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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한국 대통령, 중국 서열 3위 접견 "사드 한중 관계 걸림돌 돼선 안돼"...시진핑 주석 방한 초청


윤석열(왼쪽) 한국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리잔수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을 접견하고 있다.
윤석열(왼쪽) 한국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리잔수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을 접견하고 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리잔수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에게 사드 문제가 한중 관계에 걸림돌이 돼선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또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초청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방한 중인 중국 공산당 서열 3위 리잔수 전국인민대회 상무위원장을 접견했습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사드 문제와 관련해 최근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논의됐듯이 양측이 서로 긴밀한 소통을 통해 사드 문제가 한중 관계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리 위원장은 상호 예민한 문제에 대한 긴밀한 소통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또 한국 정부의 북한 비핵화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도 소개했습니다.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위해 ‘담대한 구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는 한국 정부의 의지를 강조했고, 리 위원장은 이 구상을 더 잘 이해했으며 시 주석에게 잘 보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리 위원장은 중국이 한국의 ‘글로벌 중추 국가’ 비전을 통한 국제사회의 역할 확대를 지지하며 함께 협력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고 윤 대통령은 역내와 국제사회에서 한중 간 협력할 분야가 많다고 밝혔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와 함께 지난 8월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양적인 면에서 비약적으로 성장해온 한중 관계를 향후 30년간 상호 존중과 호혜의 정신에 입각해 질적으로도 발전시켜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한은 한중 관계의 새로운 30년을 열어갈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시 주석의 방한을 초청했습니다.

리 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초청을 시 주석에게 보고하겠다며 윤 대통령도 편리한 시기에 방중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앞서 지난 5월 10일 대통령 취임 축하사절단으로 방한한 왕치산 중국 국가부주석을 접견한 자리에서도 시 주석 방한을 고대한다며 초청 의사를 밝힌 바 있습니다.

리 위원장은 윤 대통령 예방에 앞서 이날 김진표 한국 국회의장과 회담을 가졌습니다.

김진표(오른쪽) 한국 국회의장과 리잔수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이 16일 서울에서 회담 후 공동 언론발표 중 악수하고 있다.
김진표(오른쪽) 한국 국회의장과 리잔수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이 16일 서울에서 회담 후 공동 언론발표 중 악수하고 있다.

리 위원장은 회담 뒤 가진 공동 언론발표에서 “우리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한반도 평화와 안전을 수호하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 각 측의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한중 양측은 의사소통을 강화하고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프로세스를 추진하기 위해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의장도 한반도 정세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며 양국 간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김진표 의장]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와 북 핵 문제 해결을 위해 한중 간 전략적 소통을 지속하는 게 중요하다는 데 공감했습니다.”

김 의장은 “한국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와 함께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응하되, ‘담대한 구상’에서 보듯 북 핵 문제의 평화적·외교적 해결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며 “중국 측의 건설적인 역할을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양측이 북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함께 강조했지만 김 의장은 북한 도발을 언급한 반면 리 위원장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기존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북한에 대한 포용적 태도를 드러냈다고 분석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리 위원장이 강조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미한 동맹 강화에 대한 우회적인 불만도 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지금 비핵화가 사실상 북한의 핵 무력정책에 대한 최고인민회의법령 채택으로 입구도 열리기 어려운 상황이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평화체제 구축을 얘기한 것은, 이 평화체제는 사실 한미동맹, 한미일 군사협력 이런 부분까지 포괄하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어느 정도 자신들이 한국의 군사 행보, 한미 한미일 협력에 대한 순화된 표현으로 그 부분을 지적했다 이렇게 볼 수도 있습니다.”

리 위원장은 김 의장과의 회담에서 한반도 정세의 긴장이 고조되는 원인과 관련해 “미국 측이 북한의 관심을 해결하는 데 실질적 조치를 취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한반도 문제를 수단으로 한미일 간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언급했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이 전했습니다.

리 위원장은 그러면서 “정세 악화를 방지하려면 미국이 문제 해결의 진정성을 보이고 북한의 대항을 부추기거나 미국의 이익을 도모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북한의 입장 변화를 위한 실질적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리 위원장은 또 공동 언론발표에서 “우리는 예민한 문제를 계속 적절히 처리하고 양국 관계의 건전하고 안정적 발전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리 위원장이 언급한 ‘예민한 문제’는 주한미군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즉 사드(THAAD)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됩니다.

리 위원장은 회담에선 사드가 “미국이 중국을 협박해 중국의 전략 안보 이익을 훼손하는 불순한 의도”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 전문가인 통일연구원 전병곤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이 미국과의 전략갈등 속에서 한국과의 협력 필요성이 커지면서 사드를 둘러싸고 한국에 우회적인 압박을 하는 분위기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전병곤 선임연구위원] “그것 갖고 계속 싸우고 보복하고 이랬다가는 더 한중관계는 안 좋아지고 한미동맹은 강화되고 한미일 안보협력이 더 증가될 수 있다는 판단 아래서 최근엔 중국은 가능하면 우리도 너희의 이익을 존중하는 그런 맥락에서 같이 협력해보자, 이런 어떤 전환을 시도하는 중이라고 볼 수 있거든요.”

리 위원장은 공동언론발표에서 양국 교역 규모가 역대 최대 규모인 3천억 달러에 달한 가운데 상호 협력과 발전 방안에 대해서도 강조했습니다.

리 위원장은 “우리는 양측이 발전연대를 강화하고, 호혜적 협력을 심화하고, 한중 자유무역협정, FTA 2단계를 가속화하고, 첨단기술 분야의 협력을 심화하고, 공급망·산업망을 원활하게 안정적으로 관리해 질 높은 통합발전을 실현해나갈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양국은 다자 공조를 강화하고 중대한 국제와 지역 이슈에 대한 의사소통을 긴밀히 하며, 다자주의와 지역무역체제를 수호하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박원곤 교수는 미국의 중국 배제 전략에 대한 반감이 깔려 있는 발언으로 평가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한중 간에 안정적인 공급망, 그것도 미국이 중국을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데 대한 일종의 반작용인 것이고 또 한중 2차 FTA 얘기가 나오고 또 첨단기술 협력 얘기도 미국이 중국을 배제하려는 거니까 그런 데에서 한중간 협력을 강화하자, 거기에서 결국 미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은 충분히 읽힌다고 생각이 듭니다.”

리 위원장은 회담에선 미국이 중국에 대항해 추진하는 ‘반도체 동맹’, 즉 칩4와 관련해 “공급망 재편은 미국 독자주의”라며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세계 공급망의 질서를 해치고 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리 위원장은 앞서 15일 66명의 대규모 수행단을 이끌고 2박 3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습니다. 수교 30주년을 기념한 김 의장의 초청에 따른 것으로, 중국 상무위원장의 방한은 2015년 장더장 전 위원장 이후 7년 만입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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