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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피살 공무원 형, 웜비어 부모 면담..."북한 책임추궁 활동 연대"


고 오토 웜비어(초상화) 씨 아버지 프레드(왼쪽) 씨와 어머니 신디(오른쪽) 씨가 17일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자택에서 한국 서해 피살 공무원 고 이대준 씨의 형 이래진(왼쪽 두번째) 씨를 만나고 있다. 오른쪽 두번째는 하태경 한국 국민의힘 국회의원. (사진제공=이래진 씨)
고 오토 웜비어(초상화) 씨 아버지 프레드(왼쪽) 씨와 어머니 신디(오른쪽) 씨가 17일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자택에서 한국 서해 피살 공무원 고 이대준 씨의 형 이래진(왼쪽 두번째) 씨를 만나고 있다. 오른쪽 두번째는 하태경 한국 국민의힘 국회의원. (사진제공=이래진 씨)

북한에 억류됐다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모와 북한군에 피살된 한국 해수부 공무원 유족이 미국에서 만남을 가졌습니다. 양측은 북한의 책임 추궁 활동을 위해 서로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에 억류됐다가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모가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한국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의 가족을 17일 만났습니다.

이날 만남은 오토 웜비어의 부모가 미국을 방문 중인 이대준 씨의 형 이래진 씨를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자택으로 초대해 이뤄졌습니다.

웜비어의 아버지 프레드 웜비어 씨는 공항에 직접 나와 이래진 씨를 환영한 뒤 함께 웜비어가 안식하고 있는 오크힐 묘지를 방문했습니다.

이어 자택으로 이동해 웜비어의 모친 신디 웜비어 씨가 준비한 음식을 나누면서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래진 씨는 18일 VOA와 전화통화에서 신디 웜비어 씨에게서 한국의 어머니들과 같은 ‘엄마의 힘과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이래진 씨] “전체적인 만남은 참 좋았고요. 신디 웜비어를 제가 꼭 뵙고 싶었어요. 엄마로서 대단한 열정을 가지고 있고 그 열정에 정말 위대한 결과물이 있었다. 그래서 더 뵙고 싶었고요. 한국에서 마찬가지로 엄마의 힘이 대단했다. 그래서 감사하다고 했고요.”

웜비어는 북한에 여행을 갔다가 2016년 1월 선전물을 훔치려 한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17개월간 억류됐다가 2017년 6월 의식불명 상태로 석방됐지만 귀환 엿새 만에 사망했습니다.

이후 웜비어의 부모는 북한 정권에 책임을 묻기 위해 해외에 있는 북한 자산을 몰수하는 소송을 벌였습니다.

실제로 미국 법원은 북한에 5억 133만 달러를 배상하도록 판결했고, 웜비어 부모는 지난 1월 뉴욕주 감사원이 압류한 북한 조선 광선은행의 동결 자금 24만 달러를 지급받은 바 있습니다.

이 씨의 동생 이대준 씨는 지난 2020년 9월 서해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근무 중 실종됐고, 하루 만에 북한 측 해역에서 북한군에 발견돼 피살됐습니다. 북한군은 이 씨의 시신을 불태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재인 정부 당시 한국 해양경찰은 이 씨가 자진 월북을 시도한 정황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가 새 정부가 들어선 지난 6월 최종 수사결과 발표에선 월북 시도를 입증할 수 없다며 기존 입장을 번복한 바 있습니다.

이래진 씨는 동생의 죽음에 대한 진상 규명과 함께 북한 정권에 대한 책임 추궁 방안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웜비어의 부모와 이 씨는 이날 만남에서 북한 인권 피해자 구제를 위해 연대하기로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특히 이 씨는 웜비어 부모에게 사법절차를 활용해 북한 정권의 인권침해 책임을 강제하는 방안에 관한 조언을 들었고, 앞으로 북한 자산 몰수를 위한 법적 절차와 관련해 서로 정보를 공유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녹취: 이래진 씨] “어제 첫 만남이었고 저희들이 조만간 저희 변호사를 대동해서 다시 한 번 찾아 뵐 생각입니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법리적인 부분을 공유하고, 또 우리가 또 한국 내에서도 재판을 해야 하기 때문에 웜비어 부모님은 미국에서 했지만 저희들은 한국 내에서 재산을 추적한다든지, 고소 고발을 한다든지 그런 것을 같이 공동으로. 법리적인 부분은 저희들이 따로 변호사가 와서 이쪽 변호사하고 그러한 정보 공유를 해서 또 할 생각입니다.”

이날 면담에 동행한 한국 국민의힘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 사건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을 맡고 있는 하태경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웜비어 부모와 이래진 씨가 이와 관련한 4가지 사항에 뜻을 같이 했다고 밝혔습니다.

하태경 의원에 따르면 양측은 사법절차를 활용해 북한 당국의 인권침해에 실질적 책임을 묻는데 함께 힘을 모으기로 했습니다.

또 전 세계 북한 자산 파악을 위한 공동조사에 나서기로 했으며, 북한 인권침해 피해자들과 함께 북한 자산 정보를 공유하고 자산 압류를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이와 함께 구체적인 실행방법을 공유하고 확산하기 위해 국제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웜비어 부모도 함께 참여하기로 했다고 하태경 의원은 전했습니다.

이래진 씨는 관련 국제 컨퍼러스를 1~2달 안에 한국에서 개최할 예정으로 웜비어의 부모는 화상이나 대면으로 참석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한국 정부는 이대준 씨의 사망 2주기인 오는 22일 전남 목포에서 해양수산부 장으로 고인의 공식 장례식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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