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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론’ 제기된 안보리 회의…“북한 도발에 ‘면죄부’”


바버라 우드워드 유엔주재 영국대사가 11일 안보리에서 열린 북한 문제 관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바버라 우드워드 유엔주재 영국대사가 11일 안보리에서 열린 북한 문제 관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지난 11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유엔 안보리 공개회의에서는 다각화된 북한의 위협 수단과 안보리의 비효율성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 외에도 해킹 등 각종 범죄를 저지르는 북한에 안보리가 단호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안보리 회의에서 제기된 각국의 우려와 제안을 전해드립니다.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는 ‘안보리 무용론’을 우려하는 일부 이사국들의 문제 제기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안보리 이사국인 브라질의 호나우두 코스타 필류 유엔 대사는 북한의 도발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유엔 안보리가 자칫 무능한 기구가 될 수 있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녹취: 필류 대사] “I have lost count of how many times my delegation has said that in the few months that we have been on the council. All members of this council and I repeat, all members of this council have individually condemned North Korea's violations. But none of those individual condemnations matter if the United Nations Security Council cannot speak as one single voice. It is high time the council adopt a strong and unified action in response to the DPRK provocations.”

필류 대사는 “안보리에 있던 지난 몇 개월 동안 우리 대표단이 횟수를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자주 (북한의 탄도미사일) 문제를 언급했다”며 “모든 안보리 이사국이 각자 북한의 위반 행위를 규탄해 왔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유엔 안보리가 한목소리를 낼 수 없다면 이런 개별적인 규탄은 소용이 없을 것”이라며 “지금은 안보리가 북한의 도발에 대응해 강력하고 통일된 행동을 취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많은 소음 속에서 침묵을 지키는 건 안보리가 맡은 임무를 더 이상 수행할 수 없다고 비난하는 사람들의 주장만을 강화할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필류 대사] “Keeping our silence in the face of so much noise only reinforces the arguments of those who accuse this council of no longer being able to carry out the tasks entrusted upon it. Silence in the current situation means irrelevance, and the body who bears the primary responsibility under the UN Charter for the maintenance of international peace and security cannot afford to seem irrelevant.”

필류 대사는 “현 상황에서의 침묵은 무관심을 의미하고, 유엔 헌장에 따라 국제평화와 안보 유지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이 있는 기구가 무관하게 보여선 안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회의에선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서방국가뿐 아니라 상당수 이사국이 이처럼 안보리 차원의 일치된 대응을 촉구했습니다.

페리트 호자 유엔 주재 알바니아 대사는 “(북한) 정권은 안보리와 안보리 결의를 무시하고 자신의 약속을 어기는 선택을 했다”며 “안보리의 인내는 정권에 의해 잘못 해석됐고, (안보리) 단합의 결여는 그들의 도발 행위를 감싸주는 방패가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호자 대사] “The regime has made the choice to ignore the council, to ignore its resolutions, to break its own commitments. It must be held accountable for its actions. The patient of the council has been misread by the regime and lack of unity has shielded its provocations. This can no longer continue. Speaking out condemning and calling on the regime to reverse its course and go back to negotiations are no longer enough. There is need for strong, concrete and resolute action by strengthening measures against the regime. Otherwise, everything indicates that if we stay idle, we only provide the regime with more opportunities to continue to starve its people, only to satisfy its appetite for more weapons and threatening the world.

그러면서 “이렇게 계속할 수만은 없다”며 “규탄의 목소리를 높이고 정권이 방향을 바꿔 협상으로 돌아오라고 촉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호자 대사는 강조했습니다.

이어 “북한 정권에 대한 조치를 강화하는 강력하고 구체적이며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정권이 더 많은 무기를 확보하고 전 세계를 위협하고자 하는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자국민을 계속 굶길 기회만 제공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회의는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 대한 대응을 목적으로 열렸지만 최근 불거지고 있는 사이버 문제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습니다.

바버라 우드워드 유엔주재 영국대사는 “제재를 회피하면서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지원하기 위한 자금을 모으는 북한의 사이버 활동을 특히 우려한다”며 “여기에는 최근 북한의 사이버 행위자들이 6억 2천만 달러 규모의 암호화폐를 탈취한 사건도 포함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우드워드 대사] “We're particularly concerned by North Korea's cyber activity through which it evades sanctions and raises funds to support its nuclear and ballistic missile programs. This includes the recent cryptocurrency theft by North Korean cyber actors of 620 million dollars. The international community should work together to detect and mitigate such activity and hold those committing malicious cyber activity to account.”

따라서 “국제사회는 이러한 활동을 탐지하고 완화하며 악의적 사이버 행위를 저지르는 자들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우드워드 대사는 강조했습니다.

그 밖에 프랑스와 노르웨이, 알바니아 등도 북한의 사이버 문제를 언급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안보리 이사국은 아니지만 관련국 자격으로 참석한 한국이 북한에 대해 강경한 태도로 전환한 것이 주목됐습니다.

11일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미국 대사(왼쪽)와 조현 한국 대사가 대화하고 있다.
11일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미국 대사(왼쪽)와 조현 한국 대사가 대화하고 있다.

앞서 조현 한국 대사는 지난 3월 25일 열린 공개회의에선 ‘대화와 협력이 상황을 진전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고 남북 관계에 대한 의지도 변함없다고 말했지만 이날 회의에선 이례적으로 북한의 인권 상황과 ‘CVID’ 즉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언급했습니다.

또 안보리가 북한에 대해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해달라고 주문하는 등 과거와 달라진 모습을 보였습니다.

[녹취: 조현 대사] “If the council does not firmly respond to the DPRK’s continued escalatory behavior, it will inevitably lead to more member states to deliberately ignore their obligations under multiple UN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Therefore, the Security Council must respond to the DPRK’s repeated provocations with the adoption of a new resolution that contains robust measures corresponding to the gravity of the DPRK’s behavior.”

조현 대사는 “만약 안보리가 북한의 계속된 긴장 고조 행위에 단호히 대응하지 않는다면 더 많은 유엔 회원국들이 다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의무를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며 “따라서 안보리는 북한의 중대한 행동에 상응하는 강력한 조치를 담은 새로운 결의안을 채택해 북한의 반복된 도발에 반드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이날 회의에선 북한의 도발에 대한 일치되고 강력한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안보리가 실제로 변화된 모습을 보일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전망이 많습니다.

북한의 도발에 대응한 안보리 회의는 올해 들어 7번이나 열렸지만 가장 낮은 수준의 대응인 언론성명조차 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또 미국은 앞선 회의에서 새로운 안보리 제재를 담은 추가 결의안을 제안했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새 제재 결의안 대신 자신들이 제안한 대북제재 완화 결의안을 각 이사국이 고려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날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미국이 제안한 결의안 초안에 대한 협상이 거의 끝나가고 있다”며 “우리는 북한이 핵실험과 같은 도발적이고 불법적이며 위험한 추가 행동을 할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토머스-그린필드 대사] “We're now nearing the end of negotiations on the U.S. proposed draft resolution, and we cannot wait until the DPRK conducts additional provocative, illegal, dangerous acts like a nuclear test. We need to speak up now with a strong and unified voice in condemnation of the DPRK behavior.”

그러면서 “우리는 지금 북한의 행동을 규탄하는 강력하고 통일된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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