하는 ‘뉴스 속 인물’ 시간입니다. 오늘 주인공은 리시 수낙 영국 신임 총리입니다.

리시 수낙 영국 총리는 1980년 5월생으로 올해 마흔두 살입니다.

수낙 총리는 영국 역사상 210년 만의 최연소 총리이자, 최초의 비백인, 즉 백인이 아닌 유색인종 총리입니다.

수낙 총리의 부모는 1960년대 영국으로 이주한 인도계 이민자들입니다. 하지만 수낙 전 총리는 잉글랜드 남부 햄프셔주에 있는 사우샘프턴이라는 항구 도시에서 태어났습니다.

수낙 총리의 아버지는 영국 국립보건서비스(NHS) 소속 의사, 어머니는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였습니다.

수낙 총리는 영국의 명문 윈체스터칼리지와 옥스퍼드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를 취득했습니다.

졸업 후 그는 한 때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서 금융분석가로 일하기도 했고요. 직접 헤지펀드 회사를 설립해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2015년, 35세의 젊은 나이에 요크셔 지역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해 압도적 표 차로 당선됩니다.

이후 그의 정치 인생은 승승가도를 달리는데요. 2019년 보리스 존슨 총리 정부 출범과 함께 재무 차관으로 중용되고, 이듬해인 2020년 사지드 자비드 당시 재무장관이 사퇴하자 후임으로 임명됐습니다. 당시 영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직격탄을 맞고 휘청거릴 때였는데요. 수낙 총리는 경제적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경제 대응 방안을 제시하고 완화하는 데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는 또 영국의 최고 부자 가운데 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2009년 인도의 정보기술 기업 ‘인포시스’ 창업주의 딸인 아크샤타 무르티 씨와 결혼했는데요. 수낙 부부의 재산은 약 8억 달러로, 영국 역사상 왕실보다 더 부자인 총리가 등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수낙 총리의 반대자들은 그가 정치적 경험도 많지 않고 서민들의 삶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는데요. 수낙 총리가 이런 부정적 여론을 딛고 격랑 속에 있는 영국 호를 어떻게 구해낼지 관심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뉴스 따라잡기 이 시간에는 영국 정치 상황 살펴봤고요. 뉴스 속 인물로 리시 수낙 영국 신임 총리에 관해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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