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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미국 타이완 개입 시 한반도 관련 병력 동원 가능…한국 ‘자동 개입’은 아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또다시 중국의 타이완 침공 시 미국이 개입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이 문제가 한반도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유사시 주한미군 일부 등 한반도 작전에 투입될 목적으로 배치된 미군이 타이완에 동원될 수 있지만 한국이 자동 개입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박승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군사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19일 VOA와의 통화에서, 미국이 군사적으로 타이완에 개입하더라도 동맹인 한국이 ‘미한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자동 개입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It's a mutual defense treaty. So once China attacks the United States, then there is an obligation. But short of that, if the campaign is limited to Taiwan, there is no specific requirement that Korea support.”

베넷 선임연구원은 두 나라의 조약이 ‘상호방위조약’이라며, 따라서 중국이 미국을 공격할 경우 한국도 동참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군사작전이 타이완에 제한될 경우 한국이 미국을 지원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요구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동북아 전문가인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앨리슨 슈워츠 연구원 역시 ‘상호방위조약’은 미국과 한국 사이의 타이완 방어 약속을 명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앨리슨 슈워츠 미국기업연구소 연구원] “The Mutual defense treaty between the US and ROK does not state any commitment to defend Taiwan. As it relates to a contingency over Taiwan, a key consideration for the Korean government would be its significant economic relationship with China.”

슈워츠 연구원은 타이완 비상시와 관련해 한국 정부의 가장 핵심적인 고려사항은 자국에 중요한 중국과의 경제 관계일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8일 미국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독립은 타이완의 결정일 뿐 미국은 이를 독려하지 않는다”면서도 ‘중국이 타이완을 침공할 경우 타이완을 보호하겠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 전례없는 공격이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지난달 중국에서 타이완에 가장 가까운 지점인 핑탄섬에서 중국 군용 헬기들이 훈련을 벌이고 있다. 멀리 타이완 선박이 보인다.
지난달 중국에서 타이완에 가장 가까운 지점인 핑탄섬에서 중국 군용 헬기들이 훈련을 벌이고 있다. 멀리 타이완 선박이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이 타이완에 군사 지원을 하되 양안 전쟁 시 직접 개입 여부를 밝히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미국의 정책에서 벗어나는 발언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 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중국이 타이완을 침공할 경우 군사적으로 개입하겠느냐는 질문을 받고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실제로 중국 침략에 맞서 타이완에 군사 개입을 한다면 한국이 자동 개입할 의무는 없지만 동아시아에 배치된 미군 병력의 재배치는 불가피하며 주한미군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If China suddenly invaded Taiwan, I think the US will initially think about moving air forces from Osan and or Kunsan, down to to Okinawa, to any of several air bases down there, where we already have support infrastructure.”

랜드연구소의 베넷 연구원은 중국이 갑자기 타이완을 침공하면 미국은 오산과 군산의 공군을 이미 각종 지원 기반시설을 갖춘 일본 오키나와의 여러 공군기지로 옮길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베넷 연구원은 대북 억지력 유지를 위해 주한미군 지상군의 주력인 2사단 등은 한국에 남아있을 것으로 관측한다며, 하지만, 즉시 투입 가능한 경량 부대의 경우 타이완에 투입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역시 VOA에 타이완 유사시에는 한반도 위기에 투입될 목적으로 역내 배치된 미군 병력이 타이완에 재배치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More likely would be forces that are assigned to Korean contingencies would be directed to Taiwan, such as the US forces on Okinawa, like the Third Marine Expeditionary Force and the Air Force at Kadena

일본 오키나와에 주둔 중인 미군, 즉 제3 해병 원정군과 가데나 기지 미 공군 병력 등 한반도 위기 투입 병력이 타이완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일본 오키나와의 후텐마 미 해병대 비행장.
일본 오키나와의 후텐마 미 해병대 비행장.

클링너 연구원은 미군 병력이 타이완으로 재배치되면서 한국은 대북 억지력 측면에서 더 많은 역할을 스스로 수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Korea would likely have to assume a larger role against the North Korean threat as US forces are redirected towards Taiwan.”

클링너 연구원은 그러면서 타이완 문제에 있어서 그동안 한국이 일본만큼 확실한 견해를 밝히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녹취: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In the last two years, Japanese officials have been much more vocal and issuing very strong statements, sort of more directly linking Japanese security to that of Taiwan, whereas South Korea has tried to fly under the radar sort of as it has for years and decades of avoiding commentary about China.”

지난 2년 간 일본 관리들을 타이완 안보를 자국 안보와 직접 연관 지으며 강력한 목소리를 내왔지만 한국은 지난 수십 년 간 그래왔듯이 중국에 관한 논평을 피하며 남의 눈에 띄지 않도록 노력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타이완 위기 발생 시 한국이 직접 참여할 가능성은 일본보다 낮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고 클링너 연구원은 덧붙였습니다.

수미 테리 윌슨센터 아시아국장도 한국의 입장이 모호하기 때문에 타이완 위기 시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수미 테리 윌슨센터 아시아국장] “It's far from clear what South Korea's position is. South Korea right now does not want to provoke China unnecessarily. They have not articulated what they will do in the event of a Taiwan conflict. They do not articulate their ability or willingness to intervene, in case a conflict breaks up.”

타이완에 대한 한국의 입장이 매우 불분명하다는 것입니다.

테리 국장은 불필요하게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한국이 타이완 충돌 발생 시 어떻게 행동할지, 개입할 능력이나 의지가 있는지 분명히 밝히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박승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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