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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전문가들 "한국은 파트너...옛 우방 북한과 공통점 없어"


지난 2004년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 주재 북한 대사관 앞에서 시위대가 북한 인권상황을 규탄하고 있다. (자료사진)
지난 2004년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 주재 북한 대사관 앞에서 시위대가 북한 인권상황을 규탄하고 있다. (자료사진)

최근 폴란드가 한국과 초대형 무기 거래 계약을 체결하면서 두 나라 관계가 크게 주목을 받았습니다. 반면 과거 폴란드의 우방이던 북한은 존재감이 점점 줄어드는 가운데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지지하면서 관계가 더 악화됐다고 폴란드 전문가들이 지적했습니다. 박승혁 기자가 보도합니다.

폴란드 국제정세연구소의 한반도 전문가인 오스카르 피에트레비치 연구원은 3일 VOA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폴란드에서 한국과 북한의 위상이 또 한번 크게 엇갈렸다고 지적했습니다.

폴란드가 국방력 강화를 위해 지난달 27일 한국으로부터 약 76억 달러 규모의 무기를 수입하기로 계약하며 양국 협력을 넓혀가고 있는 반면 한때 우방이던 북한과는 정상적인 외교 관계 복원마저 요원해 보인다는 것입니다.

피에트레비치 연구원은 냉전 이후 폴란드와 남북한 관계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묻는 VOA 서면 질의에 한국과 폴란드는 자유의 가치와 법치 기반 국제 질서를 공유하고 미국이라는 공동의 동맹을 갖고 있다며 “우리는 서로를 소중한 사업 파트너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오스카르 피에트레비치 연구원] “We share a commitment to liberal values and rules-based international order, we have a common ally (the U.S.), and we see ourselves as valuable business partners. Compared to South Korea, North Korea is a country that offers Poland nearly nothing and with which we have little in common.”

이에 비해 북한은 폴란드에 기여하는 것이 거의 없고 공통점도 별로 없는 나라일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피에트레비치 연구원은 폴란드가 평양에 대사관을 두고 지난 2018년엔 북한과 수교 70주년을 기념해 정부 사절단을 평양에 보내는 등 유럽 내 대북 외교 채널로서 북한과의 관계에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말했습니다.

북한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이복동생인 김평일을 1998년부터 2015년까지 17년간 폴란드 대사로 보내는 등 양국은 구 공산권 우방으로서 나름의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는 겁니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폴란드 외교관들이 북한에서 사실상 추방당하면서 교류가 끊겼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북한이 지지하면서 관계가 더 악화됐다고 피에트레비치 연구원은 말했습니다.

[피에트레비치 연구원] “The greatest blow to Poland's political relations with North Korea in recent years has been de facto forcing Polish diplomats to leave the embassy in Pyongyang… But surely North Korea's attitude towards Russian aggression will not facilitate further talks between Poland and North Korea.”

이어 이제는 러시아를 지지하는 북한의 태도로 인해 폴란드와 북한 간의 대화가 더 촉진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유럽과 북한 관계를 연구하는 렘코 브뢰커 네덜란드 라이덴대학교 교수는 폴란드가 한국과 무기 계약을 체결한 것과 관련해 “폴란드는 과거 북한과의 관계보다 당대의 안보 현실을 더 중시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렘코 브뢰커 교수] “It is clear that for Poland Polish national security takes precedence over its relationship with the DPRK.”

특히 올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폴란드의 안보 지형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습니다.

[브뢰커 교수] “The Russian invasion of Ukraine has strongly affected Poland's national security and given Poland's donations of weapons to Ukraine, it stands to reason it needs to invest in new weapons and weapon systems for itself.”

그러면서 폴란드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기부한 점을 고려하면 새로운 무기 체계에 투자하는 게 합리적이었다고 해석했습니다.

폴란드의 한반도 전문가 니콜라스 레비 폴란드과학원 조교수 겸 보임연구소 연구원은 북한이 잇따른 핵 개발과 도발로 인해 폴란드와 교류할 수 없게 됐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니콜라스 레비 조교수] “In spite of being also a major producer of weapons, NK is not trading with Poland its military activity. NK is of course banned from legally exporting its technology.”

북한은 주요 무기 생산국이지만 자국 기술을 합법적으로 수출하는 게 금지됐기 때문에 폴란드와 군사적 교류를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핵으로 세계를 위협하는 것을 멈춘다면 북한과 폴란드의 경제 관계가 나아질 것으로 기대할 수도 있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레비 조교수] “If NK would stop to threat the world with its nuclear arsenal, we may expect that economic relations between NK and Poland would improve.”

피에트레비치 연구원도 폴란드가 한때 돈독한 사이였던 북한과의 관계를 완전히 끊기보다 유럽의 대북 외교 채널로서 기능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관측했습니다.

[피에트레비치 연구원] “Poland is open to maintain contacts with North Korean diplomats, believing that European channel of communications with North Korea could help to revive diplomatic contacts between the U.S. and both Koreas and stabilise situation on the Korean Peninsula.”

피에트레비치 연구원은 폴란드는 북한 외교관들과 접촉을 유지하는데 열려 있으며, 유럽 내 대북 소통 창구가 미국과 남북한 사이의 외교 접촉을 되살리고 한반도 상황을 안정시키는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박승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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