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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한국 정상 첫 나토 정상회의 참석...민주 진영 협력 강화, 대북 공조 촉구 예상


윤석열 한국 대통령 (자료사진)
윤석열 한국 대통령 (자료사진)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 정상으론 처음으로 이달 말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합니다. 자유 민주 진영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북한 핵 위협 대응의 국제 공조를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대통령실 관계자는 10일 서울 용산 청사 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북대서양 조약기구, 나토(NATO)의 공식 초청에 따라 오는 29∼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개최되는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나토는 미국과 유럽 중심의 집단안보 체제로, 나토 회원국이 아닌 한국 정상이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또 지난 달 10일 취임한 윤 대통령은 취임 50여일만에 첫 해외 방문으로 나토 정상회의를 택한 겁니다.

윤 대통령은 나토 30개 동맹국과 파트너국 간 회의 세션에 참석할 예정입니다.

파트너국은 나토 훈련에 참여하거나 정보교환 등을 하며 협력 관계를 맺은 나라를 말합니다.

파트너국에는 한국과 일본, 호주, 뉴질랜드를 비롯해 스웨덴, 핀란드, 우크라이나, 조지아 등 8개국이 포함돼 있습니다.

윤 대통령의 이번 행보는 대면 다자외교 무대에 데뷔한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은 취임 후 첫 해외순방으로 가치와 규범을 토대로 한 국제질서 유지를 위해 나토 동맹국과 파트너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한국 역할을 확대할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미-중 패권경쟁 격화와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속에서 열리는 이번 회의에선 러시아의 침공 행위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 공조 확대가 집중 논의될 전망이고 중국의 위협 대응 방안을 담은 새 ‘전략 개념’이 채택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윤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은 중국, 러시아, 북한 같은 권위주의 진영과 대결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미국 등 자유 민주 진영과의 협력 쪽으로 외교 좌표를 보다 분명히 한 행보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미-중 전략 경쟁이 바이든식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진영 간 새로운 글로벌 대립 구도로 변화하고 있어요. 그래서 글로벌 차원에서 중국 러시아 북한 이쪽을 대상으로 하는 권위주의 진영 그리고 나머지 미국과 유럽 자유주의 진영이 결합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거든요. 지금 이 싸움에서 윤석열 정부는 결국 전략적 명확성을 미국과 나토 이 민주주의 진영으로 좌표를 설정한 겁니다.”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규범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유지하고 강화하는 것이 한국 국익에 부합한다”고 강조해 온 만큼 이번 회의에서도 이러한 입장을 바탕으로 한국의 역할과 기여를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할 것으로 보입니다.

윤 대통령은 이번 회의를 계기로 유럽 주요국을 중심으로 여러 정상과 양자회담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지난달 21일 서울에서 첫 미-한 정상회담을 통해 대면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두번째 양자 회담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서울에서 회담 후 공동회견하고 있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서울에서 회담 후 공동회견하고 있다.

이번 정상회의에 한국과 마찬가지로 초청받은 일본과의 정상회담 그리고 미-한-일 정상회담 개최 여부도 주목됩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첫 한일정상회담 성사 여부에 대해 “예민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확인해드릴 수 있는 상황은 아직 없다”고 밝혔습니다.

문재인 전임 정부 시절 한-일 두 나라는 일제시대 강제 징용 배상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어왔지만 윤석열 정부는 북핵 위협 고조 등을 이유로 한-일 관계 정상화의 필요성을 제기해 왔습니다.

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2019년 12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가 중국 청두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양자 회담을 한 이후 2년 7개월만입니다.

북한이 올들어 대륙간 탄도미사일, ICBM 발사를 포함해 18차례 무력 도발을 했고 7차 핵실험 준비 동향까지 포착되고 있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나토 무대에서 북한의 위협에 맞선 국제 공조 강화를 촉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외교 안보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 개발 과정에서 러시아, 이란 등과의 연계 의혹들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기 때문에 핵 확산을 우려하는 유럽도 북핵문제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합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윤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를 통해 북핵 대응 문제를 부각시키고 한반도에서의 확장억제력 강화의 필요성도 강조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북한이 핵을 개발한다는 것을 글로벌 어젠다로 놓고 보면 나토입장에서도 러시아와도 연계되지 않습니까, 이란 문제도 있는 것이고요. 그렇다면 세계 차원에서의 비확산 차원에서 분명히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게 첫번째이고.”

이번 나토 정상회담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물론 중국을 성토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김현욱 교수입니다.

[녹취: 김현욱 교수] “소위 미국의 외교안보 전략의 핵심인 ‘중국 견제’라는 것을 궁극적으로 이루기 위한 민주 국가들을 같이 묶는 그런 중요한 기회로 만들고 있다고 봐야죠.”

이 때문에 중국을 최대 교역국으로 두고 있는 한국으로선 윤 대통령의 이번 행보가 향후 외교적인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조한범 박사는 윤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담 참석은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 양면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과 나토 협력관계가 커지면 대북 글로벌 공조 차원에서 유리해지지만 북-중 결속을 더 강화시키는 부정적 요인도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지금 북한 문제에 영향력을 줄 수 있는 국가는 중국 정도거든요. 결국 이 흐름은 민주 진영의 결속력이 강화되는 반면에 북-중-러의 결속이 더 강화되는 계기로도 작용할 수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런 흐름이 실질적으로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영향력이 없는 상황에서 진영논리가 강화되는 것은 북핵 문제 해결에 크게 도움이 된다고 볼 순 없죠.”

한편 한국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정상급 인사와의 양자 회담 가능성에 대해선 “아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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