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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전술핵 실전훈련으로 핵 위협 고조...전문가들 "7차 핵실험 가능성 높아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모처에서 미사일 발사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10일 공개한 장면. (자료사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모처에서 미사일 발사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10일 공개한 장면. (자료사진)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지도 아래 사실상 핵전쟁 훈련을 벌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북한의 추가 핵실험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김 위원장이 전술핵미사일의 공격적 운용을 강조한 것도 전술핵탄두 실험을 예고한 메시지라는 분석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대내외 관영매체들은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9일까지 단행한 각종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에 대해 전술핵 운용부대들의 실전훈련이었다고 10일 보도했습니다.

북한은 지난달 25일 저수지에서 수중발사했다는 미니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SLBM을 시작으로 북한판 이스칸데르인 KN-23과 에이태킴스 KN-24 그리고 초대형 방사포인 KN-25 등 한반도에서의 핵전쟁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핵 투발 수단인 다종의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들을 연이어 발사했습니다.

‘화성-12형’을 개량한 중거리 탄도미사일, IRBM도 발사해 한국은 물론 일본과 괌까지 핵 공격의 대상으로 삼고 있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번 훈련을 직접 지도하면서 행한 발언도 이런 북한의 의도를 그대로 드러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번에 진행한 실전훈련들을 통해 임의의 전술핵 운용부대들에도 전쟁 억제와 전쟁 주도권 쟁취의 막중한 군사적 임무를 부과할 수 있다는 확신을 더욱 확고하게 가지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훈련을 과거의 미사일 도발과는 차원이 다른 행보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이 과거엔 핵 무력 도발의 명분으로 자위력 강화와 전쟁 억지력 차원임을 내세웠다면 이번 훈련은 노골적으로 핵 공격을 상정하고 단행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지난달 초 핵 무력 정책을 법제화한 데 이어 이번에 전술핵 미사일을 앞세운 실전훈련을 벌임으로써 추가 핵실험 감행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한국 국방부 산하 국방연구원 이상민 북한군사연구실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전술핵 운용부대의 훈련을 직접 지도한 행보는 전술핵탄두 실험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의미라고 말했습니다.

이 실장은 북한이 앞서 공개했던 핵탄두 모형들은 크기가 직경 60cm 정도의 KN-23과 24,25에 싣기에 크다며 김 위원장이 전술핵미사일의 공격적 운용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핵탄두 소형화를 위한 추가 핵실험이 조만간 있을 것임을 예고한 행보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이상민 실장] “지금의 3종 세트에 탑재하기엔 기존에 공개했던 핵탄두 모형이 사이즈가 크다 그래서 그것보다 작은 형태의 핵탄두를 개발 중에 있고 그걸 7차 핵실험에서 해야 하는데 하기 전에 지금 밑밥깔기로 전술핵 운용을 정책 법에서 강조한다든지 또는 전술핵 부대를 방문한다든지 이런 식으로 가고 있다.”

미한 군 당국은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 복구를 완료하는 등 핵실험을 위한 기술적 준비를 마치고 정치적 결단만 남아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 국방부는 앞서 지난해 초 발간한 2020 국방백서에서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와 관련해 “상당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다소 애매한 평가를 내렸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 기술이 KN-23 등에 장착 가능한 직경 60cm, 무게 500kg 미만의 수 kt(킬로톤)급 경량 핵탄두 제작 수준에 이미 도달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이춘근 명예연구위원은 북한이 선을 보인 다종의 전술핵 투발 수단은 지대지 미사일들이라며 향후 더 작은 크기의 핵탄두 개발을 통해 야포탄이나 어뢰, 공대지 미사일 등으로까지 핵 투발 수단의 범위를 확장하기 위한 핵탄두 소형화 실험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이춘근 명예연구위원] “전술핵을 이미 가지고 있다고 보지만 차기 전술핵 즉 이거보다 더 소형화된 전술핵을 개발하기 위해서 7차 핵실험이 필요하다는 것이고요. 또 실제적으로 북한이 복구한 3번 갱도는 높이가 낮아서 소형 전술핵을 실험할 수밖에 없는 그런 용도이기 때문에 그 준비를 했다는 것은 소형 전술핵을 실험한다는 그런 의미가 되겠죠.”

북한이 이번에 모의 핵 실전훈련을 통해 다종의 핵 투발 수단을 과시했지만 실제 핵무기로서의 성능을 대내외에 실증하기 위해 추가 핵실험이 필요하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지난 6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축적한 데이터로 이미 전술핵탄두를 기술적으로 완성했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7차 핵실험이 필요한 정치적인 목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자신들이 핵 보유국이라는 것을 세계 만방에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이고 두 번째는 이게 전술핵과 관련이 있는 거죠. 그러니까 이걸 통해서 자신들이 드디어 전술핵도 확실하게 한다라는 것, 여기에 대한 설왕설래를 종지부를 찍는 그런 정치적 목적도 있겠죠.”

박 교수는 따라서 북한이 핵실험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감행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을 것이라며 일차적으로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결정하는 오는 16일 20차 당 대회 이후 미국의 중간선거가 있는 다음달 7일에 즈음한 시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핵실험에 신중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의 이번 대대적인 전술핵 모의훈련을 북한이 전술핵탄두를 확보한 단계임을 보여준 행보로 해석하면서 기술적 필요 때문에 7차 핵실험이 급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홍민 실장] “향후에 자신들의 전술핵 운용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좀 더 측정치를 얻기 위해서 핵실험을 할 필요성은 있는 거죠. 그런데 그게 반드시 필수적으로 해야 한다, 지금 당장 해야 된다 그런 것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이고.”

홍 실장은 대외적인 여건 측면에서 미중 미러 갈등으로 북한이 핵실험을 해도 중러의 반대를 등에 업고 유엔 안보리 차원의 추가 제재를 피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홍 실장은 그러나 핵실험 강행이 3연임 이후 시 주석의 국제적 리더십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나 미국의 대중 포위전략 강화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이 신중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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