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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코로나 봉쇄'에 민생고 악화...전문가 "장마당 폐쇄 등 한계 올 것"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23일 공개한 방역 포스터. (자료사진)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23일 공개한 방역 포스터. (자료사진)

북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으로 주민들의 생활고가 한층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국경 봉쇄는 물론 자국 내 이동을 통제하고 장마당을 폐쇄한 최대방역 조치가 곧 한계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지난 1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 발생 사실을 공식화하면서 발열환자의 폭증에 대응해 방역 수준을 ‘최대 비상방역체계’로 높였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방역 대책은 국경 봉쇄와 지역별 봉쇄를 통한 이동 통제, 장마당 폐쇄 등 물리적 봉쇄에 의존한 방식으로, 신종 코로나 치료제나 백신 도입 등 의료적 접근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전 세계적인 신종 코로나 발발과 국제사회 대북 제재로 최근 3년 간 생계에 큰 타격을 입었던 북한 주민들의 생활고는 한층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탈북민 출신인 서재평 탈북자 동지회 사무국장은 신종 코로나 사태로 장마당이 대부분 폐쇄됐고 평양 지역을 제외한 지방은 생산활동이 상당 부분 멈춰 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며 계절적으로 식량 사정이 가장 나쁜 ‘보릿고개’와 겹치면서 아사자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서재평 사무국장] “지방은 무조건 봉쇄 그 다음에 워낙 배급을 안 주던 상황에서 제일 힘든 게 지금 이 보릿고개, 4~6월 이 사이가 제일 힘든 땐데 코로나로 죽는 사람보다 굶어 죽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고 해요.”

탈북민 출신인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은 일부 운영되는 시장들에서 주요 곡물인 쌀과 옥수수 거래 가격이 kg당 각각 5천원대 후반, 3천원 선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최근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일본의 북한전문 매체인 ‘아시아 프레스’도 지난 20일 현재 쌀과 옥수수의 북한 시장에서의 거래 가격이 kg당 각각 5천800원, 2천900원이라고 전했습니다.

지난 6일 기준으론 쌀은 5천200원, 옥수수는 2천700원이었습니다.

조 소장은 장마당 폐쇄로 주민들이 소득원을 잃거나 식량 등 생필품을 살 곳을 잃어 생계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조 소장은 안전원 등 당국의 통제망을 피해 골목 같은 곳에서 장사를 하는 이른바 ‘메뚜기장’이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조충희 소장] “북한에선 메뚜기장이라고 하는데 마을마다 골목장들이 형성됐다고 해요. 그런데 이 골목장이 형성돼서 상품 거래를 하면 통제가 진행되니까 통제하는 사람들이 오면 모였다가 달아나고 또 모였다가 달아나고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편안하게 매매가 진행되지 않으니까 가격이 올라가고 있거든요.”

북한 당국은 지역별 봉쇄 조치에 따른 주민들의 격리 생활 유지에 필수적인 생필품과 의약품 보급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들은 최근 북한 당국이 전국적으로 약 3만명이 봉사대 약 8천개팀을 꾸려 식량과 의약품 등 생활필수품을 주민들에게 공급하는 작업에 투입됐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턱없이 부족한 물량과 북한의 교통 사정 등으로 생필품 보급이 지방 곳곳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 당국이 부족한 물량을 보충하기 위해 최근 당원들에게 식량 여유분을, 구체적인 할당량을 제시하지 않은 채 모두 내놓으라고 지시하면서 원성을 사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모내기철이 한창인 지금 이동 통제로 해마다 해 온 농촌 노력동원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점은 올해 작황을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조충희 소장은 북한 내부 소식통의 말을 빌어 가뭄까지 겹치면서 노동력 수요가 더 커진 상황에서 필요 인력에 30%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농촌 노력 동원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조한범 박사는 북한 내 민생경제는 장마당을 중심으로 돌아간다며 지금 같은 봉쇄형 방역정책이 지속하긴 어려울 것이라면서 최근 북한 당국이 방역 성과를 과대포장해 선전하는 것은 봉쇄를 풀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는 듯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장마당도 모두 문을 닫았고, 종합시장도. 도 시 군 이동을 중단한 후유증이 지금 전방위적으로 커지고 있거든요. 북한 상황에서 장마당을 통제하는 것은 사실상 죽으란 얘기거든요. 그러니까 지금 민심이 동요하는 상황에서 이동 통제를 풀어야 하는 딜레마에 지금 빠져 있거든요, 농촌 지원도 그렇고. 그러니까 민심 동요도 막고 또 이동 통제를 풀 만한 명분을 확보하기 위해서 상황이 호전되고 있다, 이런 평가를 내리는 것 같습니다.”

북한은 ‘최대비상방역체계’를 도입한 이후 발열 증세 등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인원이 4일 연속 감소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국가비상방역사령부는 지난 22일 오후 6시부터 23일 오후 6시까지 하루 동안 전국에서 13만여명의 신규 발열환자가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15일 39만여명을 정점으로 뚜렷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신규 사망자는 한 명도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당국 발표에 따르면 누적 발열환자는 294만여명에 이르지만 이 가운데 254만여명이 완쾌됐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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