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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한국 핵무장, 득보다 실…북한 공격 표적, 국제규범 위반, 미한동맹 약화”


지난 10일 한국 서울역에 설치된 TV에서 북한의 핵전력 강화 발표에 대한 보도가 나오고 있다.
지난 10일 한국 서울역에 설치된 TV에서 북한의 핵전력 강화 발표에 대한 보도가 나오고 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 핵 위협 수위가 고조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한국의 자체 핵무장은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공격 표적이 되고 핵확산금지조약 등 국제규범을 위반할 뿐 아니라 미한 동맹의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박승혁 기자가 보도합니다.

토비 덜튼 카네기국제평화기금 핵정책국장은 12일 VOA와의 통화에서 북핵 위협 고조에 맞서 자체 핵무장을 바라는 한국 일부 여론을 “이해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여러모로 자체 핵무장은 이익보다 손실이 큰 조치라며, 무엇보다 한국에 위험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토비 덜튼 카네기국제평화기금 국장] “If you believe the idea that only nuclear weapons deter North Korea, it's better to have those nuclear weapons be in places that North Korea could not target them – which basically means that by putting them in South Korea, you make a target for North Korea.”

만약 북한을 억제하는 유일한 방법이 핵무기뿐이라고 믿는다면 그 핵무기를 북한이 표적으로 삼을 수 없는 곳에 두는 게 낫다는 것입니다.

덜튼 국장은 기본적으로 한국에 핵무기를 두는 것은 북한에게 표적만 만들어주는 꼴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이 지난달 핵 무력 정책을 법제화한 데 이어 최근엔 전술핵 미사일을 앞세운 실전훈련을 벌이는 등 대남 핵 위협 수위를 높이자 한국내 일각에서는 자체 핵무장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또한 여당인 국민의힘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12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문재인 정부 시절 체결한 '9·19 남북군사합의'는 물론 1991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역시 파기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덜튼 국장은 ‘북한이 이미 사실상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파기한 상황에서 한국만 지켜야 하느냐’는 질문에 한국도 이제는 1991년 공동선언에 묶여있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한국이 핵무기 개발을 결정한다면 국제사회의 수많은 법과 규범 뿐 아니라 미국과 맺은 협정 등을 깨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토비 덜튼 카네기국제평화기금 국장] “South Korea should feel free to leave that declaration also, at this point, but at the same time, South Korea is a signatory to the nuclear Non Proliferation Treaty. In addition to that it has sort of international legal commitments, bilateral commitments to the United States as part of Nuclear Cooperation Agreements.”

한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서명국이며, 국제적인 법적 의무와 핵 협력 합의의 일환으로 미국에 대한 양자적 의무가 있다는 것입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수석부차관보 역시 한국의 자체 핵무장에 반대한다며, 이는 단지 북한과의 비핵화 공동선언 때문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이 핵무장을 한다 해도 지금과 무엇이 달라지는지 되물었습니다.

[녹취: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부차관보] “What does a nuclear armed ROK get that it doesn't already have, by virtue of its alliance with the United States, the presence of US forces on the ground in Korea, the dedication of America's arsenal, including its strategic and tactical nuclear weapons, that are already dedicated to the defense of our allies and partners.”

미국의 동맹국인 덕분에 한국에 미군이 주둔하고 있고 전략핵과 전술핵무기 등 미국의 무기들이 헌신하고 있는데 한국이 핵무장을 한다고 무엇을 더 얻을 수 있겠느냐는 것입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이미 한국이 미국의 핵 우산 아래 보호를 받고 있다며, 한국의 핵 무장은 오히려 미국내 소수가 주장하는 미한 안보 동맹 무용론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고 했습니다.

[녹취: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부차관보] “The debate would be, well, if South Korea wants to have nuclear weapons so badly, that it is willing to risk isolation in the international community, is prepared to, for example, withdraw from the NPT, then why is it necessary for the United States to continue our alliances?”

한국이 NPT에서 탈퇴하고 국제적 고립을 감수할 정도로 핵무기를 간절히 원한다면 미국이 동맹을 지속할 이유가 무엇이냐는 논란이 미국 내에서 벌어질 것이란 관측입니다.

리비어 전 차관보는 ‘중국이 대북 압력 강화를 위해 한국의 핵무장을 용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중국은 자국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부차관보] “There may be some in Beijing who would think along those lines, but I think the driving argument in Beijing would be that this does not enhance China's security. It would add yet another nuclear weapon state to the mix in Northeast Asia, it would be a potentially destabilizing act.”

중국 일각에는 한국 핵무장이 대북 압박 강화로 이어진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중국 안보에 도움이 안 된다는 주장이 우세할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리비어 전 차관보는 중국은 동북아시아에 또 하나의 핵보유국을 추가하는 것을 잠재적으로 안정을 해치는 행동으로 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한국의 핵무장이 미한 동맹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I oppose ROK development/ownership/deployment of nuclear weapons because that could weaken nuclear non-proliferation efforts globally and imply that the US-ROK alliance is less than rock solid.”

오핸런 선임연구원은 한국의 핵무기 개발, 소유, 배치 등에 모두 반대한다며, 이는 세계 핵 비확산 노력을 저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미한 동맹이 바위처럼 단단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반드시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한다면, 그 관점을 이해하고 대응 방안의 하나로 미한 동맹 파기를 제안하지는 않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However, if the ROK ever felt so strongly about the matter that it insisted on having the bomb, I would understand that viewpoint and would not propose that we end the US-ROK alliance as a response/result.”

엘런 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핵 위협이 현존하고 한국과 미국 모두에 심각한 안보 위협을 제기하고 있다며, 하지만 지금 미국엔 핵 비확산에 대한 확고한 기준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엘런 김 CSIS 선임연구원] “North Korea’s nuclear threat is real and poses a serious security threat to both South Korea and the United States. But there is a very strong norm against nuclear proliferation in the U.S. and because of that, the US and South Korean governments at the recent EDSCG meeting discussed various ways to bolster U.S. extended deterrence commitment to South Korea, including the nuclear options.”

김 연구원은 그런 이유로 미국과 한국 정부 관료들이 최근 확장억제전략협의체 회의에서 핵 옵션을 포함한 미국의 확장억제 약속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수미 테리 윌슨센터 아시아국장은 직접적으로 한국 핵 무장 ‘반대’ 의견을 내놓지 않은 채 모든 선택지를 열어놔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수미 테리 윌슨센터 국장] “I think we should look at all different options and start, it's time to start examining pros and cons of the different options. I am not yet there to say we must bring tactical nuclear weapons back to South Korea, whether we must have South Korea develop their own nuclear weapons capability. But I think we should definitely look into various nuclear extended options. I think it's certainly time.”

모든 다른 선택지들을 들여다보고 각각의 장단점을 살펴볼 시기가 됐다는 것입니다.

테리 국장은 당장 한국에 전술핵을 재배치하거나 한국이 자체 핵을 개발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칠 단계는 아니지만, 이제 여러 다양한 핵 선택지를 살펴봐야 할 시기가 분명히 온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박승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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