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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북한 ‘담대한 구상’ 거부에 미·한 대북정책 흔들리지 않을 것…추가 도발 경계”


한국 서울역에 설치된 TV에서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발언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한국 서울역에 설치된 TV에서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발언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북한이 윤석열 한국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을 거부했지만 미국과 한국의 대북정책에 큰 변화는 없을것이라고 미국의 전문가들이 분석했습니다. 7차 핵실험 등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박승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터프츠대의 이성윤 교수는 19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의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이날 조선중앙통신 담화를 통해 윤석열 한국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을 깎아내리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나선 데 대해 “예상했던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교수는 김 부부장의 강력한 반응으로 볼 때 최소한 북한이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지는 않다고 풀이했습니다.

오히려 북한이 윤 대통령 제안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겁니다.

[녹취: 이성윤 터프츠대 교수] “I don’t know if North Korea is completely uninterested. They are paying attention to President Yoon’s proposal. North Korea has been calling the shots over the past 30 years of nuclear diplomacy – when to talk, what to talk about, the agenda setting, where to talk, when to walk out of meetings.”

북한은 지난 30년 간의 ‘핵 외교’ 과정에서 대화를 언제 어디서 무엇에 관해 할 것인지, 의제는 무엇인지, 또 언제 박차고 나갈지 등을 결정해 왔다는 겁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15일 광복절을 맞아 북한에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 비핵화로 전환할 경우 경제를 획기적으로 개선시켜주겠다는 ‘담대한 구상’을 제안했습니다.

이어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선 북한이 비핵화 의지만 보여주면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것이라며 북한의 호응을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19일 북한의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윤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에 대해 이명박 정부 시절 대북정책인 ‘비핵 개방 3천’ 구상의 복사판이라며 자신들의 '국체'인 핵을 경제협력과 흥정할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이 교수는 김여정 부부장의 이번 발언으로 한국과 미국의 대북 정책이 크게 변하거나 흔들리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무례한 반응에도 흔들리지 않고 조건 없는 대화와 의료적 지원 등을 계속해서 북한에 제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성윤 터프츠대 교수] “What can the US and South Korea do – Maintain the position we are ready for dialogue without conditions, continue to offer medical aid.”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하고 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하고 있다.

국무부 차관보를 지낸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대북특사 역시 미국이 현실적으로 당장 대북 접근법을 바꾸지는 않울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녹취: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대북특사] “The likelihood that US will make a major move to engage with North Korea is small. We’ll probably continue to do what we are doing – making sure the alliance is in good shape, and doing what’s necessary to make sure we can respond when we need to.”

현 시점에서 미국이 북한과 대화하기 위해 획기적인 조치를 할 가능성은 작다는 겁니다.

갈루치 전 특사는 미국은 지금껏 해온 대로 미한 동맹을 탄탄하게 관리하면서 필요할 경우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표는 김 부부장의 발언이 미한 연합훈련을 앞둔 시점에서 나왔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녹취: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표] “I think the timing is such that this is sort of putting a marker down before these exercises commence. North Korea is probably going to wait for these exercises to end.”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연합훈련이 시작하기 전에 북한이 미리 방점을 찍어두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이후 북한은 다음 행동을 하기에 앞서 연합훈련이 끝날 때까지 기다릴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습니다.

전문가들은 하지만 그 이후 북한이 도발할 가능성은 분명히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금은 거의 5년만에 재개되는 대규모 미한 연합 군사훈련을 앞두고 북한이 추가 도발의 포석을 깔아 놓기에 최적의 시기라는 것입니다.

이성윤 터프츠대 교수는 김 부부장이 조만간 ‘방어’라는 명목으로 심각한 도발을 감행하고는 그 원인을 윤 정부의 탓으로 돌리기 위해 미리 세계와 한국을 대상으로 심리전을 시도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성윤 터프츠대 교수] “I believe Kim Yo Jong is trying to play mind trick on the world and in particular at South Korea, by setting the stage to retaliate in ‘self-defense’ with a major bang, a provocation and deflect the blame on the Yoon administration.”

따라서 이 교수는 북한이 미한 연합훈련 이후 7차 핵실험이나 2010년 천안함-연평도 포격 같은 국지적 도발을 고려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또 북한의 반응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아닌 그의 여동생에게서 나온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성윤 교수는 북한의 대남 접근에서 김여정 부부장의 역할이 무례한 모욕을 일삼아 긴장과 갈등을 고조시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성윤 터프츠대 교수] “This kind of discourteous name calling, she’s doing it because that’s her role – to raise the stakes, ratchet things up.”

갈루치 전 특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김여정 부부장의 영향력을 강화해주기 위해 그를 더 전면에 내세우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대북특사] “He might use this opportunity as another step in raising her profile internationally and on the peninsula and within the DPRK.”

그렇게 해서 대외적으나 한반도 및 북한에서 김 부부장의 위상을 높이는 기회로 활용한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북한의 위협적 수사에도 한국과 미국이 계속해서 북한과의 대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입니다.

[녹취: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표] “I don’t think Kim’s comments should totally discourage us. That means we have to be even more diligent in coming up with strategy to persist complete, verifiable denuclearization.”

김 부부장의 발언이 대화 노력에 찬물을 끼얹게 둬선 안 되며, 오히려 더 많은 노력을 들여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연구원은 대화를 추진하되 대북 억지력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연구원] “We can continue trying, but in the meantime as long as North Korea rejects dialogue, we need to maintain the shield of deterrence as well as enforcing our own laws and UN Resolutions.”

클링너 연구원은 북한이 거부하는 한 미한 동맹이 대북 억지력이란 보호장치를 유지하면서 대북 제재를 명시한 유엔 결의들과 미국 법을 계속 집행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박승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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