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제안한 비핵화 로드맵 ‘담대한 구상’을 정면으로 거부하고 윤 대통령을 원색 비난하는 담화를 내놨습니다. 한국 정부는 깊은 유감을 표시하고 북한의 자중을 촉구했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김정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19일 북한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담화를 발표하고 한국 윤석열 대통령이 제안한 ‘담대한 구상’을 거부 입장을 밝혔습니다.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윤 대통령이 제안한 담대한 구상에 대해 이명박 정부 시절 대북정책인 비핵 개방 3천 구상의 복사판이라며 자신들의 국체인 핵을 경제협력과 흥정할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또한 현재 사전 연습이 진행 중인 미한 연합훈련 을지프리덤실드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면서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 평가에 앞서 윤석열이라는 사람 자체가 싫다고 적대감을 나타내고 윤 대통령의 실명을 직함없이 거론하며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대통령실은 북한이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무례한 언사를 이어가고 한국 정부의 담대한 구상을 왜곡하면서 핵 개발 의사를 지속 표명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이러한 태도는 스스로의 미래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와 번영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으며,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을 재촉할 뿐이라면서, 담대한 구상을 통한 북한 비핵화와 남북관계 발전 추구라는 입장에 변화가 없으며, 북한이 자중하고 심사숙고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영국 주재 북한 공사 출신으로 한국 국회 여당 국민의힘 소속인 태영호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김 부부장이 3일 만에 반응을 보였다는 것 자체가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이 김정은의 마음을 흔들었다는 것이라며 초기 목적을 달성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태 의원은 북한이 이명박 대통령의 비핵개방 3천까지 비교하며 비난 수위를 높인 것은 담대한 구상에 대해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는 반증이라며, 총체적으로 윤석열 정부 길들이기 작전에 들어간 것으로 평가하면서 처음에는 강경하게 거부하다 차츰 대화의 장으로 나올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 최고 지도부 차원에서 한국 측의 공식 제안 나흘 만에 담화를 낸 것은 윤석열 정부의 추진동력을 초기에 꺼뜨리려는 의도라고 지적했습니다.

홍민 /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담대한 구상이라는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 초기에 확실한 거부 의사 그리고 정책 추진 동력을 완전히 초기부터 상실시키겠다는 이게 가장 주목적인 것 같아요.”

조한범 /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한국 윤 정부 100일에 대한 종합적 평가 그러니까 한미동맹 강화, 한미 군사연습 재개, 헌법 3조와 4조를 언급한 대북정책 이런 모든 것에 대한 평가를 담은 중장기적인 자신들의 대남 전략의 기조를 밝힌 것으로 봐야 됩니다.”

전문가들은 김 부부장의 담화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 주민들을 상대로 한국을 상대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알리면서 내부 결속을 촉구하는 메시지라고 분석했습니다. 또 북한이 향후 대남 비난 선전전과 함께 순항미사일 발사로 다시 시작한 무력 도발의 강도를 높이며 계속 도발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VOA뉴스 조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