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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무력시위 3주 넘게 잠잠...전문가들 "7차 핵실험·대남 도발 등 나설 가능성"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1일에 이어 22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제3차 확대회의를 주재했다며 조선중앙통신이 다음날 공개한 사진. 한국 측 동해안 축선이 그려진 작전지도가 걸려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1일에 이어 22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제3차 확대회의를 주재했다며 조선중앙통신이 다음날 공개한 사진. 한국 측 동해안 축선이 그려진 작전지도가 걸려있다.

올해 19차례 미사일 발사 등 무력시위를 이어 온 북한이 최근 3주 넘게 잠잠한 상황입니다. 한국 내 북한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상황이 안정되고 장마철이 지나면 7차 핵실험과 대남 국지도발 등을 포함한 북한의 긴장 고조 행위가 재개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올들어 각종 미사일과 방사포 발사 등 모두 19차례의 무력시위를 벌여왔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12일 서해안 일대에서 서해상으로 재래식 방사포 여러 발을 쏘는 저강도 도발을 벌인 이후 3주 넘게 무력시위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을 기준으로 하면 한 달 전인 지난달 5일 순안 일대 등 4곳에서 탄도미사일 8발을 쏜 게 마지막입니다.

이 기간 동안 북한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 당 비서국 확대회의 등 각종 회의를 통해 내부 정비와 기강 다지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와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이어 황해남도 지역에도 장내성 전염병이 확산되는 등 전염병 사태를 맞았고, 장마철에 접어들면서 재해 비상 대비에 몰두하는 양상이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국제 제재가 지속되고 있고 신종 코로나 확산에 따른 북-중 국경 재봉쇄가 이뤄진데다 수해까지 우려되는 상황에서 북한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군사적 행동에 나서기엔 명분이 약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특히 2년 반째 지속되고 있는 신종 코로나 사태로 아사자 소식이 들려올 정도의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주민들의 불만을 누르고 내부 기강을 다잡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12일 당 비서국 회의를 열어 당 중앙검사위와 지방 각급, 그리고 기층규율 감독체계를 보다 강화할 것을 지시하는 등 기강 잡기에 나섰습니다.

또 북한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지금은 당의 각 도와 시, 군 당위원회 조직지도부 생활지도 부문 일꾼들을 평양에 집결시켜 대규모 특별강습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당 내 최고 실세 기구인 조직지도부가 신종 코로나 전파 위험에도 불구하고 주민 통제의 일선에 있는 생활지도 부문 일꾼들을 상대로 대규모 정치행사에 나선 것은 조직 운영과 기강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음을 반영한 조치로 보고 있습니다.

김형석 전 한국 통일부 차관입니다.

[녹취: 김형석 전 차관] “북한 지도부 입장에서 보면 더 이상 할 게 없기 때문에 결국 사람들이 어떤 상황에서도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그걸 북한식으로 하면 혁명성을 강화해야 된다 이런 쪽으로 해서 이런 일련의 정신무장을 하는 일정이라든가 이런 것을 많이 하고 있다고 봐야되는 거죠.”

북한은 그러나 지난달 연이은 회의를 통해 무력도발을 이어갈 의지 또한 분명히 했습니다.

당 전원회의에선 ‘강대강’ 그리고 ‘정면승부 투쟁 원칙’에 따른 대응 의지를 천명했고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선 전쟁억제력 강화를 위한 중대 문제를 심의 승인했습니다.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내 체제 이완과 민심 동요의 징후가 뚜렷한 상황이라고 진단하면서 내부 기강 잡기와 주민 충성심 고취 등의 대책만으론 한계가 분명하다고 말했습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올 상반기에 한편으론 국방력 강화를 위한 각종 미사일 실험을 감행하면서 이를 지렛대로 미국의 양보를 유도하려 했지만 실패한 셈이라며, 장마철이 지난 뒤 8월 미-한 연합훈련에 즈음해선 전략적 선택을 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서의 미-한-일 정상의 강경한 대북 메시지와 한국의 나토 무대 참여 등은 북한의 7차 핵실험을 자극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이 나토 쪽은 사실 엄밀하게 보면 핵실험을 더 자극하는 요인이 될 수 있죠. 2006년 1차 핵실험이 2007년 2.13 합의를 만들어냈거든요. 그 다음에 2017년 6차 핵실험과 도발이 2018년 대화국면으로 넘어왔거든요. 북한은 그런 패턴을 이용해 왔거든요. 그러니까 한-미가 강경한 입장을 보인다고 북한이 핵실험을 안하는 게 아니고요, 오히려 대화의 출구가 없다면 핵실험을 단행하겠죠.”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효과를 극대화하는 차원에서 장마철에도 불구하고 핵실험을 기습 강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박 교수는 국제사회 강력한 제재 속에서 신종 코로나 국내 확산으로 중국과의 교역을 다시 봉쇄할 수밖에 없게 되면서 북한은 더 이상 시간이 자기편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박 교수는 또 대외환경 측면에서도 북한이 핵실험을 하는데 유리한 상황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나토의 신 전략개념 자체가 중국을 분명히 견제하고 있고 여전히 우크라이나 전쟁을 하고 있고 이런 상황에서 도발하면 중국과 러시아가 확실하게 뒷배를 봐주는 것은 분명한 것이고 이런 상황에서 외무성 문답도 나오지 않았습니까. 핵전쟁 얘기까지 나오는 이런 분위기가 오히려 북한은 지금이 7차 핵실험을 할 수 있는 호기가 되겠죠.”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3일 보도된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미-한-일 3국의 협력 강화 방침에 반발하면서 “미국과 추종세력들의 무모한 군사적 책동으로 유럽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핵전쟁이 동시에 발발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 조성됐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이 올 상반기 도발 양상과는 달리 대남 국지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북한이 최근 자국 내 신종 코로나 유입 경로로 사실상 한국 내 민간단체들이 풍선으로 날려보낸 대북 전단을 지목한 때문입니다.

홍민 실장은 북한이 이미 공언한 대적 행동을 하기 위한 명분을 확보하기 위해 이런 주장을 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윤석열 정부 들어 미-한 공조가 강화되는 흐름을 차단하기 위해 한국 흔들기 차원에서 대남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홍 실장은 2020년 북한 측 서해상에서 한국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북한 군에 의해 사살됐던 사건이 한국에서 다시 부각되면서 이 사건을 둘러싼 북한 책임론이 국제적 이슈로 부상하는 데 대한 반박 논리로 한국 측의 의도적인 신종 코로나 대북 유입 주장을 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홍민 실장] “향후 전단지를 날리기 위한 풍선 띄우는 행동이라든가 여기에 대해서 굉장히 공격적 행동을 할 수 있는 명분을 잡아가는 거죠. 그래서 향후 남측이 어떤 행동을 할 경우 그것을 명분 삼아서 굉장히 위협적인 군사행동 내지는 공격적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고요.”

한편 김준락 한국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4일 정례브리핑에서 “최근 집중호우 상황이 있으나 통상적으로 7월부터는 북한 군이 하계훈련을 실시해오고 있다”며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군 당국은 북한 군이 하계훈련 기간 부대 검열과 대비태세 차원 등을 명분으로 미사일 발사 등 도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주시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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